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층 PCB·패키지 기판 확대…초경 드릴 병목 현실화 가능성 부상
中 텅스텐株 8배 급등…월가 "공급위기 이미 시작" 가격 전망 줄상향

인공지능(AI) 서버용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텅스텐 시장이 구조적인 공급 부족 국면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AI 공급망과 핵심 전략광물로 동시에 몰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4월 중국 AI 서버용 PCB 제조업체인 빅토리자이언트테크놀로지가 홍콩증시 상장 첫날 50% 넘게 급등하며 AI 공급망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를 확인시켜줬다고 보도했다. 빅토리자이언트는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용 PCB 시장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세계 1위 업체로, 시장점유율은 13.8%에 달한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0% 증가한 193억 위안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43억 위안으로 급증했다. 조달한 자금의 약 75%는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AI 서버용 PCB 수요 증가가 단순히 기판 생산량 증가에 그치지 않고 고다층 PCB와 패키지 기판(IC Substrate), 초미세 홀 가공 증가로 이어지면서 관련 공급망 전반의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엔비디아 GB300과 NVL144·NVL576, 800G·1.6T 네트워크 장비 등 차세대 AI 인프라 확대로 PCB의 층수와 집적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판 한 장당 수만 개 이상의 홀(via) 가공이 필요해지면서 초경 드릴(BIT)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시대의 핵심 병목이 반도체 칩 자체뿐 아니라 홀 가공 공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AI 서버용 고다층 PCB와 ABF 패키지 기판 생산 과정에서는 기존 범용 PCB보다 훨씬 많은 초미세 홀 가공이 요구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텅스텐카바이드 드릴 비트의 교체 주기가 짧아지면서 고급 드릴 공급이 빠듯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AI→PCB→드릴 비트(BIT)→텅스텐카바이드'로 이어지는 새로운 공급망 사이클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과 대만 PCB 업계에서는 AI 서버용 고급 드릴의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의 가동률은 9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은 텅스텐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스트리트와이즈 리포트는 캐나다 광산기업 얼라이드 크리티컬 메탈스가 포르투갈 빌라 베르데 파일럿 프로젝트 개발을 위해 총 4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신규 전략적 투자자는 25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에 참여하며 기존 투자자는 파일럿 플랜트 건설을 위해 15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투자자는 생산되는 텅스텐 정광의 50%를 확보할 권리를 갖게 되며, 오프테이크 계약에는 2026년 기준 1000달러/mtu의 최저가격 조건이 포함됐다.
로이 보넬 얼라이드 크리티컬 메탈스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시장이 텅스텐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가운데 텅스텐 가격은 3000달러/mtu를 넘어섰다"며 "이번 자금 조달은 텅스텐 정광 생산을 앞당기기 위한 계획에 대한 강력한 지지"라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은 자본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중국 최대 텅스텐 소재 기업 가운데 하나인 중국텅스텐앤하이테크머티리얼스는 지난해 7월 12위안 수준이던 주가가 최근 98위안을 돌파하며 약 8배 상승했다. 특히 6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며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방산 수요에 더해 AI 서버용 고다층 PCB 생산 확대에 따른 텅스텐카바이드 드릴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텅스텐 시장의 공급 부족이 이미 현실화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 역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가에서도 텅스텐 가격 전망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오펜하이머는 알몬티 인더스트리에 대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면서 2026~2028년 텅스텐 및 APT 가격 가정을 기존 750달러/MTU에서 1250달러/MTU로 대폭 높였다. 이는 글로벌 텅스텐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투자은행인 DA 데이비슨 역시 텅스텐 시장이 공급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며 알몬티 인더스트리에 대한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DA 데이비슨은 글로벌 기준 가격인 패스트마켓의 텅스텐 가격이 향후 MTU당 20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시했다.
서방권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알몬티 인더스트리는 올해 상동광산 1단계 시운전을 완료했으며 연간 약 64만톤의 광석 처리 능력을 기반으로 약 2300톤 규모의 텅스텐 정광 생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2027년 완료 예정인 2단계 증설이 마무리되면 생산능력은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서방 국가들은 텅스텐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정한 핵심 전략광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세계 텅스텐 공급과 매장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국가 안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35년까지 글로벌 텅스텐 수요가 약 47%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신규 광산 개발 프로젝트 부족으로 구조적인 공급 부족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방산과 항공우주 산업에 더해 AI 인프라 확대가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면서 텅스텐 가격은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지난해 저점 대비 수 배 이상 급등한 가격 수준이 형성되면서 텅스텐이 올해 최고의 성과를 기록한 원자재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서버용 고다층 PCB와 패키지 기판 생산 증가가 텅스텐카바이드 드릴 비트 소비량을 크게 늘리고 있으며, 원재료인 텅스텐 가격 상승과 맞물려 관련 산업 전반이 새로운 슈퍼사이클 초입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 관계자는 "과거 텅스텐 수요가 방산과 공작기계 산업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텅스텐과 텅스텐카바이드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