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인터뷰서 “공동 사업 가능” 언급 후 하루 만에 강경 대응
이란, 이미 통행료 체계 운영, 배럴당 1달러·암호화폐 결제
파이낸셜 타임즈 “기존 시스템 뒤늦게 인지한 발언” 분석
EU “국제법 위반” 반발, 미국도 뒤늦게 수습 나서
전 세계 원유 20% 통과 요충지…협상 앞두고 외교 변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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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문제를 두고 불과 36시간 만에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제 사회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4월 8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통행료 부과 움직임에 대해 “공동 사업 형태로 검토할 수 있으며, 해협을 보호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아름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4월 9일, 그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입장을 급선회했다. 이어 그는 “이란은 석유 운송을 허용하는 방식에서 매우 부적절하고 불명예스럽다. 이는 우리가 합의한 바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이 같은 입장 변화의 배경으로,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미 유사한 통행료 체계를 실제로 운영 중이라는 점을 지목했다. 해당 시스템은 3월 중순부터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3월 30일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관리 계획’으로 이를 공식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배럴당 약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암호화폐 또는 위안화로 징수하고 있다. 화물을 적재한 유조선은 사전 신고와 평가 절차를 거친 뒤 지정된 전자지갑으로 비용을 납부하면, 라라크섬 북쪽 항로를 따라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통과할 수 있다. 반면 공선 상태의 유조선은 별도의 비용 없이 통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4월 8일 파이낸셜타임즈가 이란 석유 수출업자 협회 대변인 하미드 호세이니의 발언을 인용해 처음 구체적으로 보도했으며, 4월 9일에는 블록체인 분석업체 트럼 랩스가 시스템의 가동 시점과 구조를 추가로 확인했다.
이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통행료 기반 공동 관리 구상’은 새로운 제안이라기보다 이미 시행 중인 체계를 뒤늦게 인지한 데 따른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논란이 확산되자 미국 정부는 즉각 수습에 나섰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통행료 부과를 포함해 어떠한 형태의 통행 제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통행료 부과는 국제법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발언 번복을 넘어, 특정 국가가 국제 해상 요충지를 수익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이를 일시적으로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은, 향후 협상 국면에서 이란이 통행료 부과를 단순한 통제가 아닌 ‘해협 관리 방식’으로 정당화하는 외교적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전쟁 이전 하루 150척 안팎이 오가던 선박 통행량은 4월 9일 기준 평시 대비 10%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아직까지 통행료를 실제로 지불한 대형 유조선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관련 시스템 자체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이란이 현재 통행량 확대보다 제도의 존재와 정당성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논란 역시 향후 협상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양측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를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