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셧다운 여파로 식품보조금 지급 중단…고령층·한부모·폭력 피해 생존자 등 취약계층 타격 심각
● SNAP 중단으로 미국 저소득층 생계 위기
● 고령층과 장애인 식비 확보 어려움
● 가정폭력 생존자 경제적 부담 심화
● 전기세와 임대료 등 필수 비용 선택 강요
● 푸드뱅크와 사회복지 단체 도움 의존 증가
미국 내 약 4,200만 명의 저소득층이 의존하는 식품보조제도(SNAP, 일명 푸드스탬프)가 11월 1일부로 일시 중단되면서, 수많은 국민이 생존의 갈림길에 내몰리고 있다. 연방정부의 예산 교착으로 지원금 지급이 중단된 가운데, 정부는 비상예산으로 ‘부분적 운영’을 약속했지만, 실제 지급까지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ABC 보도에 따르면 뉴욕 브롱크스에 거주하는 67세의 마르티나 산토스 씨는 “이건 악몽 같다”며 “식비를 마련할 돈이 없어, 집세를 내야 할지, 전기요금을 내야 할지, 아니면 음식을 사야 할지를 매일 고민한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 치료용 기기에 필요한 증류수조차 SNAP 지원금으로 구입하던 그녀는 이제 식료품 저장고에 남은 콩과 시리얼, 그리고 아들이 사다준 우유 한 통으로 버티고 있다. 그녀는 지역 비영리단체 ‘웨스트사이드 캠페인 어게인스트 헝거’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이달 임대료의 일부만이라도 낼 수 있는지 집주인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 날엔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시기”라고 토로했다.


롱아일랜드에 사는 42세의 니콜 씨(가명)도 같은 불안을 겪고 있다. 2024년 가정폭력을 피해 독립한 뒤 세 자녀와 함께 SNAP 지원을 받아온 그녀는 “음식값이 너무 올라 식료품점에 가면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산을 짜서 장을 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금보조와 가족의 도움으로 근근이 식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휴대폰 앱으로 전자카드 잔액을 확인할 때마다 ‘0달러’가 찍힌 화면을 보고 허탈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냥 혹시나 해서 매일 확인한다. 기적처럼 다시 지원이 재개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현금보조라도 받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도움받을 가족조차 없는 사람들은 더 막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폭력 생존자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뉴 데스티니 하우징’의 니콜 브랑카 대표는 “우리가 지원하는 생존자의 70%가 SNAP 수혜자”라며 “이들은 이미 가정폭력으로 인한 경제적 학대 즉, 통장 접근 제한, 신용 파산, 급여 통제를 겪은 뒤 처음으로 자립을 시작한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점에서 SNAP이 중단된 것은, 그들의 재정적·정신적 회복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충격”이라고 덧붙였다.
피츠버그에 사는 68세 일레인 마스터스 씨 역시 SNAP 지원이 끊기며 심각한 불안을 호소했다. 2017년 계단 추락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뒤 저하된 갑상선 기능과 라임병까지 앓고 있는 그녀에게 SNAP은 단순한 식비 지원이 아니라 건강 유지의 기반이었다. “과일과 채소 같은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증상이 완화되고 약을 줄일 수 있다”며 “하지만 지원이 끊기면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병원 방문이 늘어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 푸드뱅크에서 나눠주는 식료품 꾸러미를 받아온 그녀는 “전기세, 자동차 보험, 주택 보험이 한꺼번에 밀리면 버틸 수 없다. 겨울이 오면 난방비도 오르는데 정말 막막하다”고 했다. 그녀는 예전처럼 “썩은 치즈의 곰팡이 부분을 도려내거나, 양파의 겉층을 벗겨내고, 채소 찌꺼기로 국물을 내며 식재료를 아껴 쓰는 법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은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SNAP 중단 사태는 미국 내 경제적 약자들에게 ‘식량 위기’라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노년층, 한부모 가정, 장애인, 폭력 피해 생존자 등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가운데, 현지 사회복지단체들은 정부에 조속한 예산 집행과 제도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비를 포기하면 영양 불균형과 건강 악화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상승과 사회적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중단이 아니라, 국가 복지 안전망의 근본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