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한 번도 줄지 않은 통화…시장에 쌓이는 ‘M2의 무게’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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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8 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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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풀인사이트
2025-12-18 2:21

5년 새 1500조원 증가한 광의통화
긴축에도 줄지 않은 M2
증가율은 둔화, 총량은 우상향
유동성은 신용을 지탱하고 변동성도 키운다
통화의 무게가 시장을 누른다

누적 증가액은 금융 시스템에 얼마나 많은 유동성이 쌓였는지를, 연평균 증가액은 환율·자산·물가 등 시장 가격에 가해지는 자극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 한국의 통화 환경은 규모와 속도 모두에서 이전과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 그래픽 : 유스풀피디아

한국의 광의통화(M2)는 팬데믹 이전 10년 동안 약 1,300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불과 5년 만에 이를 웃도는 1,500조원 이상이 늘어났다. 통화 증가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진 셈이다. 팬데믹 이전 10년이 ‘완만한 누적’의 시기였다면, 이후 5년은 ‘압축적 팽창’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증가율 둔화가 아니라, 위기 이후 명목 기준 M2 총량이 전월 대비 구조적인 감소 국면을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재정 지출, 금융상품 구조 변화, 기관 자금의 순환 등이 맞물리며 통화 총량 조정은 제한적이었다. 팬데믹 이후 통화는 늘어났을 뿐, 아직 되돌려지지 않았다.

팬데믹 이후 한국의 광의통화(M2)가 단 한 차례도 구조적인 감소 국면에 들어서지 않으면서, 금융시장 안팎에서 유동성 누적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통화 총량은 꾸준히 늘어나며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자극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2020년 1월 약 2930조원이던 M2는 2025년 10월 기준 4470조원을 넘어섰다. 약 5년 만에 1500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증가 속도는 시기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총량 기준으로는 뚜렷한 축소 구간 없이 우상향 흐름을 이어왔다.

광의통화(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M1)에 더해 MMF, 수익증권, 시장형 상품, 2년 미만 정기예·적금과 금융채 등을 포함하는 지표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서 실제로 사용되거나 이동 가능한 유동성의 범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통화 여건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 그래픽 : 유스풀피디아



특히 2020~2021년 재정·통화 확장 국면에서 급증한 M2는 이후 금리 인상기에도 빠르게 줄어들지 않았다. 2023년 일시적으로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한 달이 있었지만, 이는 증가 속도의 조정에 불과했고 통화 총량 자체는 유지됐다. 2024년 이후에는 다시 월간 증가율이 0%대 중후반으로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통화 환경은 금융시장에 완충 역할과 불안 요인을 동시에 제공하는 구조로 평가된다. 충분한 유동성은 신용 경색 가능성을 낮추는 완충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자금 이동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자산 가격과 환율 등 금융 변수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M2는 경기 변동 국면에서 단기적으로 줄어드는 지표라기보다, 금융 구조 변화가 누적될 때 방향성이 드러나는 지표로 분류된다. 통화 총량이 줄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은 시스템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는 신호인 동시에, 자산 가격과 환율이 비교적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환경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향후 통화 흐름이 금리 정책뿐 아니라 재정 운용, 금융상품 구조, 연기금과 기관 자금의 이동 방식과 맞물려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누적된 유동성이 언제, 어떤 경로로 조정 국면에 들어설지가 향후 금융시장 흐름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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