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5500억 달러 투자 로드맵 확정, 연내 1호 프로젝트 착수
조선업·희토류·첨단기술 협력 본격화
상무부 직접 비자 발급 방안 마련
AI·양자컴퓨팅·바이오 등 첨단산업 MOU 체결
미·일 동맹 강화 속 실질적 경제·안보 협력 확대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28일 도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함께 열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다카이치 내각 출범 이후 첫 미·일 정상 간 대면으로, 향후 양국 관계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세계 평화 기여 높이 평가”… 5500억 달러 투자 구체화
다카이치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변함없는 헌신을 높이 평가한다”며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의 일원으로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의 외교력·방위력·경제력·기술력·인재력을 강화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황금시대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이번 회담에서는 일본의 5500억 달러(약 788조 원)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이 구체화됐다. 닛케이는 “투자액 대부분이 전력·에너지·조선 등 리스크가 낮은 인프라 부문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전날(27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전력 및 조선업체 등 10~12개 기업이 투자 검토에 착수했으며, 연내 전력 분야에서 1호 프로젝트가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원금뿐 아니라 이자까지 손실 위험 없이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 안정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관련해 일본 기업 인력의 비자 발급을 상무부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닛케이는 “원래 국무부 소관인 비자 발급을 상무부가 담당하게 되면, 대규모 투자가 지연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최근 미 조지아주 현대차·LG 합작 배터리 공장 한국인 근로자 체포 사건으로 불거진 외국 기업 인력 비자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조치로도 보인다.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 조선·AI·희토류 협력 MOU 체결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분쟁 중재와 아시아 지역 긴장 완화 노력을 언급하며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는 조선업 분야 협력 각서(MOU) 도 체결됐다. 두 정상은 실무그룹을 구성해 선박 건조 및 친환경 연료 분야 협력을 구체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양국은 ‘미·일 핵심광물 및 희토류 확보를 위한 채굴·정제 프레임워크’ 에 서명하고,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항공우주, 바이오 등 첨단 기술 협력 각서도 교환했다. 더 재팬타임스는 “다카이치 내각이 기술·에너지 분야에서 미국과의 산업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첫 여성 총리 축하… 아베도 기뻐했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가 생전에 다카이치 총리를 높이 평가했었다”며 “그가 살아 있었다면 당신의 총리 취임을 무척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더 재팬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일본이 방위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일본으로부터 대규모 무기 발주를 받고 있다”며 “이 주문에 감사하며 앞으로 더 큰 무역 성과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일본 첫 여성 총리 취임을 축하했다.
“방위비 2% 조기 달성”… 트럼프 압박에 선제 대응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이 GDP 대비 2%의 방위비를 올해 안에 달성하겠다”고 밝혀 기존 계획보다 2년 앞당길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들에 요구해온 “글로벌 스탠더드(GDP 대비 3.5~5%)”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닛케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국가안보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문서 개정을 추진 중이며 방위비 총액이 43조 엔(약 2820억 달러)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관세 불확실성 해소… 에너지 자립 기여 기대”
러트닉 상무장관은 일본의 투자에 대해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에도 일본이 참여하면, LNG 인수권을 확보해 에너지 자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일본에 대한 반도체·의약품 품목별 관세는 15% 수준으로 유지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100% 관세 적용은 일본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이는 미·일 무역협정 당시 품목별 최혜국 대우가 명문화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졌던 상황을 안정시키려는 조치”라고 전했다.
납북 피해자 가족 면담·항공모함 연설… 상징 외교 강화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 가족을 면담했다. 더 재팬타임스는 이를 “트럼프 2기 외교의 대북 접근 변화를 시사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했다. 이후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에서 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며, 다카이치 총리가 미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을 함께 타고 이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정상에게는 극히 이례적인 예우다.

“아베 외교 복귀”… 자주적 안보·강한 동맹 병행
닛케이는 이번 회담을 “아베 외교의 복귀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평가했다. 다카이치는 아베 전 총리의 보수 노선을 계승하며 자주적 안보와 강한 동맹을 병행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더 재팬타임스는 “트럼프는 아베와의 인연 덕분에 다카이치에 대해 이미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으며, 이번 회담이 두 사람 간 신뢰 구축의 출발점이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