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환율·빚투·국민연금, 한국·미국 사례로 본 경제 심리와 정책 한계”

유스풀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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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6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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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풀인사이트
2025-11-26 5:37

국민연금과 환율, 장기 수익성과 단기 안정성 사이의 딜레마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 외환시장 안정화 정책의 한계
해외 소비·빚투 열풍, 정책 효과를 제한하는 경제 주체 심리
미국 사례로 보는 행동경제학적 시사점: 합리적 기대와 다른 소비 패턴
단기 조치만으론 부족…법·제도·심리를 고려한 종합적 정책 필요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현황. 최근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 14.8%에서 17%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보도가 나오며, 허용 한도 초과 가능성과 운용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2015년 이후 점차 확대되었으나(꺽은선형), 2021년부터 기금 전체 자산 규모가 줄어들면서 비중이 감소하였다. 2025년 8월 말 기준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14.8%로 집계되었다. / 출처: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웹사이트, 국민연금 자산 포트폴리오 현황및 국내주식 투자개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하면서, 정부는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 4개 기관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가동했다. 국민연금을 외환시장 안정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기금의 장기적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화 간 균형 문제는 정책적·법적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산을 관리하는 공적 기금으로서 장기적 안정성과 운용원칙이 최우선이다. 형법 제356조(업무상 배임) 규정에 따르면, 기금 운용자가 임무를 위반해 재산상 손해를 끼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따라서 단기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하려면, 기금운용위원회의 심의·의결과 철저한 법적 검토가 선행돼야 하며, 정책적 편의만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는 달러 수요와 직결되고, 이는 원화 약세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금이 해외투자를 위해 다시 달러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환율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장 구조, 법·제도, 정책 목표 간의 모순이 명확히 드러난다.

흥미로운 점은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해외 소비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올 3분기 해외 카드 사용액은 59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으며, 1인당 사용액과 출국자 수 모두 상승했다. 전통적 가격 민감도 모델로는 설명되지 않는 행동적 현상으로, 소비자들이 환율 충격에도 ‘심리적 보상’과 여가·경험 중심 소비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신용거래융자(빚투) 잔액은 약 26조 원대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개인 레버리지는 단기 유동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금리 상승과 환율 변동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적 리스크를 내포한다. 국민연금은 최근 주식 투자로 200조 원대 수익을 기록하며 코스피 변동성을 일부 완충했으나, 장기적 운용 원칙과 구조적 한계로 인해 무한정 시장을 떠받칠 수는 없다.

미국에서도 소비자 심리 지표는 역대 최저 수준임에도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하며 경제 활동을 지탱하고 있다. 고소득층의 자산 효과, 저소득층의 전통적 소비, 기업 실적 호조 등이 소비를 지속시키며, 이는 경제 주체가 합리적 기대와 달리 행동할 수 있다는 행동경제학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환율 상승과 국민연금 운용의 구조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와 개인 투자자의 행동은 합리적 기대와 달리 움직인다. 이러한 경제 주체의 비합리적 행동은 정책적 개입의 효과를 제한하며, 단기적 수치 관리만으로는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부가 논의 중인 정책 수단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단기 외환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 자산의 일부를 선도계약 등으로 헤지해 달러 매수 압력을 완화하고,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스왑라인을 활용해 단기 외환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원화 강세를 유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을 조정하고 국내 주식과 채권으로 일부 전환하는 방식으로 국내 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도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완충할 수 있으나, 소비·빚투 심리와 코스피 과열은 여전히 구조적 위험으로 남는다.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이 일정 부분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지만, 무한정 시장을 떠받칠 수는 없다.

따라서 정책 설계자는 단순한 환율·금리 조정이나 기금 운용에 그치지 않고, 법적·제도적 제약, 시장 구조, 경제 주체 심리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 위험 분산 장치 마련, 금융 교육 강화, 소비자 신뢰 회복 프로그램 등을 병행함으로써, 법적 한계 속에서도 시장 안정성과 기금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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