[인사이트 분석 ⑩] “미 전략폭격기 전면 투입…이란 방공망 무너지고 트럼프 ‘큰 파도’ 현실로”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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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3-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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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풀인사이트
2026-03-04 13:59

스텔스에서 전략폭격기로… 공중전 단계 전환 신호
통합 방공망 붕괴 이후 ‘허용된 환경’ 진입
영국 기지 개방으로 미 공군 타격 능력 4배 확대
지하 미사일 생산시설 집중 타격, 포화 압박 본격화
공중 우세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지속

B-52는 최대 7만 파운드 이상의 폭장을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폭격기로, 900kg급 정밀유도탄을 한 번에 30발까지 운용할 수 있다. 항속거리가 길고 고고도에서 대량 타격이 가능해, 방공망이 약화된 이후 단계에서 광범위한 전략 목표를 포화 압박하는 데 적합한 전력이다 / 사진: 미 중부사령부 공식 계정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전력이 이란 상공에서 단계적으로 확대 투입되면서, 공중전의 성격이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다.

미 공군의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4대는 개전 초 이란 영공에 탐지되지 않은 채 진입해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지하 지휘소와 무기 저장시설, 미사일 조립 공장에 2,000파운드급 벙커버스터 수십 발을 투하했다.

각 B-2는 최대 4만 파운드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4대가 단일 출격으로 투하한 정밀유도탄은 총 16만 파운드에 달한다. 이는 이란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통합 방공망을 개전 초기 사실상 무력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B-2는 고도로 통합된 방공체계를 돌파하기 위해 설계된 전략 자산이다. 미국은 총 20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당 가격은 약 21억 달러에 이른다. 1997년 실전 배치 이후 코소보(1999년), 아프가니스탄(2001년), 이라크(2003년), 리비아(2011년). 이란(2025년)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 실전 투입이다. 과거 작전이 수주간 지속된 것과 달리, 이번 공세는 개시 5일째로 접어들었으며 미 중부사령부는 작전이 계속 확대되고 있음을 공식 확인했다.

이란 나탄즈 연료 농축 공장 입구 건물에 새로운 손상이 발생했다 / 사진: 미잘 비전 공식 계정


이번 공세의 핵심은 지하시설 파괴에 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수십 년간 산악 지형 깊숙이 강화된 군사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900kg급 합동직접타격탄은 철근 콘크리트를 관통한 뒤 내부에서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다. 최근 미잘 비전 위성 영상에는 터널 입구 붕괴, 발사대 파괴, 지휘소 시설의 심각한 손상이 확인되고 있다.

이란의 방공망은 러시아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체계 4개 포대와 자국산 장거리 방공체계 42기, 그리고 구형 중·단거리 방공 포대를 포함하고 있었으나, 작전 개시 수시간 만에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현재 B-2는 공군 교리상 ‘허용된 환경’에서 작전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허용된 환경’은 단순히 위협이 감소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는 적의 통합 방공망이 더 이상 체계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조기경보 레이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지휘통제망이 유기적으로 연동되지 못해 탐지·추적·교전으로 이어지는 방공의 핵심 고리가 단절된 상황을 지칭한다.

전쟁 초기에는 통상 ‘거부된 환경’이 형성된다. 장거리 방공체계가 정상 가동되고 레이더망이 공역을 촘촘히 감시하는 조건에서는 항공기가 탐지 즉시 교전 대상이 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스텔스 성능을 갖춘 전략자산만이 생존 가능하다. 개전 첫날 B-2가 투입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방공체계가 단기간 내 무력화되면서 전장은 ‘경합 환경’을 거쳐 ‘허용된 환경’으로 전환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스텔스 전력만이 유일한 생존 수단이 아니라는 의미다. 레이더가 일부 작동하더라도 교전으로 이어질 통합 지휘체계가 붕괴됐거나, 장거리 요격 능력이 상실됐거나, 포대 자체가 물리적으로 파괴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단계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B-52 전략폭격기의 투입이다. B-52는 스텔스 기체가 아니며, 레이더 반사면적이 크고 아음속으로 비행한다. 방공망이 정상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생존성이 낮다. 따라서 B-52의 작전 참여는 해당 공역이 더 이상 스텔스 전력만 필요한 단계가 아님을 시사한다. 즉, 방공 위협이 구조적으로 제거되었거나 기능적으로 마비돼 비스텔스 대형 폭격기까지 운용 가능한 단계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공군 작전 관점에서 보면 이는 세 가지 변화를 내포한다. 첫째,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체계가 효과적인 교전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 둘째, 레이더망과 지휘통제망의 통합성이 붕괴돼 동시다발적 대응이 불가능해졌다는 점. 셋째, 사실상 제공권이 확보돼 대형 항공기의 반복 출격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초기 침투와 방공망 제압을 담당한 B-2 이후, B-1과 B-52 같은 대량 폭장 플랫폼이 투입돼 타격 밀도를 높이는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공중전 전개 순서다. 스텔스 자산이 방공망의 문을 열고, 뒤이어 대형 폭격기가 공세의 강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란의 억제력은 걸프 지역까지 도달하는 미사일 전력과 어떠한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구축한 지하 인프라라는 두 축에 기반해 왔다. 그러나 현재 두 축은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 미사일은 파괴되고, 생산시설은 붕괴되고 있다.

이에 더해 영국 정부가 자국 공군기지 사용을 승인하면서 전황은 한층 가속화됐다. 영국은 글로스터셔 공군기지와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미군에 개방했고, 이를 통해 B-52와 B-1 전력의 본격 운용이 가능해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미 공군의 폭격 능력이 사실상 4배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CNN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강력한 타격은 시작되지 않았으며 더 큰 파도가 곧 올 것”이라고 밝히며 공격 강도의 추가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B-52는 최대 7만 파운드 이상의 폭장을 탑재할 수 있으며, 900kg급 정밀유도탄을 한 번에 30발까지 운용할 수 있다. B-1 역시 24발을 장착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공습의 주력이었던 전투폭격기가 6~9발을 탑재하는 것과 비교해 압도적인 규모다. 전략폭격기 전력이 본격 가동되면서 공중전의 양상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전의 전개 순서도 이를 방증한다. 2월 28일 B-2가 투입됐다. 방공망이 살아 있을 때 운용되는 자산이다. 3월 2일에는 초음속 폭격기 B-1이 가세했다. 방공망이 상당 부분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3월 3일에는 B-52가 작전에 참여했다. 기종 선택만으로도 이란의 통합 방공망이 체계적 기능을 상실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갑판에서 F-18 슈퍼 호넷 전투기들이 이륙하고 있다 / 미 중부사령부 공식 계정


첫날에만 1,700개 목표물이 타격됐고, 이후 300개의 신규 표적이 추가됐다. 7억7,900만 달러, 우리 돈 약 1조 1,500억 원 규모의 탄약이 소모됐으며, 미군 6명이 사망하고 11대의 항공기가 손실됐다. 작전은 축소가 아니라 확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향후 B-52와 B-1은 탄도미사일 생산시설과 전략적 산업단지를 집중 타격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단일 출격으로 20~30발의 정밀유도탄을 투하해 대형 공군기지나 산업시설을 한 번에 무력화할 수 있어, 단순 정밀타격을 넘어 지속적 포화 압박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전략폭격기의 대규모 투입이 곧 해상 위협의 해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란의 공격 능력이 약화되고 방공망이 붕괴되며 지하시설이 파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봉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략폭격기가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에 있다. 9개국에 분산된 대리 세력, 이동식 발사 플랫폼에서 운용되는 무인기, 해안에 분산 배치된 대함 미사일, 기뢰, 잠수함, 소형 선박 전술 등 비대칭 전력은 고고도 전략폭격기의 임무 범주를 벗어난다.

B-52는 해상 기뢰를 제거할 수 없고, 어선에서 발사되는 자폭형 무인기를 즉각 차단하기도 어렵다. 이동식 해안 발사대를 실시간으로 봉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예멘 등지에서 활동하는 대리 세력 역시 전략폭격기만으로는 통제하기 어렵다.

미국은 재래식 공중전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해상 운임과 보험 시장이 주목하는 위협은 비대칭 해상 전력이다. 대량의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가 투입됐음에도, 런던의 보험 시장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보험 인수를 주저하고 있다.

폭격 전력은 4배로 확대됐고 전략 목표는 붕괴되고 있다. 그러나 해협은 여전히 닫혀 있다. 이번 공세가 드러낸 전략적 괴리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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