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대형주 급락에 뉴욕증시 흔들
반도체·클라우드 기업 실적 호조에도 투자심리 냉각
국채 금리 상승, 기술주 조정 압력 키워
경기민감주·여행주는 선방하며 온도차
AI 광풍 후폭풍… 시장 과열 논란 재점화

미국 뉴욕증시가 그동안 시장을 견인해온 인공지능 관련 대형주들의 급락으로 사상 최고치에서 밀려났다. 12일(현지시간) 정오 무렵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0.9% 내리며 약 3주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1.3% 떨어졌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전날 사상 최고치에서 0.3% 후퇴했다.
이번 조정장세의 중심에는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있었다. 브로드컴은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웃돌았음에도 주가가 11%나 급락했다. 인공지능용 반도체 매출이 70% 이상 늘어나는 등 실적은 견조했지만, 향후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가를 짓눌렀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올해 들어 70% 넘게 치솟은 급등세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날 호실적에도 11% 급락했던 오라클에 이어 브로드컴까지 흔들리며, 인공지능 투자 열풍의 ‘과열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오라클은 대규모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실효성과 재원 마련 방식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틀 연속 약세를 보였다.
AI 대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 역시 이날 1.9% 떨어지며 시장 전반에 부담을 줬다.
기술주 중심의 조정과 더불어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한 점도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 대비 0.05%포인트 오른 4.19%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은 고평가 논란이 있는 기술주에 투심 악재로 작용한다.
반면 그동안 금리 불확실성에 눌려온 경기민감주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기술주 비중이 낮은 다우지수는 이번 주 초 대비 1.2% 오른 반면, 나스닥은 같은 기간 1.2% 떨어졌다.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서도 여행·레저 관련 기업들은 비교적 강세를 보였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가 소비 회복 기대를 키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6%, 노르웨이지안크루즈는 1.8% 상승했다.
스포츠웨어 업체 룰루레몬은 분기 실적 호조와 최고경영자 교체 소식이 전해지며 9.8% 급등해 S&P500 구성 종목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