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KB증권 "기업가치 재평가"
BNK는 AI 투자 사이클 둔화 우려 제기
로이터 "미국 ADR 공모 7배 이상 초과청약"
AI 메모리 시장 기대감 여전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증권사들의 목표주가가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오는 10일 예정된 미국 나스닥 ADR(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이 국내 반도체 업종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I 메모리 시장의 성장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AI 투자 사이클 지속 여부와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어, ADR 상장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ADR 상장을 단순한 해외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380만 원에서 420만 원으로 상향했다. 2027년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상승 가능성을 실적 전망에 반영한 결과로, ADR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이 확대되고 장기적으로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유입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ADR과 국내 본주 간 일정 수준의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될 가능성은 있지만 발행 구조상 대규모 차익거래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미국 시장 상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 저변을 넓히고 기업가치 재평가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ADR 상장의 효과를 둘러싼 증권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BNK투자증권은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조절될 가능성과 이번 AI 특수 사이클 이후의 성장 둔화를 우려하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85만 원으로 제시했다. 현재는 투자 모멘텀이 둔화되는 구간인 만큼 보다 나은 투자 시점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보수적인 의견이다.
SK하이닉스를 둘러싼 평가와 달리 메모리 업황 전반을 바라보는 증권사들의 시각 역시 엇갈린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43만 원에서 39만 원으로 낮추며 하반기 메모리 산업의 이익 성장세 둔화를 예상했다. 칩과 부품 가격 상승으로 PC와 스마트폰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수요 둔화와 메모리 구매 전략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KB증권은 AI 수요 둔화 우려가 과도하다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0만 원으로 상향했고, SK하이닉스 역시 ADR 상장을 기업가치 재평가의 신호탄으로 평가하며 목표주가 420만 원을 유지했다. AI 수요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반면 공급 증가는 제한적이어서 메모리 업황 호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시장의 투자자들은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공모가 공급 물량의 7배를 웃도는 청약 수요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약 280억 달러(약 42조3천억 원) 규모의 이번 공모는 신규 생산시설과 첨단 장비 투자에 활용될 예정이며,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상장이 경쟁사인 마이크론과의 기업가치 격차를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것과 달리 글로벌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의 성장성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의 핵심 HBM 공급업체로 AI 메모리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주가 단기 조정을 받고 있지만 지난 1년간 주가는 약 680% 상승했으며,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실적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 향후 12개월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낮아졌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 요인으로 거론된다.
오는 10일 시작되는 ADR 거래는 단순히 해외 증시에 이름을 올리는 이벤트를 넘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기업가치와 AI 메모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다만 AI 투자 확대와 HBM 수요 강세, 미국 시장에서의 재평가 기대가 이어지는 한편 AI 투자 사이클 둔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공존하고 있다. 결국 이번 ADR 상장은 단순한 해외 상장을 넘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AI 메모리 시장의 성장성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