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상 첫 4,000달러 돌파…셧다운 장기화·무역 불안이 ‘안전자산 러시’ 부추겨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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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8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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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글로벌증시
2025-11-06 19:07

셧다운 장기화·무역 불안 겹치며 안전자산 선호 급증

연준 금리 인하 기대·달러 약세가 금값 상승세 뒷받침

중앙은행 매입 확대·탈달러화 흐름이 구조적 강세 견인

은값도 60% 급등…실물 투자·골드바 수요 폭발

전문가 “단기 조정 가능해도 장기 추세는 여전히 상승”

2025년 10월 8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하루 전 기록한 3,900달러를 넘어선 역사적 최고치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무역 전쟁 격화 등이 맞물리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FX엠파이어와 CNBC, AP통신,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금 선물은 한때 4,013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오후 들어 3,990달러 선으로 조정됐다. 이는 연초 대비 약 50% 상승한 수치로, 같은 기간 은 선물 가격도 60% 급등해 온스당 48달러를 돌파했다.

셧다운 장기화·무역전쟁이 ‘불안의 불씨’

​미국 정부의 셧다운 사태는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연방 공무원 수십만 명이 무급휴직 상태에 놓였고,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지연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유럽, 남미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전면 확대하면서 글로벌 무역 흐름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비용 상승과 고용 둔화,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투자자들이 현금 대신 실물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수석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교역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셧다운이 겹치면서 투자자 불안이 폭발했다”며 “금은 전통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의 피난처’로 작용해 왔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완화적 정책 기대…금리 인하 기조가 금값 밀어올려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으며,올해 안에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비수익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낮아지고,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지며 금 매수세를 더 자극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연준이 경기 방어를 위해 장기 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FX엠파이어는 “금은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이자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며“셧다운과 금리 인하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상승 모멘텀’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물 수요·중앙은행 매입세도 상승 견인

​국제 금 거래 시장에서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크게 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과 ‘탈 달러화’ 움직임이 맞물리며 러시아·중국·인도 등 신흥국이 외환보유고 다변화 차원에서 금을 대거 매입 중이다.

​이에 더해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실물 금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주얼리 소매점과 거래소에서는 “최근 몇 주 사이 금반지·금화·금괴 등을 현금화하려는 고객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특히 “금값이 오를수록 소형 골드바(1g~10g)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단기 조정 가능성 있지만 장기 추세는 여전히 상승”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세가 단기 과열 신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추세 자체는 여전히 강세 국면”이라고 입을 모았다. 페퍼스톤은 보고서를 통해 “4,000달러 돌파는 기술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이며,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장기 상승 채널은 유지될 것”이라며 “셧다운이 장기화되고 달러 약세가 이어질수록 금은 구조적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만약 셧다운이 예상보다 빠르게 해소되거나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관세를 철회할 경우, 일시적인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 시장의 ‘심리적 전환점’

​한편 시장에서는 4,000달러선 돌파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상징하며,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과 함께 ‘양대 대체 자산’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스타우노보 UBS 전략가는 “2022년 러시아 제재 당시 서방이 러시아의 해외 자산 3,000억 달러를 동결한 것이 사실상 금 랠리의 ‘방아쇠’였다”며“지정학적 리스크와 탈달러화가 맞물린 현재 상황은 그 연장선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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