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사망자 급증… 미 압박 강화, 트럼프 “상황 지켜볼 것”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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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1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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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026-01-15 23:43

인권단체 “시위로 최소 2,571명 사망” 국제사회 압박 속 미 개입 변수 부상
트럼프 “이란, 살상 중단·처형 계획 없어” 군사 옵션은 여전히 검토
경제 위기 촉발한 이란 시위 전국 확산 사망자 수 놓고 엇갈린 집계
미군 기지 경계 강화·영공 폐쇄 중동 안보 불안에 국제 유가 출렁
외교 해법 강조한 이란 외무장관 사법부는 강경 신호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간 14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며 이란 시위 사태와 관련해 “이란 측으로부터 시위대에 대한 살상이 중단됐고 처형 계획도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하고 있다 / 사진출처: 미 백악관 공식 계정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며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중동 정세가 급격히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 사회가 인권 참사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부로부터 시위대에 대한 살상이 중단됐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강경 발언의 수위를 일단 낮췄다.

이란 인권단체 ‘뉴스 에이전시(HRANA)’는 14일, 최근 시위로 최소 2,57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수년 만에 이란 종교 지도부가 직면한 최대 규모의 내부 반발로, 경제 위기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화폐 가치 폭락과 물가 급등에 대한 불만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섰다.

HRANA에 따르면 시위는 현재까지 187개 도시에서 최소 617건 발생했으며, 1만8천 명 이상이 체포됐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2,403명이 시위 참가자였고 정부 관련 인사는 147명, 미성년자 12명, 일반 시민 9명으로 분류됐다. 이란 당국은 사망자 수를 약 2,000명으로 공식 발표했으나, 국제 인권 단체들은 통신 차단과 정보 통제로 인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혈 사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의 대응이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간 14일 밤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 측으로부터 시위대에 대한 살상이 중단됐고 대규모 처형 계획도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정보가 신뢰할 만한 경로를 통해 전달됐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출처는 공개하지 않았으며 미국 정부 차원의 공식 확인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이란이 시위대를 향해 무력을 사용할 경우 미국이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해 왔지만, 이날은 군사 행동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군사적 선택지를 검토했으나, 단일한 조치만으로 정권에 결정적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군사 행동을 준비하며 전략적 혼선을 유도한 전례가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대규모 처형이 예정돼 있었지만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실제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로 인한 사망자 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고, 관련 추산이 수천 명에서 만 명 이상까지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위에 대한 보복으로 사형을 집행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교수형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미국과의 관계 역시 전쟁보다는 외교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란 사법부 수장은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매체에 공개된 영상에서 “무언가를 하려면 빠르고 적절한 시점에 해야 한다”고 언급해 강경 대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시위 이후 처음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시위 참가자의 집행도 당초 예상과 달리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적 발언과는 별개로 현장에서는 통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의 인터넷 차단은 8일째 지속되고 있으며, 현재는 국내 통신만 제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이란은 미국의 군사 행동 가능성에 대비해 한때 영공을 폐쇄했으나, 이후 항공 안전을 이유로 영공을 다시 개방했다. 다만 주요 국제 항공사들은 여전히 위험을 우려해 이란과 이라크 상공을 피해 항로를 조정하고 있다. 미국은 카타르 내 주요 군사 기지 일부 인력에 대해 대피를 권고했으며,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미국 대사관에도 군사 시설 접근 자제를 지시했다. 영국 정부 역시 테헤란 주재 외교 인력을 철수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THAAD)는 이란이 보유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처럼 고고도로 비행하는 위협을 요격해 핵심 군사·민간 시설을 방어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다 / 사진출처: 미 중부사령부 공식 계정


이러한 긴장 국면 속에서 미국 중부사령부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왕립 방공군의 사드(THAAD) 미사일 방어체계 운용 부대가 미 텍사스주 포트블리스에서 전문 훈련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는 미·사우디 간 방공 협력이 실질적인 대응 능력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경우 사우디 정부가 자국 영공을 미군 전투기에 개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동맹 내 정책 조율에 변수가 존재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미 국방부가 남중국해에 배치돼 있던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한 타임 오브 인디아는 이번 전력 재배치가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항공모함 전단을 중부사령부 관할 구역으로 전개하는 조치로,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간 긴장이 격화되는 국면에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중부사령부의 작전 범위에는 중동을 비롯해 북동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지역이 포함된다.

미국 뉴스 네이션은 해당 항모 전단이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여러 척의 군함과 최소 1척의 공격형 잠수함으로 구성돼 있으며, 중동 지역 도착까지는 약 일주일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 항공모함은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력 이동은 미군의 전략 자산이 중동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로, 역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적 대비 태세가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 국방부는 이번 재배치의 구체적인 목적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등 미군 기지를 제공하는 국가들을 타격하겠다는 입장을 해당 국가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란이 지난해에만 1,500명 이상을 처형했다며, 이번 시위 진압 과정에서 드러난 조직적 인권 침해에 대해 국제 사회가 보다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국제 유가는 약 3% 하락했고, 금과 은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 최근 강경 발언으로 급등했던 원유 가격이 진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