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제일보 "유리섬유 직물 가격 최대 30% 인상"
디지타임스 "HVLP4 동박·T-Glass 공급 병목 심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반도체를 넘어 인쇄회로기판(PCB)와 핵심 원자재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AI 서버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유리섬유 직물과 동박 등 PCB 핵심 소재 가격이 잇달아 오르고, 공급 부족도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해외 주요 산업 전문매체들은 AI 서버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PCB와 이를 구성하는 소재 공급망 전반에 새로운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관련 부품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과 미국 등 해외 주요 외신과 산업 전문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AI 서버 확산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한 데 이어, 이들 반도체를 실장하는 기판과 PCB에 사용되는 유리섬유 직물(Glass Fiber Cloth), 동박(Copper Foil), 동박적층판(CCL) 등 기초 소재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반도체 생산뿐 아니라 상위 소재 산업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공급망 전반의 가격 인상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대만 경제일보는 1일 대만 유리섬유 제조업체 풀텍 파이버글라스가 PCB와 반도체 패키징 기판에 사용되는 전자급 유리섬유 직물 가격을 최대 30%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7월부터 신규 주문에 적용되며,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 기판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유리섬유 직물은 미세한 유리섬유를 직조해 만든 소재로, 수지(Resin)와 동박을 결합해 PCB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기본 골격을 형성한다. 반도체 칩 자체를 제조하는 소재는 아니지만 완성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지지하고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기반 소재로 활용된다. AI 서버가 대량의 GPU와 HBM을 탑재하면서 이를 연결하는 고성능 기판 수요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AI 서버와 초고속 통신장비 확대에 따라 고성능 유리섬유 직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 PC나 스마트폰용 PCB와 달리 AI 서버용 기판은 초고속 신호를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소재의 품질 기준도 훨씬 높아지고 있다.
가격 인상은 유리섬유 직물에만 그치지 않고 PCB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AI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전력반도체와 커패시터를 비롯해 PCB 소재, 산업용 가스, 밸브, 세라믹 부품 등 다양한 분야로 가격 인상 압력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데이터센터용 핵심 부품과 소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았던 상류 소재 기업들의 가격 협상력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CCL 업체들의 잇단 가격 인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 킹보드는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적층판(FR-4)과 프리프레그(PP) 가격을 연속 인상했으며, 중국 CCL 선도업체 생익 역시 올해 들어 1월부터 7월까지 7차례 가격을 조정해 누적 인상률이 62.6%에 이르렀다. AI 서버용 PCB 수요 확대에 따라 구리와 유리섬유 등 핵심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PCB 공급망 전반의 원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도 지난 11일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고사양 PCB 수요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동시에 PCB 핵심 원자재 공급망에서는 새로운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고성능 동박적층판(CCL) 공급망에서 유리섬유 직물(T-Glass)의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초저조도 동박(HVLP4 Copper Foil) 부족 현상까지 심화되면서 소재 확보 경쟁이 상위 공급망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타임스는 그동안 고성능 ABF 기판 시장에서 발생했던 원자재 부족 현상이 이제 AI 서버용 PCB 시장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선도기업들이 고성능 PCB용 원자재 확보 경쟁에 직접 나설 정도로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으며, AI 서버 확대 속도가 소재 공급 능력을 앞지르면서 새로운 공급망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AI 서버용 PCB가 일반 전자제품보다 훨씬 높은 신호 무결성과 내열성, 저손실 특성을 요구하는 만큼 향후에도 고급 유리섬유 직물과 HVLP 동박, 고기능성 수지 등 핵심 원자재 수급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생익(Shengyi Technology)과 난야(Nan Ya Plastics), 킹보드(Kingboard) 등 주요 CCL 업체들은 이미 하반기 공급 물량을 고객사별로 배정해 공급하겠다고 통보한 상태이며, 연말까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추가 가격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PCB 공급망 전반의 원가 부담도 당분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는 동안 PCB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용 핵심 소재의 공급 부족과 가격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반도체 경쟁도 칩 성능을 넘어 PCB와 핵심 원자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