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분석 ⑭] "호르무즈 해협, 특정 국가 전용 통로로 부상"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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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3-12 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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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풀인사이트
2026-03-12 3:28

호르무즈 해협, 중국만 선택적 통행 허용
이란 혁명수비대, 중국행 유조선만 보호하는 ‘모자이크 체계’ 운영
중동 걸프 비료 적재 선박 23척, 통과 여부 불확실
보험 업계, 중국 선박과 다른 선박 위험 평가 이례적 상황

원유 운반선(개념 이미지) / 사진: “NewCarissaBroken.jpg”, NOAA,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국제 해운업계와 군사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원유 수송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선택적으로 개방되고 있으며, 그 혜택은 중국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BC는 3월 11일 탱커트래커스의 위성 자료와 케이플러 보고서를 인용해,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최소 1,170만 배럴의 원유를 중국으로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유조선들은 보험이 거부된 구간을 지나고, 미국 해군의 호위 없이 수백 척의 선박이 대기 중인 위험 구역을 안전하게 통과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협은 이란에는 열려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선박에는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여러 지휘부가 각자의 이익에 따라 운영되는 ‘모자이크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실제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31개 자치급 지휘부는 테러와 해상 위협 활동을 수행하면서도 중국으로 향하는 원유 선박은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최고지도자의 명령이 아닌, 각 지휘부가 중국이 이란 원유 수출의 80~90%를 구매하기 때문에 스스로 생존을 보장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을 공격하는 것은 곧 각 지휘부의 재정 기반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유조선은 AIS(자동식별장치) 신호를 끄거나 조작하고, 실제 국적 대신 ‘중국 선주·선원’으로 위장된 신호를 해안 레이더에 송출하며 운항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백 척의 그림자 선대는 노후 유조선에 가짜 국기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운항하며, 서구 보험 체계와 글로벌 해운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들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일한 선박들이다.

한편 약 5,00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중국과 말레이시아 앞바다에 저장돼 있으며, 추가로 3,900만 배럴은 그림자 선대 선박에 실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약 77%가 이란산 원유다. 중국 산둥 지역 정유 시설은 이를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약 9~12달러 낮은 가격으로 정제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하루 113만 배럴 규모의 잉여 처리 능력을 구축했다. 중국은 전략적·상업적 비축고를 90~130일 수준으로 채워, 이러한 공급 흐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수에즈맥스급 유조선 중 한 척이 AIS 신호를 다시 켰으며, 사우디산 원유 100만 배럴을 싣고 인도 뭄바이로 향하고 있다. 선박 이름은 SHENLONG(IMO 9379210)으로, 그리스계 선박이다. 아직 AIS 신호가 없는 몇 척이 남아 있으며, 최소 한 척은 중국으로 향하고 있어 향후 AIS 신호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일부 선박이 여전히 그림자 선대로 운항 중임을 보여준다 / 사진: 탱커트래커스 공식 계정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원유뿐 아니라 비료와 화학물 선박도 통과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 중동 걸프 지역에서 약 23척의 선박이 비료를 적재 중이거나 완료했으며, 요소(Urea) 53만 톤, 황(Sulphur) 35만 톤, 인산염(MAP/DAP) 13만 톤 이상이 포함돼 있다. 주요 선박들의 움직임도 관측되는데, ‘헝양’호는 3월 7일 사우디 아라비아 주바일에서 황 5만1,500톤을 적재하고 해협을 통과했으며, ‘헤이란 저니’호는 3월 9일 동일 항구에서 황 5만4,800톤을 싣고 싱가포르로 향했다.

하지만 일부 선박은 AIS 신호를 끄거나 ‘중국 선주·선원’으로 위장해 운항하고 있어, 실제로 몇 척이 안전하게 통과했는지와 각 선박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전체 선적 상황과 글로벌 공급망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

이러한 불균등한 선적 통행은 보험 업계에도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선주상호보험(P&I) 클럽은 해협의 위험도를 사건 발생 빈도에 따라 평가해 대부분의 선박에는 보험 가입을 거부했지만, 중국으로 향하는 이란 원유 선박은 실제 공격이 발생하지 않아 기존 위험 평가 모델이 적용되지 않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같은 해협에서도 중국 선박과 다른 국적 선박에 서로 다른 위험 기준이 적용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은 특정 국가에만 안전을 보장하는 선택적 통로로 남아, 국제 에너지와 물류 흐름의 예측 불가능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