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언급 사라진 트럼프 초상화… 설명문 없는 유일한 대통령
사진만 남고 설명은 삭제… 스미소니언 전시 변경 배경은
백악관 공개 사진 전시… 역사 서술 개입 논란 재점화
문화기관 전시까지 영향력 확대하나… 미국 사회 논쟁 확산
대통령 기록 어디까지 손댈 수 있나… 스미소니언 논란의 의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 초상화가 전시된 스미소니언 국립초상화관에서 그의 두 차례 탄핵 사실을 언급한 설명 문구가 최근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화 기관의 역사 서술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해당 초상화는 스미소니언 국립초상화관 내 ‘미국의 대통령들’ 전시에 포함돼 있었다. 기존 전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를 요약하며, 연방대법관 지명과 코로나 백신 개발 성과, 권한 남용과 의회 난입 선동 혐의로 두 차례 탄핵을 받았으나 상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이룬 이례적인 재선 성공 역시 소개됐다.
그러나 최근 전시에서는 이러한 설명문이 사라지고, 새 사진만 단독으로 걸려 있는 상태다. 온라인에는 기존 설명문이 남아 있지만, 현장 전시에서 장문의 설명 없이 사진만 전시된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하다. 이러한 전시 변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은 미국 언론 AP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은 전시 변경 요청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스미소니언 측 역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국립초상화관은 “미국의 대통령들 전시가 올봄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으며, 일부 전시에서는 인물 설명 대신 사진작가와 직책 등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전시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은 백악관이 1월 11일 공식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공개한 이미지다. 공개된 사진 중 하나는 백악관 집무실 책상 앞에서 주먹을 쥔 채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을 담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국립초상화관 전시장 내부에서 전시된 형태로 촬영됐다. 두 사진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강렬한 표정과 존재감을 강조하는 구도로 구성됐다.
현재 전시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45대이자 47대 대통령임을 나타내는 표식만 부착돼 있으며, 과거 전시에 포함됐던 장문의 설명 문구는 확인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8월,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을 앞두고 스미소니언 산하 전시물 전반을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행정부는 이 조치가 미국의 예외주의를 강조하고, 분열적이거나 편향된 서술을 제거해 문화 기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미소니언 측은 탄핵의 역사 자체가 삭제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앤드루 존슨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 사실은 여전히 전시 설명에 포함돼 있으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사임 역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의 역사는 미국 국립역사박물관 등 다른 전시 공간에서도 계속 다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이후 연방 정부가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는 방식 전반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특히 스미소니언과 여러 박물관이 노예제를 미국 발전의 핵심 요소로 조명해온 점을 비판하며, 자신과 정치적 경쟁자들의 묘사 방식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수장을 해임하고, 국립초상화관 관장 교체를 시도했다. 관장은 이사회 지지를 받았으나 결국 사임했다. 백악관 내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서술에 관여한 ‘대통령 명예의 전당’이 조성돼 있으며, 이곳에서는 자신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담은 설명문이 전시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스미소니언 전시 변경 논란은, 현직 대통령이 국가 문화 기관의 역사 기록과 해석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그 경계와 한계를 둘러싼 논쟁을 미국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