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서 싸웠다” – 김정관 장관, 협상 초기 난항 회상
러트닉 상무의 터프함, 긴장 속 존중 – 적장을 리스펙트하며 지지 않으려 노력
‘읽씹’도 통했다 – 9.11 추모 예배 참여로 협상 전환점 마련
국력 강화가 협상력이다 – 전략 산업과 핵심 업종의 중요성 강조
비준 논란과 전략적 선택 – 손발을 묶는 조치보다 특별법 통한 유연성 확보
협상과 인간적 고충 – 스트레스와 건강 문제 속에서도 끝까지 임무 완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의 최전선에서 겪은 고충과 성과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미국의 러트닉 상무장관과 30차례 이상 직접 만나고, 300회가 넘는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숨 가쁜 협상을 이끌었다.
김 장관은 이번 협상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운 것과 같았다”고 표현하며, “우리나라 국력의 한계를 체감한 순간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모든 걸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 내용 중 아쉬운 부분이 남아 완전히 개운하지 않다”면서도, 터프한 협상가로 평가받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러트닉 장관의 협상 스타일에 대해 김 장관은 “아주 직설적이고 터프하다. 협상 중 불리하면 일어나 자리를 떠버리기도 한다”며 긴장감 넘치는 현장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러트닉 장관의 미국을 위한 열정과 애국심은 존경스러웠다”며, “적장을 존중하면서도 지지 않으려 긴장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협상이 난항을 겪던 9월, 러트닉 장관이 한국 측과의 접촉을 피하고 문자를 답하지 않던 시기에는 ‘읽씹’ 상황도 있었다.
김 장관은 “9.11 추모 예배에 참석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바로 답이 왔다”며, 이를 협상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이후 양국은 APEC 정상회의에서 난항을 겪던 쟁점들을 타결로 이끌며 협상을 급물살로 전환시켰다.
김 장관은 협상 결과를 평가하며 “과락은 면한 수준”이라면서도, “우리나라가 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향후 협상에서는 국력을 강화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업 등 전략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몇몇 핵심 업종이 있었다면 협상 내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회의 비준 필요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비준은 법적 구속력이 있어 손발을 묶는 것과 같다”며, “조약이 아니므로 반드시 비준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특별법을 통해 재정적 부담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준이 법적 효력을 갖게 되면 향후 협상에서 유연성이 제한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협상 과정에서 쟁점이 된 ‘상업적 합리성’ 문구와 투자위원회 구성, 반도체 경쟁국 기준, 농산물 수입 절차 등 민감한 사항도 상세히 해명했다. 그는 “투자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한국 측 매니저가 참여하고, 우리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참여하도록 설계했다”며, “미국도 산업적 실익 없이는 함부로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산물과 관련해 김 장관은 “쌀이나 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개방하지 않았다. LMO(유전자변형농산물) 관련 절차는 단순화가 아니라 효율화한 것”이라며, 국민과 농민의 우려를 달랬다. 반도체 조건 관련해서도 “특정 국가를 직접 명시하지 않고 미국이 판단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지나친 자의적 해석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 김 장관은 협상 후 건강 회복과 관련해 “협상 기간 동안 어깨 통증과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협상 종료 후 증상이 나아졌다”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 기업과 산업의 힘이 커야 나라가 무시당하지 않는다. 남은 과제를 수행하면서 국력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번 인터뷰는 김 장관이 직접 밝힌 협상 뒷이야기와 전략적 판단, 협상 과정에서의 긴장과 인간적인 고충까지 담고 있어, 한미 경제협력의 현실과 의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