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부른 말차 열풍…“가격 폭등·품귀에 되팔이까지 등장”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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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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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2025-11-07 0:48

SNS로 확산된 말차 열풍, 전 세계 소비자 사로잡다

일본 폭염과 고령화로 최고급 말차 공급난 심화

미국·중국 등 수입과 생산 확대에도 가격 상승 이어져

온라인 되팔이 등장, 일부 카페는 구매 제한과 가격 조정

웰빙과 체험형 음료로 자리 잡은 말차, 인기 지속 전망

최근 말차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건강과 웰빙 이미지, SNS를 통한 시각적 매력 등이 결합하며 ‘초록 라떼’ 열풍을 촉발했지만, 일본과 중국 등 주요 생산국은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말차는 일본 전통 차 의식에서 사용되던 가루 녹차로, 최근에는 라떼, 스무디, 디저트 등 다양한 메뉴로 변신하며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카페인 함량이 낮고 항산화 성분과 아미노산 ‘L-테아닌’이 함유돼 건강 음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선명한 초록색이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해 ‘인증용 음료’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말차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4억7880만 달러였으며, 2030년에는 7억626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소매 시장에서는 최근 3년간 매출이 86%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기록적인 폭염과 고령화, 정교한 생산 과정 때문에 말차 공급이 제한적이다. 일본 전체 차 생산량에서 말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7%에 불과하며, 최고급 말차는 잎을 손으로 선별하고 돌로 갈아 만드는 등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올해 일본 교토의 전차 거래가격은 2024년 대비 265% 상승했고, 미국 수입 관세 15%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카페에서는 제품 대기 기간이 기존 1~2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나기도 했다.

​급증한 수요는 예상치 못한 문제도 낳았다. 일부 되팔이들은 대량 구매 후 고가에 되팔거나,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저가 제품을 온라인에 유통시키고 있다. 미국의 차·다기 판매업체 창립자 데이비드 라베키아는 “3~4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말차가 스칼핑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일본 내 유명 말차 생산업체들은 구매 제한을 시행하거나 SNS를 통한 불법 판매자를 명단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전통적으로 다른 차를 재배하던 농가들도 말차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중국·케냐·인도 등 다른 생산국들도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 생산국이 단기간에 최고급 말차 공급을 크게 늘리는 것은 어렵다. 새로운 차나무를 심고 수확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리며, 최고급 말차는 가장 연하고 부드러운 잎을 일일이 손으로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내 일부 카페에서는 일본산 최고급 말차 가격이 75% 이상 상승했으며, 중국산 말차도 수요 증가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한 차 수입업체 바이어는 “올해는 말차 애호가들에게 큰 가격 부담이 될 것”이라며 “결제대에서 얼마나 말차를 좋아하는지 보여줘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USA 티 카운슬의 피터 고기 회장은 “말차를 찾는 소비자는 가격이 낮은 대체품도 많다”며 “말차는 단순히 가루 녹차일 뿐, 블랙티나 그린티를 마시는 것보다 건강상 특별히 뛰어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SNS에서 말차를 ‘최고의 음료’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지만, 과대평가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말차 열풍이 SNS를 타고 단기간에 확산되었지만, 웰빙과 미각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 덕분에 메뉴에서는 한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의 소비자 멜리사 린제이는 “말차는 단순한 티백이 아니라, 직접 만들면서 즐기는 경험”이라며 꾸준히 마시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일부 카페는 가격을 소폭만 올리며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등급의 말차를 활용해 접근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말차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체험형 웰빙 문화’로 자리잡고 있으며, SNS와 글로벌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앞으로도 일정 기간 인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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