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입국금지로 해외 유학생 발 묶여…“꿈의 대학, 손에 닿지 않아”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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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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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025-11-06 23:08

“꿈의 대학, 발목 잡힌 현실”

19개국 유학생 1만 9000명, 미국 진학길 막혀

이란·미얀마 학생 가장 큰 영향, 아프리카·중동·아시아도 포함

대학 진학 연기·포기 속출…유럽 등 대체 진로 모색

국제 사회와 학계, 협력 확대·대안 마련 촉구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내 여성의 대학 진학을 금지하면서, 21세 바하라 사가리 씨는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기로 목표를 세웠다. 사가리 씨는 수년간 하루 최대 8시간씩 영어를 연습하며 노력한 끝에 미국 일리노이주 녹스 칼리지에서 경영학 전공으로 입학 허가를 받았다.

​올가을부터 대학 생활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국금지 조치로 계획이 무산됐다.

​사가리 씨는 “마침내 꿈을 향해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사라진 느낌”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입국금지 조치는 19개국 출신 약 1만9,000명 의 유학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란(12,430명)과 미얀마(3,222명) 학생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국가들도 포함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미국 대학 진학 기회를 잃거나 입학을 연기해야 하고, 일부는 유럽이나 다른 국가로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국제 사회와 학계는 이번 조치가 인적자원 개발과 학문 교류를 저해한다며, 지역적·글로벌 협력 확대와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19개국 국민 입국금지와 비자 제한으로 수천 명의 유학생이 미국 입국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들은 평생 미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준비했지만, 정치적 상황 때문에 발이 묶인 상태다.

​지난해 미국 국무부는 5월에서 9월 사이, 입국금지 대상 19개국 국민에게 5,700여 건의 F-1 및 J-1 학생·교환 방문자 비자를 발급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이란과 미얀마 국민이었다.

​이란 출신 17세 푸야 카라미 씨는 과학 연구 기회를 이유로 대학 진학을 미국에만 집중했다. 그는 캔자스주 피츠버그주립대에서 고분자 화학을 공부할 예정이었지만, 입국금지로 입학을 내년으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카라미 씨는 “비자 인터뷰를 준비하고 미국 정치인들에게 입국금지 완화를 요청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출신 18세 학생 구 구(별칭) 씨 가족은 그의 해외 유학을 위해 생활비를 절약하며 준비했지만, 입국금지 소식이 전해지자 올가을 미국 대학 입학 계획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사가리 씨는 처음에는 파키스탄에서 비자 인터뷰를 연기했지만 결국 취소했고, 녹스 칼리지도 입학 연기 요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후 유럽 대학으로 눈을 돌렸지만, 독일 대학에서는 영어 능력 시험 만료 문제 등 행정 절차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폴란드 대학에서 수업료 선납 조건으로 입학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란 출신 28세 연구자 아미르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방문 학자 기회를 놓치면서, 테헤란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이상적인 생각이 깨졌다”며, 새로운 국가에서 연구를 이어가려면 추가 시간과 언어 학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입국금지가 정치적 불안정 국가와 경제적 취약국 출신 학생들에게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인적자원 개발과 학문 교류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유럽, 중국, 인도 등 다른 국가에서 학문적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디지털 협력과 지역적 학문 파트너십 강화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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