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장난감 시장’ 커진다… 향수·투자심리 자극한 ‘키덜트 열풍’

이성철 기자
Icon
입력 : 2025-11-11 10:23
Icon
유스풀인사이트
2025-11-11 17:49

“80~90년대 추억을 소비하는 어른들… 장난감이 위로와 취미, 투자 수단으로”
“향수 자극한 완구·게임, MZ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키덜트 경제’ 가속”
“라부부·포켓몬·바비… 어른들의 수집 본능이 만든 새로운 시장”
“소셜미디어와 랜덤박스 마케팅이 불 붙인 ‘어른용 장난감’ 열풍”
“‘추억+투자’ 두 마리 토끼 잡는 어른이들… 완구업계 새 황금시장으로”

장난감과 게임 제조사들이 ‘키덜트(어른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80~1990년대 대중문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어른들이 어린 시절의 감성을 되찾고 동시에 투자 수익을 노리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팝토이는 트위터를 중심으로 신제품 공개와 팬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성인 수집가들의 시리즈별 수집 열풍을 확산시키고 있다.” (2025.10.24)
팝토이는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제품 소식을 연이어 공개하며 성인 수집가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공개된 라부부 관련 시리즈는 캔디 파우치, 펜던트 체인, 마그네틱 클립 보관함, 머그컵 세트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출시 전부터 해외 수집가 커뮤니티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2025.9.26)



80~90년대 추억 자극한 신제품 줄줄이

인베스토피디아 보도에 따르면(8일 현지시간) 비디오게임 회사 닌텐도는 과거 탁상형 콘솔 ‘버추얼 보이’용 게임을 새롭게 선보였고, 블록 완구 업체 레고는 1985년 영화 구니스를 모티브로 한 세트를 출시했다. 완구업체 마텔은 영화 나 홀로 집에와 인기 보이그룹 백스트리트 보이스를 주제로 한 피규어 세트를 선보이며 향수 마케팅을 강화했다.

장난감, 이제 어른들의 생활 필수품으로

최근 몇 년 사이 ‘키덜트’ 소비층은 급속히 확대됐다. 대학생들이 가방에 ‘라부부’ 인형을 달고 다니고, 중장년층은 모형 자동차를 진열하는 등 세대 구분 없이 장난감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시르카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장난감에 가장 많은 돈을 쓴 연령대는 성인이었다. 2025년 상반기에도 어른을 대상으로 한 장난감과 게임 구매가 어린이용을 앞질렀다.

중국 완구업체 콴타싱그룹의 펑리 대표는 “라부부나 와쿠쿠 같은 ‘팝토이’가 이제는 단순한 수집품을 넘어, 성인과 밀레니얼 세대의 생활 필수품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구매를 통해 위로와 정체성, 소속감을 찾는다”며 “이런 감정적 연결이 팝토이의 인기를 이끈다”고 분석했다.

수집·투자·커뮤니티… 어른 장난감의 세 가지 매력

소비자 조사기관 시빅사이언스는 어른들이 장난감을 구매하는 이유로 ‘향수’를 첫 번째로 꼽았다. 하지만 단순히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팬 커뮤니티에 참여하거나, 제품을 수집해 재판매 이익을 노리는 투자 목적으로 사들이는 경우도 많다. 기업들도 ‘키덜트’ 소비층을 핵심 고객으로 설정했다. 마텔은 바비 인형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어른층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핫휠 시리즈는 중장년층의 수집 열풍으로 매출이 늘었다.

수공예 온라인 플랫폼 ‘엣시’는 ‘밀레니얼 장난감’이라는 태그를 만들어 판매를 확대하고, ‘빌드어베어’는 술을 마시는 곰 인형 등 성인 전용 상품을 파는 온라인몰을 운영 중이다. 회사 측은 현재 전체 매출의 40%가 10대 이상 고객에게서 나온다고 밝혔다. 빌드어베어의 최고경영자 셰런 프라이스 존은 “소셜미디어와 인플루언서 협업이 성인 고객 확대에 큰 도움이 됐다”며 “이들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선물·수집·바이럴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층”이라고 설명했다.


포장 마케팅과 ‘랜덤박스’ 효과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끈 ‘라부부’ 인형은 어떤 모델이 들어 있는지 개봉하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 방식으로 판매된다.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 여러 번 구매하게 만드는 이 포장 전략은 ‘써니엔젤’ 피규어나 ‘포켓몬 카드’ 같은 상품의 폭발적인 인기를 낳았다.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포켓몬 카드 거래가 급증하면서, 경매형 생방송 판매까지 열리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는 인기 카드 판매 시 서버 과부하를 막기 위해 ‘대기실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주식·비트코인·수집품… “투자도 놀이처럼”

최근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수익을 장난감·수집품에 재투자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트레이딩 카드 회사 어퍼덱의 제이슨 매셔러 대표는 “지금은 모든 투기적 자산이 오르고 있다”며 “주식, 비트코인, 카드 수집품까지 모두 과열돼 일부 수집가들이 가격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향수·소속감·수익… ‘키덜트 경제’ 커진다

전문가들은 어른이 장난감 시장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소비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추억과 감정의 위로’, ‘동일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그리고 ‘재판매를 통한 수익 가능성’이 결합되며, 키덜트 시장은 향후에도 완구·게임 산업의 주요 성장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