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이전에 팔라”는 정책 신호, 시장을 흔들 수 있을까
양도세 중과는 새 제도 아니다…유예 종료의 의미
거래 시간표·규제 장벽, 매물 출회에 제동
매도 대신 증여·보유 선택지 남은 다주택자들
단기 효과보다 중장기 ‘매물 잠김’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오는 5월 9일 종료될 것이라는 정부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다시 한 번 ‘매물 유도’ 신호가 던져졌다. 대통령이 직접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만큼, 정책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 문제는 이 메시지가 실제로 시장의 매물을 끌어낼 수 있느냐다.
정부의 의도는 비교적 명확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재점화되는 국면에서, 세제 종료 시점을 명시함으로써 다주택자의 매도를 앞당기고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구두 시장 개입’으로, 법 개정 없이도 심리를 자극해 거래를 유도하려는 접근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새 제도가 아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가산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배제된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고가 주택을 양도해 최고 누진구간에 해당하는 경우 실효세율이 이론상 80%를 웃돌 수 있다. 유예가 끝나면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구조다. 정부가 “지금이 마지막 선택의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배경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정책 당국의 기대만큼 단순하지 않다. 우선 시간표가 촉박하다. 실제 주택 거래는 계약부터 잔금까지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여기에 설 연휴, 각종 규제지역의 거래 제약을 감안하면 5월 9일 이전에 실질적인 매도를 마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허가 절차와 실거주 요건이 추가로 작용한다.
또 하나의 변수는 다주택자의 선택지다. 매도 외에도 증여, 보유라는 대안이 존재한다. 가격 기대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고율 과세를 감수하고 팔기’보다 ‘보유하거나 증여로 우회’하는 전략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매도 의지가 있는 다주택자는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매물을 내놓았고, 남은 물량은 가격 조정 없이는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다주택자의 선택은 매도보다 증여로 기울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2022년 약 9만5천 건으로 전체 주택 거래의 10% 안팎을 차지하며, 거래 절벽 국면에서도 증여 비중이 확대된 바 있다.
일부 등기·등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9월 기준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약 2만6천 건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에서는 증여 증가율이 20% 안팎에 달했다는 시장 분석도 나온다.
과거 2021~2022년 양도세 중과 재개 국면에서도 매물 증가는 제한적이었고, 거래 위축과 증여 비중 확대가 동시에 나타난 바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단기적으로는 일부 중저가 매물의 가격 조정과 거래를 유도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의 공급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유예 종료 이후에는 다주택자의 ‘버티기’가 강화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전환될 소지도 있다.
이번 발언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다주택자’의 범위를 넘어 ‘비거주 1주택’까지 문제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에 대한 장기보유 세제 혜택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당장 제도 개편을 예고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부동산 세제가 보유 목적과 사용 실태를 기준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결국 이번 메시지는 즉각적인 시장 변화보다는 정책 방향성의 재확인에 가깝다. 이는 세금이라는 단일 정책 수단이 기대 형성과 보유 전략이 복잡하게 얽힌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직접적으로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주택자에게는 선택의 시간을 제한하는 압박이고, 시장에는 “세제 완화에 대한 기대는 접어두라”는 경고다. 다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세제 하나로 방향을 바꿀 만큼 단순한 구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