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분기 3,700건 증권거래…워싱턴 뒤덮은 ‘AI·빅테크 머니’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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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5-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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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026-05-20 0:18

엔비디아·애플·MS·메타 수억달러 거래…“기관투자가형 자산 재편”
펠로시·의원들까지 AI·반도체 투자 확대…정치권·월가 경계 흐려지나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금융 거래 내역이 공개되며 워싱턴 정가와 월가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정부윤리청(OGE)에 제출된 재무 신고 문건을 본지가 입수·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 또는 그가 위탁한 자산 운용 계좌는 올해 1분기 동안 총 3,700건이 넘는 증권 거래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40건을 웃도는 거래 규모다. 단순 자산 보유를 넘어 사실상 대형 기관투자가 수준의 운용 전략이 동원된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신고 문건은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구성돼 있으며, 거래 대상에는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오라클·브로드컴·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및 금융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S&P500 지수 추종 ETF와 지방채 매매 내역도 함께 확인됐다. 신고서 특성상 정확한 체결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거래 총액은 최소 2억2천만 달러에서 최대 7억5천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원화 기준으로는 약 3천억 원에서 1조 원에 가까운 규모다.

공개 문건을 기반으로 거래 구간별 중간값을 적용해 재추산한 결과, 트럼프 측 계좌의 올해 1분기 거래 활동 규모는 약 4억3천만~4억9천만 달러(약 6천억~7천억 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지방채·회사채·우선주 등 고정수익 자산 거래는 약 2,140만 달러, 주식과 ETF 중심의 거래 규모는 약 4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는 총자산 규모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 종목을 반복 매수·매도할 경우 거래 금액이 중복 집계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이번 수치가 단순 보유 규모보다도, 막대한 자금을 얼마나 빠르게 재배치하고 운용했는지를 보여주는 ‘포트폴리오 회전율’ 자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실제 거래 내역을 종목별로 집계하면 자금 이동 방향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공개된 상위 거래 종목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측 계좌는 올해 1분기 아마존 약 1,127만 달러 순매도, 마이크로소프트 약 1,089만 달러 순매도, 메타 약 1,449만 달러 순매도 포지션을 나타냈다. 반면 엔비디아는 약 157만 달러 순매수, 애플은 약 459만 달러 순매수로 집계됐다. 오라클·서비스나우·시놉시스·케이던스·텍사스인스트루먼트·워크데이 등 AI 인프라와 반도체 설계, 기업용 소프트웨어 관련 종목 비중도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엔비디아는 총 9차례 매수와 4차례 매도가 병행됐고, 애플 역시 8차례 매수 대비 매도는 1차례에 그쳤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 기존 메가테크 핵심 종목들은 대규모 차익 실현 또는 비중 조정 성격의 거래가 두드러졌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 단타 매매라기보다 AI·반도체 중심으로 투자 축을 이동시키는 ‘로테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세부 거래 흐름을 들여다보면 이번 포트폴리오 변화의 핵심은 단순 매매 확대보다 이른바 ‘메가테크 로테이션’에 가까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측 계좌는 지난 2월 10일 하루에만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지분을 각각 500만~2,500만 달러 규모로 축소했고, 뱅가드 배당성장 ETF 역시 같은 규모의 매도 항목에 포함됐다. 이는 기술주 전반에서 자금을 빼냈다기보다 기존 초대형 플랫폼 기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AI 인프라·반도체·기업용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흐름에 가까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와 애플 등 AI 핵심 종목에 대한 추가 매수 흐름도 이어졌다. 여기에 브로드컴·시놉시스·케이던스·서비스나우·워크데이·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AI 서버·반도체 설계·데이터센터·기업용 소프트웨어 관련 종목 비중도 확대됐다. 투자 무게중심 역시 기존 플랫폼 기업에서 AI 인프라와 반도체 생태계 전반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특히 단순 지수 추종보다 개별 AI 수혜 종목에 대한 선별적 집중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를 단기 시세 대응을 넘어 AI 중심 산업 재편 흐름에 맞춘 전략적 자산 재배치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열린 행사에서 저가 의약품 플랫폼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미 백악관 X


또 다른 특징은 ETF 비중 축소와 개별 종목 집중 확대 흐름이다. 공개 문건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측 계좌는 1분기 동안 ETF를 약 1,300만 달러 규모 매수한 반면, 매도 규모는 약 3,950만 달러에 달해 순매도 규모만 약 2,650만 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1월에는 뱅가드 배당성장 ETF를 500만~2,500만 달러 규모로 대거 매도했고, 이어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 SPDR S&P500 ETF,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셀렉트 섹터 SPDR ETF 등 주요 지수형 ETF도 잇따라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AI·반도체·데이터센터 관련 개별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흐름과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단순 지수 노출보다 특정 산업과 기업에 대한 선택적 집중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 흐름은 단기 매매보다 구조적 산업 변화에 대응한 장기 포트폴리오 재편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 포트폴리오 구성에서도 자금 운용 방향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트럼프 측 계좌는 단순 국채 중심이 아니라 평균 5~9%대 고금리 회사채를 대거 편입하며 수익성과 방어력을 동시에 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의 9% 회사채와 옥시덴털페트롤리엄·보잉·넷플릭스·카니발 등 경기민감 업종 회사채까지 폭넓게 담으면서 ‘AI 성장 + 미국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동시에 베팅한 포트폴리오라는 해석도 나온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기반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만큼 단순 기술주 투자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측 계좌는 AI 반도체 관련 개별 종목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AI 인프라 기업 회사채까지 편입하며 주식과 채권 양쪽에서 AI 생태계 확대에 베팅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반면 카니발·메이시스·빅토리아시크릿·월풀 등 소비 경기 민감 업종 회사채 역시 함께 편입되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소비 회복과 연착륙 가능성까지 동시에 열어둔 포트폴리오 구성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쉽게 말해 트럼프 측 자산 운용 방식은 ‘한 종목을 오래 들고 가는 단순 장기투자’보다는, 시장 흐름에 맞춰 비중을 끊임없이 조정하는 기관투자가형 전략에 가까운 모습이다. ETF처럼 시장 전체를 따라가는 자산 비중은 줄이는 대신, AI·반도체·데이터센터·기업용 소프트웨어 등 특정 산업에 대해서는 개별 종목 중심으로 집중도를 높였고, 동시에 지방채·고금리 회사채·원자재 ETF까지 병행 편입하며 방어 자산도 함께 구축했다. 실제 같은 종목 안에서도 반복적인 매수·매도가 동시에 이뤄진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는 방향성을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가격 흐름과 시장 변동성에 따라 비중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리밸런싱’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쉽게 비유하면 “오를 것 같은 산업에는 계속 올라타되, 너무 많이 오른 종목은 일부 차익을 실현하고 그 돈을 다시 다른 유망 분야로 옮기는 방식”에 가깝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 기존 메가테크 일부 비중은 줄이면서도, 엔비디아·브로드컴·시놉시스·서비스나우 등 AI 인프라 관련 종목은 오히려 늘리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 매매 반복이 아니라, AI 시대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춘 공격적 자산 재배치 전략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그룹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회사 대변인은 “대통령의 투자 자산은 제3의 금융기관이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완전 재량형 계좌에 맡겨져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 트럼프그룹 누구도 개별 투자 종목 선정이나 거래 지시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거래는 자동화된 투자 시스템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며 정치적 이해충돌 우려를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번 논란은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투자 문제를 넘어 미국 정치권 전반의 자산 운용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복합적인 시선을 낳고 있다. 실제 미국 의회 공시 자료를 보면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 역시 엔비디아·알파벳·아마존·마이크론·TSMC(대만반도체) 등 글로벌 기술기업 관련 거래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민주당 소속 클레오 필즈 하원의원은 지난 4월 TSMC 관련 주식을 약 1천~1만5천 달러 규모로 추가 매수한 사실을 공시했으며, 최근 3년간 총 223건, 약 1천256만 달러 규모의 주식·옵션 거래 내역도 함께 공개됐다.

미국 하원 의회 공시 자료 기반 거래 내역 (좌: 낸시 펠로시 / 중: 클레오 필즈 / 우: 댄 뉴하우스) 자료: 미국 하원 의회 공시 자료


최근 거래에서는 알파벳·메타·마이크론 등에 대해 각각 10만~25만 달러 수준의 매수 기록이 확인됐고, 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 관련 콜옵션 거래도 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역시 알파벳 보통주를 약 50만~100만 달러 규모로 매수한 데 이어 엔비디아·아마존 관련 주식과 옵션 포지션을 수십만 달러 단위로 확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애플과 엔비디아 일부 보유분은 수백만 달러 규모로 매도되거나 기부자문기금 형태로 이전된 기록도 포함됐다. 공화당 소속 댄 뉴하우스 하원의원 역시 알파벳 등 기술·산업 종목에 대해 1,001~1만5천 달러 규모의 매수·매도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공시됐다.

이 때문에 워싱턴 안팎에서는 단순히 특정 정치인의 투자 행위를 넘어 미국 정치권 전체가 AI·반도체·빅테크 중심의 시장 흐름에 깊숙이 편입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의회 공시는 거래 발생 후 일정 기간 내 공개되는 구조로 제도상 합법 영역에 속하지만, 정책 결정권자들이 시장 영향력이 큰 산업군에 광범위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해충돌 논란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반도체·인공지능·방산·금융 분야는 백악관 정책 변화와 규제 방향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크게 움직이는 산업군인 만큼, 대통령과 의회 권력층의 자산 운용 문제는 향후에도 민감한 정치·금융 이슈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AI와 반도체 산업이 국가 전략 자산 수준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정책 권력과 자본시장의 연결 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권의 투자 투명성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같은 거래 상당수가 자산 운용사 기반의 재량 계좌, ETF 중심 분산 투자, 옵션 헤지 전략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 내부자 거래 프레임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실제 미국 연방 윤리 규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 거래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현재 공개된 자료 역시 이 같은 제도에 따라 신고된 내용들이다. 다만 현행 공시 체계가 금액을 범위 형태로만 기재하도록 하고 있어 실제 투자 규모와 수익 구조, 개별 의사결정 과정까지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결국 이번 공시 논란은 단순한 자산 공개를 넘어, AI·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국 자본시장과 정치 권력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드러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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