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두 달 새 64% 급등…엔비디아·AMD 중심 자금 쏠림 심화
월가 “AI 투자 사이클은 지속” 전망 속 과열 경고음도 확대

미국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주 랠리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현지시간 5월 13일 보도했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반도체 업종이 뉴욕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달아올랐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지난 3월 말 이후 약 64% 급등하며 같은 기간 약 17% 상승한 S&P500 지수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AMD 주가는 두 배 이상 뛰었고, 인텔 역시 3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시작된 AI 투자 열풍이 메모리, 저장장치, 네트워크 등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투자자 자금이 집중된 결과다.

한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AI 투자 열풍이 엔비디아 중심 흐름에서 CPU·메모리 반도체 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에 따르면 AI 열풍 초기에는 GPU 수요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AI 에이전트형 서비스 확산으로 CPU와 메모리 반도체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텔과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 관련 기업 주가도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샌디스크 주가는 500% 넘게 치솟았고, 인텔과 마이크론 역시 200% 안팎 상승했다. 특히 삼성전자 비중이 높은 한국 코스피지수 역시 반도체 투자 열풍 영향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며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 반도체 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를 두고 “AI 인프라 확대 과정에서 반도체 산업 전반이 동반 수혜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반도체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확대와 AI 서버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베이커애비뉴의 킹 립 수석전략가는 “현재 시장은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수년에 걸친 AI 설비투자 사이클 초입에 있다”며 “컴퓨팅과 네트워크 수요가 동시에 폭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64% 증가한 1조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LSEG 데이터앤애널리틱스에 따르면 S&P500 내 반도체 및 장비 기업들의 올해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약 95%로, 연초 예상치보다 크게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급등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 상황이 1999~2000년 닷컴버블 당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한다.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스티브 에드워즈 수석전략가는 “강력한 실적 기대감과 기술적 상승 흐름이 동시에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극도로 낙관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기술적 지표에서도 과열 신호가 감지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주간 기준 상대강도지수(RSI)는 최근 85.5까지 치솟으며 2000년 IT버블 정점 이후 가장 높은 ‘과매수’ 수준을 기록했다. RSI는 일반적으로 70을 넘으면 과열 구간으로 해석된다.
일부 유명 투자자들은 이미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영화 ‘빅쇼트’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마이클 버리는 최근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에 대한 풋옵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풋옵션은 자산 가격 하락 시 수익을 내는 대표적 베팅 수단이다.
문제는 반도체주의 영향력이 이제 미국 증시 전체를 좌우할 정도로 커졌다는 점이다. 현재 S&P500 내 반도체 및 장비 기업 비중은 약 18%에 달한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전략가는 “올해 S&P500 시가총액 증가분 가운데 약 70%가 반도체와 메모리 관련 종목에서 발생했다”며 “반도체 업종 조정이 곧바로 시장 전체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장 상황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탄탄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부 대형 기술주만 크게 오르고 있을 뿐 상당수 종목은 상승 흐름에 제대로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상승세가 엔비디아 등 소수 반도체·AI 관련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월가에서는 AI 산업 성장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반도체 랠리가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웰스인핸스먼트의 아야코 요시오카 수석전략가는 “단기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AI 투자 확대 흐름 자체는 여전히 강력하다”며 “반도체 업종의 추가 상승 여력도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