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200달러, 감당 가능하면 게임 계속”-IRGC 경고 속 아람코, 두 유전 생산 감축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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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3-10 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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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026-03-10 3:29

아람코, 두 유전에서 원유 생산 감축…수요 감소 아닌 물리적·보험적 한계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홍해 송유관도 수출량 한계
중동 산유국들, 저장 공간 포화로 생산·출하 제한
IRGC, 걸프 지역 산유 시설 공격 가능성 공개…군사·경제적 위협 확대
브렌트유 가격 115달러 돌파…단기 공급 차질과 지정학적 리스크 반영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이스(Khurais) 유전 처리 시설은 2009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하루 120만 배럴의 원유 생산 능력을 추가했다. 중앙 생산 시설에서는 원유를 안정화시키고, 황 함유 가스와 천연가스액으로 분리한다 / 사진: Planet Labs, Inc., CC BY-SA 4.0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두 개 유전에서 원유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3월 9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아람코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감축 대상 유전과 감축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생산 조정은 수요 감소가 아니라, 운송과 저장 용량 한계 등 구조적 문제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사우디 아람코의 주요 원유 생산 시설은 여러 지역에 분포하며, 각 시설은 고유한 역할을 수행한다. 쿠라이스 유전은 중앙 생산 시설을 갖춘 핵심 유전으로, 원유를 안정화하고 황 함유 가스와 천연가스액으로 분리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가와르 유전은 아람코 전체 생산량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사막 남부의 샤이바 유전은 극한 환경에서도 원유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주요 시설이다. 이번 감축은 이러한 다수 유전과 생산 시설의 구조적 한계와 연관된다.

사우디는 하루 약 1,000만 배럴을 생산하며, 이 중 약 700만 배럴을 수출한다. 기존 수출의 80% 이상은 페르시아만 연안 라스탄우라 터미널을 거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내 시설을 공격하자,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사일과 드론으로 대응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되었고, 일부 보험사들이 전쟁 위험을 이유로 선박 보험을 취소하면서 상업 운항도 약 80% 감소했다.

아람코는 이에 대응해 동부지역에서 홍해 연안 얀부까지 연결되는 1,200km 송유관을 통해 일부 원유를 우회 운송하고 있다. 3월 초 5일 동안 얀부 항에서는 하루 190만 배럴이 적재되어 통상 대비 60% 증가했지만, 송유관 최대 용량은 약 250만 배럴에 불과해 수출량 700만 배럴의 3분의 1만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사우디 온쇼어 원유 저장량은 약 8,200만 배럴로 전체 저장 용량의 56% 수준이다. 하루 1,000만 배럴의 생산량 중 수출되지 못한 750만 배럴은 저장고로 유입되며, 이 속도라면 약 10일 만에 저장고가 포화 상태에 이른다. 저장 공간이 부족하면 유정을 멈출 수밖에 없으며, 생산을 갑작스럽게 중단하면 저류층 손상과 압력 저하로 수개월간 재가동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아람코의 생산 감축은 단순한 시장 전략이 아닌, 물리적·보험적 한계와 구조적 문제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쿠웨이트와 카타르,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 중동 산유국도 유사한 이유로 생산을 줄이거나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특히 카타르는 드론 공격으로 LNG 생산을 중단했고,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선적 불가 상황을 선언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전 지역에서 생산과 출하를 제한하게 만든 요인이다.

/ 그래픽: 유스풀피디아


이번 조치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약 115달러까지 치솟으며, 2022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아람코의 홍해 송유관 우회 운송이 제한적이어서, 걸프 지역 폐쇄로 발생한 수백만 배럴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소비자와 기업들은 향후 몇 달간 높은 연료 가격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위험도 심화되고 있다. 더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IRGC의 에브라힘 자바리 장군은 8일 걸프 지역 미군 기지가 있는 국가들을 향해 “배럴당 200달러 이상을 감당할 수 있다면, 게임을 계속해보라”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협박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군사 능력을 공개한 ‘작전 상황 보고’라는 평가다. IRGC는 약 2,500~6,000기의 탄도·순항 미사일을 31개의 자율 주에 분산 배치하고 있으며, 각 주는 독립적으로 발사기와 탄약고, 목표 목록을 관리하는 체계를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월 1만 대 수준으로 생산되는 단가 2만 달러의 샤헤드 드론은 걸프 지역의 석유 터미널, 담수 시설, 항구, 유조선 적하장까지 도달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IRGC 측이 제시한 ‘배럴당 200달러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 그 자체가 아니라, 걸프 국가들의 석유 수출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지속적·분산 공격을 의미한다. 주요 목표로는 사우디 라스 타누라(Ras Tanura) 단지, UAE 제벨 알리(Jebel Ali) 항, 쿠웨이트 미나 알 아흐마디(Mina al-Ahmadi), 카타르 라스 라판(Ras Laffan), 바레인의 바프코(Bapco) 등이 포함되며, 일부 시설은 이미 공격을 받은 상태다.

최근 이스라엘의 테헤란 내 에너지 시설 공습으로 폭발과 연기가 발생했고, 이란은 걸프 인접국의 석유 시설 보복 공격을 경고했다. 사우디, 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 국가의 석유 시설과 항구, 담수화 시설도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하루 약 2,000만 배럴, 우회 송유관은 350~550만 배럴 수준이다. 만약 공격이 사우디와 UAE의 주요 터미널로 확대되면, 하루 2,500만 배럴 이상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과거 오일 쇼크 당시 공급 차질(1973년 500만 배럴, 1979년 400만 배럴, 2003년 200만 배럴)과 비교하면 규모가 훨씬 크다.

해상 운임도 기록적 수준으로 급등했다. 초대형 원유 운반선 하루 운임은 48만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업 운항은 평소 대비 약 90% 감소했으며, 미국 정부의 제한적 보험 지원을 받은 일부 유조선만 운항 중이다. 몰타 국적 유조선 한 척은 자폭 무인기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미국 정부는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보험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사태가 수 주 안에 안정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협이 다시 열리기 위해서는 군사적 긴장 완화뿐 아니라 국제 재보험 시장의 자본 확충, 전쟁 위험에 대한 새로운 평가, 선박별 보험 재계약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분기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를 기존보다 상향해 배럴당 76달러로 제시하면서, 공급 차질이 5주 이상 지속될 경우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 전망치는 2분기 평균 가격 예상치를 의미하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동 긴장으로 인해 실제 현물 가격은 이미 배럴당 107달러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의 급등은 단기 공급 차질과 리스크 프리미엄에 따른 것이며, 골드만삭스 전망치는 향후 분기 평균 가격을 예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아람코의 생산 감축은 보험사와 인프라 한계, 지정학적 리스크가 얽힌 구조적 문제의 결과다. 호르무즈 해협은 보험 문제로, 라스탄우라는 드론 공격으로 사실상 폐쇄되었으며, 송유관과 저장고는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 이제 원유 생산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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