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사찰 빠진 휴전, 이란 핵 능력 통제 공백 우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논란, 세계 에너지 공급망 흔들리나
최대 요구 내건 이란, 미국과 입장 차 여전히 평행선
4월 10일·19일·5월 중순, 협상 향방 가를 세 번의 분기점
핵·원유·희토류 얽힌 구조적 충돌, 글로벌 경제까지 확산

미국과 이란이 전면 충돌 직전에서 극적으로 휴전 논의에 들어갔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합의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내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더 가디언, 악시우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의 4월 8일자 보도를 종합하면,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핵 프로그램 문제, 그리고 이란의 강경한 요구 조건이 향후 협상의 향방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전쟁 종식을 위한 조건으로 10개 항목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대이란 제재의 전면 해제, 중동 내 미군 철수, 동결 자산 해제, 전후 복구 비용 지급 등 정치·군사·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영구적 종전’을 전제로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미국은 단계적 접근을 선호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이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는 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은 해당 해협을 자국 군의 관리 아래 두고 선박 통항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일부 보도에서는 통과 선박에 대한 비용 부과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국가가 사실상 통제권을 행사하는 구조는 국제 에너지 공급망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우려는 적지 않다. 해협 통제권이 이란으로 넘어갈 경우 국제 해상 질서가 흔들릴 수 있고,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정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현실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핵 프로그램 문제 역시 협상의 가장 큰 난제로 남아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2026년 3월 평가에 따르면 이란은 60%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을 450kg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핵무기 9기에서 11기 제작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되며, 핵 개발까지 걸리는 시간 역시 과거보다 크게 단축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논의 중인 휴전안에는 핵 사찰과 관련된 핵심 조항이 사실상 빠져 있는 상태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접근 권한 보장이나 우라늄 농축 중단, 검증 체계 구축 같은 기본적인 통제 장치가 포함되지 않았고, 짧은 휴전 기간 동안 이를 보완할 장치 역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더 나아가 이란 의회가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협력 중단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핵 문제는 오히려 더 불확실한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이미 상당한 충돌이 있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무기·화학 관련 시설 약 85%가 파괴된 것으로 평가되며, 탄도미사일 생산 및 발사 체계 역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핵심 농축 시설은 대부분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실제 피해는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포르도 지역의 농축 시설은 지하 약 80미터 깊이에 위치해 있어 재래식 무기로는 접근 자체가 어렵다. 이 시설은 2025년 6월과 2026년 2월 공격에서도 기능을 유지했으며, 일부 핵 물질은 별도의 지하시설로 분산 보관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군사적 타격에도 불구하고 핵 능력은 유지된 상태에서, 협상 테이블 위 요구 조건은 오히려 더욱 강하게 맞부딪히고 있다. 이스라엘은 우라늄 농축의 전면 중단과 핵물질 완전 제거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농축 권리를 국가 주권의 문제로 규정하며 인정과 제재 해제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지점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협상은 세 가지 주요 분기점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 번째는 4월 10일, 파키스탄 수도에서 전쟁 이후 첫 직접 협상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 자리에서 양측이 실제 양보 의지를 보일 수 있을지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공습을 통해 방공망 130여 개를 무력화하고 핵심 인물을 제거하며 일정한 성과를 확보한 상태에서 협상에 임하고 있고, 이란 역시 해상 요충지 통제와 체제 유지 능력을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두 번째 분기점은 4월 19일이다. 미국이 설정한 약 1억4천만 배럴 규모의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 유예가 만료되는 시점으로, 유예가 연장되느냐 종료되느냐에 따라 흐름은 크게 달라진다. 유예가 연장될 경우 중국 정유업체들은 할인된 이란산 원유를 계속 들여올 수 있지만, 유예가 종료될 경우 기존에 유예되던 물량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중국 기업들은 2차 제재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하루 약 1,280억 달러 규모로 형성된 결제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이 조치는 군사적 충돌 없이도 에너지 안보와 금융 흐름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협상 초기 단계에서 활용 가능한 중요한 지렛대다.

세 번째 분기점은 5월 중순이다.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과 정상급 회담이 예정돼 있으며, 관세와 희토류 문제를 넘어 이란 이슈까지 협상 의제가 확장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은 이란 원유 수입과 결제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만큼, 미국이 제재와 금융 압박을 결합해 활용할 경우 협상 구도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중희토류 가공의 약 95%를 차지하며 에너지와 자원 공급망을 동시에 연결하는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가운데 이란의 원유 생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경로, 그리고 중국의 자원 가공 능력이 하나의 흐름으로 맞물리면서 상호 의존적인 압박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결국 이번 협상은 단일 사안을 넘어,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글로벌 차원의 힘의 경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분자 단위의 연결 구조’로 설명한다. 이란의 석유화학 자원, 해협을 통한 에너지 흐름, 그리고 중국의 희토류 가공 산업이 각각 병목 지점으로 작용하며, 특정 지점을 통제하는 국가가 전체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휴전 협상은 단순한 전쟁 중단을 넘어선다. 핵 개발 문제, 에너지 통제권,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이 서로 얽혀 있는 복합적인 전략 경쟁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단기적인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핵 문제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중동을 넘어 전 세계적 불안정성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