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부담 속에서도 유기농 식품 성장세…한국·영국 시장 동반 확대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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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2-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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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2026-02-07 18:56

영국 유기농 식품 판매, 20년 만에 최대 성장 기록
가격 3배 유기농 닭고기·연어도 소비 늘어
중산층·젊은 세대 중심으로 소비층 확대
대형 유통업체들 유기농 브랜드 강화
한국도 연평균 7.4% 성장 전망

생활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영국 유기농 식품 시장이 20년 만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젊은 세대와 중산층 가정이 유기농 육류와 과일·채소 구매를 늘리고 있다 / 사진: 리버포드 오가닉 파머스 공식 계정

영국에서 유기농 식품 시장이 다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생활비 부담이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건강한 식단과 신뢰할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 식품 판매가 지난 20여 년 사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대표적인 채소 꾸러미 판매업체에 따르면, 최근 유기농 식품 전반의 판매가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유기농 육류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유기농 닭고기는 일반 닭고기보다 가격이 약 3배 높지만, 소비가 줄지 않고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영국 유기농 인증기관 관계자는 “생활비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크지만, 지난 2년 동안 유기농 제품은 비유기농 제품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기농 가금류는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매우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기농 닭고기는 판매 금액 기준으로 15%, 판매량 기준으로 13% 증가했으며, 유기농 연어는 각각 21%,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유기농 식음료 시장은 지난해 9월 말까지 1년간 약 8% 성장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인상 효과만이 아니라, 판매량 자체가 2.5% 늘어난 결과로, 전체 식품 시장 평균 성장률의 5배에 달한다.

전통적으로 유기농 식품의 주요 소비층은 은퇴자나 자녀가 독립한 중장년층이었지만, 최근에는 중산층 가정의 구매 빈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고가의 특별 상품보다는 과일과 채소, 통조림 식품, 파스타와 쌀 같은 필수 식료품 위주로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기농 식품 판매업체 최고경영자는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의 시장 성장은 지난 20년 동안 본 적이 없다”며,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배경으로 건강한 식단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소비자들이 어디에서 신뢰할 수 있는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을 꼽았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유통업체들이 유기농 제품 판매를 줄이며 시장이 13% 감소했지만, 현재 대형 슈퍼마켓들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영국 대형 유통업체들은 유기농 자체 브랜드를 대폭 개편하거나 확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품질과 맛을 중시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대형 슈퍼마켓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품질 좋고 맛있는 유기농 식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는 유기농 브랜드를 250여 종으로 확대했으며, 2025년 한 해 동안 유기농 식품 매출이 금액과 물량 모두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베리류와 바나나는 15%, 달걀은 9%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다만 유기농 식품의 높은 가격은 여전히 많은 가정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영국 유기농 인증기관 소일 어소시에이션 측은 “유기농 식품은 생산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의 회원 할인 행사에 유기농 제품이 포함되면서, 버터나 당근, 사과 같은 일상 식재료는 일반 제품과 비슷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 특히 18세에서 24세 사이 소비자가 유기농 식품 구매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영국 유기농 연구기관인 오가닉 리서치 센터(ORC)와 UK 오가닉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 연령대의 42%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유기농 과일과 채소 구매 가능성이 92% 높은 수준이다.

영국의 대표적 유제품 브랜드 요 밸리(Yeo Valley) 관계자는 “가구의 3분의 1이 초가공식품에 대해 우려하고 보다 깨끗한 제품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하며, 최근 3년간 자연 발효 요거트와 그릭 요거트의 수요가 4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건강과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접하며 성장해 왔고, 식품 산업 전반에 대한 회의감도 크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유기농 식품이 다시 주목받을 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기관 엑스퍼트 마켓 리서치는 한국 유기농 식품 시장이 2026년 약 2조 9천억 원 규모에서 2035년에는 약 5조 6천억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평균 7%대 성장률을 적용한 추정치다 / 그래픽: 유스풀피디아


한편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엑스퍼트 마켓 리서치는 한국의 유기농 식품 시장이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 확대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유기농 식품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18억 6천만 달러(약 2조 7,258억 3,000만 원)에 달했으며,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7.4% 성장해 2035년에는 약 38억 달러(약 5조 5,689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정부의 친환경 농업 육성 정책이 유기농 식품 소비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약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 농업으로 전환하는 농가를 지원하는 정책이 시장 확대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품목별로는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육류, 수산물, 가금류, 유제품, 곡물류 전반에서 유기농 수요가 늘고 있으며, 가공 식품과 비가공 식품 모두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채널 역시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이 주요 판매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온라인몰과 전문 매장을 통한 유기농 식품 구매 비중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또 한국 소비자들이 일반 농산물의 농약 사용과 건강 영향을 우려하면서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소셜미디어와 유명인의 영향이 유기농 식품 소비 확산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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