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업이 길어질수록 ‘쉬었음’으로 이동…취약 청년층에서 가속
학력·진로적응도 격차, 청년 노동시장 이탈의 분기점
“눈높이 탓 아니다”…중소기업 선호에도 막힌 진입 장벽
구직·학습·휴식 갈림길에서 밀려난 청년들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시간, 다시 돌아올 확률을 낮춘다
한국은행이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아무런 구직·학습 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단순한 개인 선택이나 일자리 눈높이 문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누적되는 구조적 제약과 개인의 인적·비인지적 역량 격차가 맞물리며 특정 청년층이 노동시장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분석 결과, ‘쉬었음’ 상태에 있는 청년층은 약 42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청년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히 개인 선택이나 눈높이 문제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청년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미취업 청년을 구직, 인적자본 투자, 쉬었음의 세 유형으로 나눠 살펴본 결과, 학력과 진로 적응 능력, 미취업 기간이 ‘쉬었음’ 상태로의 이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특히 초대졸 이하 청년은 4년제 대졸 이상 청년에 비해 쉬었음 상태에 머무를 확률이 약 6.3%포인트 높았고, 교육·훈련 등 인적자본 투자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해석하기보다 기대수익 구조의 차이로 설명했다. 학력이 낮을수록 추가적인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노동시장 보상이 제한적이라고 인식하면서, 적극적인 투자 대신 활동을 중단하는 선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진로에 대한 계획성·자기주도성·자신감 등으로 구성한 ‘진로적응도’가 낮은 청년에서도 동일한 경향이 확인됐다. 진로적응도가 낮은 청년일수록 쉬었음 상태에 있을 확률이 약 4.6%포인트 높았으며, 인적자본 투자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됐다. 분석 결과 미취업 상태가 1년 늘어날 때마다 쉬었음 상태로 이동할 가능성이 약 4.0%포인트 상승했고, 미취업 기간이 5년에 이르면 쉬었음 상태로 있을 확률이 약 20%포인트까지 증가했다. 이는 장기 미취업이 단순한 시간 경과를 넘어 개인의 인적자본과 사회적 연결을 약화시키며 노동시장 복귀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단계임을 보여준다.
한편 쉬었음 청년 증가를 두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높아진 눈높이’ 주장과 달리, 실제 일자리 기대 수준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쉬었음 청년의 평균 유보임금은 약 3,100만 원 수준이었고, 선호하는 기업 유형에서는 중소기업이 48%로 가장 많았으며,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각각 17.6%와 19.9%를 차지했다. 이는 쉬었음 상태에 있는 청년 다수가 노동시장 진입 의지가 낮아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지 안에서도 진입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전 직장 경험에서도 쉬었음 청년이 다른 미취업 청년과 뚜렷하게 다른 패턴을 보이지는 않았다. 직장을 그만둔 사유는 근로조건이나 전망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고, 비자발적 퇴직이나 전공·직무 미스매치 비중 역시 유형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일부 청년이 취업 경험 이후 실망을 겪고 쉬었음 상태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있으나, 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쉬었음 청년 문제를 방치할 경우 노동시장 이탈이 특정 집단에 고착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초대졸 이하 청년층은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시장 복귀 가능성이 빠르게 낮아지는 만큼, 조기 개입과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로 설계와 직업 적응력을 높이는 상담·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청년 고용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근로 여건을 개선해 실제 진입 가능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쉬었음 청년 증가는 경기 변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와 개인 역량 간 불일치가 누적된 결과”라며, “청년층 일부가 노동시장 밖에 장기간 머무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