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3-2-1 투어와 동쪽 상단 지도: 한반도 안보와 동북아 NATO 구상”

유스풀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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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2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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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풀인사이트
2025-11-22 4:12

‘3-2-1 투어 정상화’와 장기 주둔의 전략적 의미
동쪽 상단 지도: 시각의 전환이 바꾸는 전략 지형
‘제2의 괌’ 우려와 한미 동맹의 균형 문제
사우디와 우크라이나 사례가 주는 동북아 NATO형 안보 거점의 시사점
미래 거점 설계와 한국의 전략적 자기성찰

주한미군 자비에 브런슨 사령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이점을 보여주는 ‘거꾸로된 동쪽 상단 지도’를 공유했다. 이 지도는 공개 직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자비에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공식 계정

주한미군의 장기 주둔을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3-2-1 투어 정상화’가 시행되면서, 한반도 주둔의 성격 변화가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여기에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공개한 ‘동쪽 상단 지도’는 기존 전략 시각을 뒤집으며, 한국이 이미 수년 전부터 우려되던 구조적 종속의 경로에 진입하고 있음을 다시 환기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제도 조정이나 시각적 장치로 볼 수 없으며, 향후 수십 년 동안 동북아 안보 질서를 재구성할 신호다.

2025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3-2-1 투어 정상화’는 가족 동반 병사의 복무 기간을 36개월, 비동반 병사는 24개월로 규정하고, 일부 임무에서만 12개월 배치를 허용한다. 미군은 이를 병력 안정성 및 작전 연속성을 위한 행정적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단기 파견형 주둔 구조가 상시 순환·장기 주둔 구조로 전환되는 흐름을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조치다. 미국 정치 칼럼니스트 진 커밍스는 이를 “한국을 제2의 괌으로 고정하려는 장기 전략의 제도적 기둥”으로 규정하며, 가족 동반 체계·인프라 확충·기지 기능의 확대 등이 단순 복지가 아니라 장기 전진배치의 조건을 완비해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족 동반 주둔이 늘어나면 철수 가능성은 낮아지고, 기지 축소나 재배치의 정치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시점에서 공개된 ‘동쪽 상단 지도’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인식의 문제를 전략의 문제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북쪽을 상단으로 둔 기존의 전통적 위상 대신 동쪽을 상단에 두면, 한반도는 더 이상 대륙-한반도 전통의 군사 공간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작전망의 해양 전진기지로 재해석된다. 지도 한 장이 전략을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전략 인식의 틀이 바뀌면 장기적으로 정책·전력 배치·동맹 구조의 방향까지 바뀐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과거 논평들이 제기했던 “한미 군사협력의 제도화가 한국의 자율적 결정권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힘을 얻는다.

주한미군 장기 주둔은 지역 경제 활성화, 인프라 개선,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 단기 이익을 제공하지만, 주둔의 상시화는 철수의 어려움, 기지 이전의 비가역성, 정치적·행정적 부담 증가를 동반한다. 무엇보다 지휘·통제 체계가 강화될수록 한국군 운용 자율성이 제약될 가능성이 커진다. 진 커밍스가 지적했듯, 장기 주둔의 제도화는 한국이 스스로 선택지를 제한하는 구조로 들어가는 과정일 수 있다.

이 문제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근 협력 사례와 흡사한 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주요 비 NATO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F-35 판매, 민간 원전, 인공지능 협력을 패키지로 묶어 장기 동맹을 구축한 것은 단순 양자 관계를 넘어, 중동을 중심으로 한 NATO형 다자 안보 체계의 씨앗을 뿌린 결정으로 평가된다. 동북아에서도 한미 동맹을 중심축으로 일본, 호주등 주변국들과 다자적 억지력을 통합하는 ‘동북아 NATO형 구조’가 구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그러나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나온 교훈이 필요하다. 최근 제시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안은 도네츠크·루한스크 영토 양도, 크림의 사실상 러시아령 인정, 나토 가입 금지, 평화유지군 배치 불가 등 국가의 전략 결정권을 외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쉽게 제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격 시 대응은 보장되지만, 군사적·외교적 선택지는 축소된다. 이는 결국 주권의 문제이며, 억제 구조의 문제다. 동북아 NATO형 구상을 고려할 때도, 한국이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억제력 강화가 곧 자율성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이제 한미 동맹을 단순 방위 체제를 넘어, 경제·기술·에너지·산업 협력을 포함한 복합 전략 구조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주변국과의 관계와 자국의 선택권을 유지하는 균형 전략이 필수적이다. ‘3-2-1 투어 정상화’, 동쪽 상단 지도, 사우디의 사례,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난처한 교훈은 모두 한국이 장기 안보를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그리고 그 설계에서 전략적 자율성이 핵심이라는 점을 웅변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변화는 단순 논쟁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한국이 어떤 구조를 선택하느냐가 향후 수십 년간 동북아 안보 지형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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