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만 했다’, 세계적인 AI 석학 송춘주가 미국을 떠나 중국으로 간 이유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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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7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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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풀인사이트
2025-11-06 22:27

미국에서의 성공과 회의: AI 주류와의 갈등

어린 시절과 학문적 여정: 시골 소년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중국 귀국 결정: 가족, 정치, 연구 환경의 삼중 요인

BigAI와 새로운 AI 철학: ‘소규모 데이터, 대규모 과제’ 접근

2020년, 미국에서 반평생을 보낸 송춘주(宋春珠, 56)가 편도 항공권을 들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오늘날 그는 글로벌 AI 경쟁의 판도를 바꿀 핵심 인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송춘주는 패턴 이론과 확률 그래픽 모델 연구로 AI 기초를 닦은 세계적 석학으로, UCLA에서 비전 연구소를 이끌며 현대 AI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내용의 목적은 그의 귀국과 연구 철학을 통해 글로벌 AI 경쟁의 변화를 조명하고, 인공지능 발전의 대안적 방향성을 독자에게 제시하는 데 있다.

​어린 나이 여섯 살 때, 송춘주는 이미 삶과 죽음을 수없이 접했다. 1970년대 초반, 문화대혁명의 끝자락,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시골 마을의 잡화점은 마을 사람들에게 쉼터이자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송춘주는 그곳에서 빈곤과 죽음을 가까이서 체험하며 성장했다. 그는 최근 “정말 힘든 시기였다. 사람들이 너무 가난했다”고 회상했다.

​송춘주는 사람들이 죽은 후 무엇을 남기는지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갖게 됐다. 어느 날 그는 가족 족보를 발견했다. 출생과 사망일만 기록되어 있을 뿐 삶의 내용은 없었다. 기록 담당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들은 농민이었으니 기록할 가치가 없었다.” 이 경험은 송춘주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그는 결심했다. “내 삶은 다르게 기록될 것이다.”

미국에서의 성공과 불만

​56세가 된 송춘주는 오늘날 세계 최고의 AI 전문가 중 한 명이다. 1992년 그는 중국을 떠나 하버드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고, 이후 UCLA에서 세계적 수준의 AI 연구센터를 이끌며, 수많은 상과 미 국방부, 국립과학재단의 연구비를 확보했다. 그의 연구는 현대 AI 시스템인 쳇GPT와 딥시크 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2020년 8월, 28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그는 돌연 중국으로 돌아갔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교수직을 맡고, 중국 정부 지원 AI 연구소(AI) 소장으로 임명됐다. 중국 언론은 그를 애국자로 보도했고, 미국 의원들은 UCLA와 펜타곤이 그의 중국과의 연계를 왜 무시했는지 문제삼았다. 2023년에는 중국 최고 정치자문기관의 일원이 되어 AI를 핵무기 수준의 전략적 긴급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춘주의 여정은 미국이 한때 세계 최고의 과학 인재를 끌어들이며 기술 우위를 확보했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중 갈등과 미국 내 정치적 불안정은 중국계 과학자들의 미국 체류에 압박을 주었고, 중국은 풍부한 자원과 연구 환경으로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적 철학의 차이

​송춘주는 베이징의 AI에서 미국 주류 AI와는 다른 철학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미국 기업들은 AGI(범용 인공지능) 달성을 위해 막대한 데이터와 신경망에 투자하지만, 송춘주는 이를 “모래 위의 집”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진정한 지능은 최소한의 입력으로 목표를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소규모 데이터, 대규모 과제” 접근법을 제시한다. 그가 정의하는 AGI는 새로운 상황에서 창의적으로 대응하고, 사회적·물리적 직관을 갖추며, 인과관계를 이해하는 시스템이다.

​GPT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은 이러한 능력을 결코 갖출 수 없다고 본다. 그의 관점은 과거 미국에서 주변화되었지만, 중국에서는 풍부한 자원과 인재를 기반으로 연구가 가능하다.

어린 시절과 학문적 성장

​송춘주는 1969년 양쯔강 유역 에저우에서 다섯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재교육”을 받는 지식인과 마을 살롱을 접하며 세계와 중국의 흐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그는 지역 고등학교 수석으로 졸업하고, 중국 과학기술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영감을 준 책 중 하나는 데이비드 마르의 비전 이었다.

​1991년, 그는 가난으로 지원서 비용을 낼 수 없었지만 미국 대학에 지원했고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다음 해, 하버드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지도교수 데이비드 머포드는 그의 “지능의 만유이론” 비전에 매료되었다.

​송춘주는 브라운, 스탠퍼드, 오하이오 주립대를 거쳐 2002년 UCLA에 정착했으며, 33세에 종신 교수직을 얻었다. UCLA에서 그는 컴퓨터 비전 분야의 선구자로, 하버드-브라운 학파의 확률 기반 연구는 이후 신경망과 AI 모델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데이터 중심 AI에 대한 회의

​2009년경, 송춘주는 단순 데이터 중심 접근법에 회의를 느꼈다. 그는 일반화 가능한 지능은 주석된 데이터를 넘어선 이해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2010년 Lotus Hill 연구소를 닫고 최소 데이터로도 추론하고 계획할 수 있는 인지 아키텍처 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미지넷 데이터셋의 등장과 2012년 신경망의 이미지 우승은 데이터 기반 AI의 우위를 확고히 했다. 송춘주는 자신의 초기 연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미국을 떠난 결정

​2020년 여름, 송춘주는 AI 연구 방향과 미국 정치 환경, 그리고 개인적 이유, 특히 딸 주이 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중국 대표로 선발된 것 등을 고려해 중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가을에는 베이징대와 칭화대 교수직 제안을 받고 AI를 설립했다. 송춘주는 딸의 선수 선발이 귀국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추측을 부인하며, 미국 내 정치적 불안과 반아시아 정서를 고려해 조용히 떠났다고 밝혔다.

베이징에서의 연구

​AI에서 송춘주는 수억 달러 규모의 연구비를 확보하며 자유롭게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신경망 연구는 제한적으로 진행되지만, 그의 주력 프로젝트인 통통 2.0은 5~6세 아동 수준의 인지 능력을 시뮬레이션하며 현실 세계에서 추론과 계획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통 2.0은 단순한 로봇 시연을 넘어, 글씨 쓰기와 도형 그리기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며 인간 수준의 인지 능력과 계획·추론 능력을 구현하는 첨단 AI 프로젝트다.

​통 2.0은 환경 변화에 따라 작업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재계획하며 적응할 수 있는 적응형 AI 시스템이다. 필요할 때는 작업을 일시 중지하거나 재개·수정·취소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계획을 동적으로 생성한다. 또한 오프라인 학습 기능을 통해 여러 언어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실제 상황에서 지식을 습득하며, 지속적인 상호작용으로 지식 기반과 능력을 스스로 업데이트한다. 시연에서는 리모컨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놓이자 신발을 벗고 소파에 올라 리모컨을 가져오는 등 문제 해결 능력을 선보였으며, 이러한 경험은 통2.0의 지식 기반 확장과 습득 기술의 기억 및 활용에 기여했다.

​송춘주는 “AI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연산 능력이 아니라 접근 방법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그의 연구 철학은 중국 당국의 기대와 맞물려 있지만 핵심 동기는 지적 탐구에 있다. 그는 “지난 30년간 나는 오직 AI 통합 이론 구축과 이해에 집중해왔다. 그것이 내 유일한 동력”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AI 경쟁의 의미

​송춘주의 귀국은 AI 연구와 글로벌 인재 이동의 변화를 상징한다. 미국 대학은 한때 자율성과 연구 자유로 국제 인재를 끌어들였지만, 정치적 압박과 연구비 축소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중국은 중앙 집중식 지원과 풍부한 자원으로 전략적 AI 연구를 촉진하고 있다. 송춘주는 “누가 AI 경쟁에서 승리하든, 중요한 것은 가장 윤리적인 AI가 개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여정은 개인적 야망과 지적 신념, 그리고 지정학적 현실이 맞물린 사례로, 인공지능의 미래를 결정짓는 경쟁에서 높은 이해관계를 보여준다.

​송춘주의 귀국과 연구 철학은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즉, 인재 육성과 연구 환경의 중요성, 데이터와 연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 그리고 장기적 비전과 창의적 접근법이 AI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한국 역시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단기적 성과보다는 연구자 중심의 자유로운 연구 환경 조성, 전략적 투자, 그리고 대안적 연구 모델 발굴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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