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미, 단순한 곡물이 아니다”…항산화·혈당 조절·뇌 건강까지 돕는 ‘기능성 식품’으로 부상

이성철 기자
Icon
입력 : 2025-11-06 2:07
Icon
유스풀인사이트
2025-11-07 1:52

흑미, 항산화와 혈당 조절 돕는 미래형 곡물
황제의 쌀에서 슈퍼푸드로 돌아온 흑미의 재발견
발아와 저도정이 살리는 흑미의 영양과 효능
기능성 식품 산업의 새로운 블루칩, 흑미
임상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잠재력은 충분한 흑미

한때 황제만이 먹을 수 있었던 ‘금지의 쌀’ 흑미가 현대인의 식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흑미는 풍부한 항산화 성분과 영양소를 지닌 기능성 식품으로서 대사 건강 개선과 식품 산업 전반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전 세계 절반, 쌀에 의존…흑미의 가치 재조명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에서는 약 20억 명이 하루 섭취 열량의 60~70%를 쌀에서 얻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양가가 높고 기능성이 우수한 쌀 품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 흑미가 자리하고 있다.

풍부한 영양과 생리활성 성분

흑미의 영양적 가치는 대부분 쌀겨층에 집중돼 있다. 흑미는 일반 쌀보다 훨씬 많은 안토시아닌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는 항산화 작용의 핵심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흑미는 필수 아미노산(트립토판, 라이신 등)과 아연, 셀레늄, 철분 등 항산화 효소 활성에 필요한 미네랄을 다량 포함한다. 또한 비타민 B군, 비타민 E, 베타카로틴, 그리고 페놀 화합물(케르세틴, 페룰산, 루틴 등)과 감마 오리자놀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발아 과정을 거치면 신경 안정과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되는 감마 아미노뷰티르산(GABA) 함량이 증가해 흑미의 영양적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혈당 조절과 항당뇨 효과

연구팀은 흑미의 항당뇨 효과가 탄수화물 분해 효소 억제 및 장내 포도당 흡수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흑미에 함유된 저항성 전분은 소화 속도를 늦추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식후 혈당 급상승을 완화한다. 실제로 당뇨병 동물모델에서 흑미 추출물 투여 후 혈당 안정화 효과가 관찰되었다.

콜레스테롤·항산화 효과와 한계

흑미 속 안토시아닌은 장에서의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고 배설을 촉진해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을 약 22%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대표적 안토시아닌 성분인 시아니딘-3-글루코사이드는 항산화 효소인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아제 활성을 높이고, 지방 과산화를 억제하며, 혈당 강하 작용을 보였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효과가 사람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라며, “안토시아닌의 체내 흡수율이 낮아 임상적 효능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뇌 건강·항바이러스·항암 효과 가능성

흑미 안토시아닌 추출물은 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로 인한 신경세포의 손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연구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유발하는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도 보고됐다. 흑미에 함유된 시아니딘과 페오니딘 계열 안토시아닌은 암세포의 전이를 억제하는 항암 잠재력도 보여주었다.

가공과 조리법이 효능에 큰 영향

가공 과정은 흑미의 유효 성분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발아는 감마 오리자놀과 페놀 화합물, GABA 함량을 높이는 반면, 도정은 안토시아닌과 항산화 성분을 50~90%까지 감소시킨다. 고온·고압 가공은 미생물 안전성을 높이지만 항산화 물질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자외선 조사나 발효, 효소 처리 등은 생리활성 성분을 부분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점에서 ‘저도정’ 또는 ‘부분 발아 흑미’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건강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제시된다.

식품 산업에서의 활용

흑미는 단순한 곡물을 넘어 식품 산업의 유망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흑미 분말을 활용하면 제빵류의 항산화력을 높이고, 글루텐 프리 제품이나 기능성 스낵, 색소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흑미를 이용한 파스타와 국수는 식이섬유 함량이 높고, 기름 흡수를 줄여 칼로리를 낮춘다.

“유망하지만, 사람 대상 근거는 아직 부족”

연구진은 “흑미는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하고 잠재력이 큰 식품이지만, 인체 임상 연구는 아직 제한적”이라며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흑미는 일반 백미보다 수확량이 적고 재배에 많은 물과 비용이 들어 상업적 확산에는 기술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흑미는 풍부한 안토시아닌과 식이섬유, 미네랄, 페놀화합물을 함유한 ‘슈퍼푸드’로서, 혈당 조절과 심혈관·뇌 건강 개선, 염증 완화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는 주로 동물실험이나 단기 인체시험에 한정돼 있으며, 향후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흑미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