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 “의회 승인 없는 광범위 관세는 위헌” 6대3 판결 직후 발표
1974년 무역법 122조 근거로 150일 한시적 15% 관세 추진
“즉시 발효” 주장했지만 행정명령 서명 여부는 불확실
연구 결과 “관세 비용 대부분 미국 기업·소비자 부담” 지적
“미 관세 조치, 한국 대미 투자·상호관세에 제한적 영향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상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현지시간 2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시 발효”를 선언하며 기존 10%의 글로벌 관세를 15%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 연방대법원이 그가 지난 1년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해온 광범위한 수입 관세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직후 내놓은 사실상 ‘플랜 B’ 조치다.
연방대법원은 6대3 의견으로 대통령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것은 헌법상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시했다. 헌법상 과세 권한은 의회에 있다고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어리석고 형편없이 작성됐으며 극도로 반미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수십 년간 미국에 불리한 무역 관행이 지속돼 왔다며 관세를 법적으로 허용된 최대 수준인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1974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다. 해당 조항은 무역 불균형 시 대통령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한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는 이번 인상이 “법적으로 허용된 최대 수준”이라고 강조하며, 수개월 내 새로운 법적 근거에 기반한 관세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국가를 상대로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에도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관세를 허용하지만 정식 조사 절차를 거쳐야 하며 통상 수개월이 소요된다. 단기 대응 수단인 122조와 달리 중장기 압박 카드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다만 그는 “즉시 발효”를 주장했지만 관련 행정명령의 구체적 서명 여부와 시행 시점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앞서 기존 10% 관세가 2월 24일 동부시간 오전 12시 1분부터 발효된다고 설명한 바 있으나, 15% 인상 조치의 실제 적용 시점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 경제 정책의 핵심 수단이다. 그는 이를 통해 무역 불균형 해소와 제조업 부흥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보고서는 관세 비용의 약 90%를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했다고 분석했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 역시 비용의 96%가 미국 내 수입업체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밝혔다. 일부 연구는 관세로 인해 미국 가구당 부담이 수천 달러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한다.
관세 정책은 상당한 재정 수입도 창출했다. 대법원 판결로 IEEPA에 근거해 부과된 약 175억 달러 규모 관세에 대해 환불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이를 “복잡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다만 전체 누적 관세 수입은 약 1,750억 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일부 조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판결은 이미 징수된 관세의 구체적 환급 범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미국이 부담하는 평균 실효 관세율은 일시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웰스파고 증권은 IEEPA 기반 관세 무효화로 평균 관세율이 16%에서 13%로 하락했다고 추산했다. 다만 행정부가 관세 부과 권한 자체를 상실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비상권한은 제약을 받았지만, 122조와 301조 등 다른 통상 수단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이전 수준 이상으로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대안이 있다. 더 많은 세수를 거둘 수 있고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불법 판결 직후 또다시 비용을 올리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의 관세 조치와 관련해 한국도 일정 영향권 안에 있다. 지난해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자동차 등 일부 품목 관세 완화를 대가로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미 연방대법원의 IEEPA 관련 관세 무효 판결로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다만, 한국의 대미투자 합의는 자동차·반도체 관세 압박이 더 큰 배경이었기 때문에, 실제 투자 계획을 변경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현재 15% 상호관세율을 적용받고 있으며, 대법원 판결로 명목상 환급 가능성이 열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본관세 10%와 122조·301조 기반 관세를 유지·재부과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대미투자 재협상에는 제한적 영향만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법적 제동에도 불구하고 관세 정책의 방향성은 유지하겠다는 신호가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