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엔화 다시 약세 보이면 미·일 공동 개입 재개 가능성
155~162엔 박스권 전망"
엔화는 반등했지만 일본 국채금리는 30년 만의 최고 수준
채권시장 불안이 글로벌 금융시장 새 변수로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급등했던 일본 엔화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일본 국채시장의 불안은 오히려 확대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 대비 157.7엔 수준에서 거래되며 5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유로 대비로도 181엔대로 소폭 하락했다. 다만 지난주 일본과 미국 당국의 이례적인 공동 외환시장 개입 이후 엔화는 달러와 유로 대비 각각 약 4%가량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공동 개입 이후 엔화 방어 효과가 아직 유효하다는 평가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일본 금융시장에서는 국채 매수세 둔화가 새로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실시된 10년 만기 일본 국채 입찰에서는 예상보다 저조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재정 부담 확대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으며, 채권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행(BOJ) 출신으로 과거 외환시장 개입 실무를 담당했던 다케우치 아쓰시 리코 지속가능경영연구소 소장은 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엔화가 다시 하락세를 보일 경우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공동 개입이 시장에 엔화 약세가 일방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이 일본의 환율 방어에 직접 참여하면서 시장 신뢰를 높였고, 일본 당국도 향후 환율 개입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입장이라면 이제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에 일방적으로 베팅하는 전략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동 개입이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분간 달러·엔 환율이 155~162엔 범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으며, 엔화가 일정 기간 달러당 160엔보다 강한 수준을 유지할 경우 시장이 이를 단기 저점으로 인식해 추가적인 엔화 강세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역시 추가 공동 개입에 나설 유인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이미 일본과 함께 시장 개입을 단행한 상황에서 다시 엔화 약세를 방치할 경우 미국의 정책 신뢰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엔화가 이전처럼 급격한 약세를 재개할 가능성은 상당 부분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엔화 강세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이어질 경우 엔화는 다시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엔화 가치의 향방은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재정 운용에 대한 시장 신뢰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일본 국채시장 불안 역시 엔화 약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지난달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으며, 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규모 재정지출 기조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다케우치 소장은 미국이 이번 공동 개입에 나선 배경에도 일본 국채시장의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국채 금리 급등이 미국 국채시장으로까지 파급될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 확산을 미국도 우려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엔화의 향방이 미·일 금리 차와 일본 정부의 재정정책,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 그리고 필요 시 양국의 추가 공동 개입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