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직접 통치하지 않는다”…‘석유 봉쇄’로 변화 압박

이성철 기자
Icon
입력: 2026-01-05 6:07
Icon
글로벌이슈
2026-01-05 7:00

루비오 장관, 미국은 베네수엘라 직접 통치하지 않는다고 공식 확인
오일 쿼런틴 유지로 석유 산업 통제,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
전문가 “정치·법적 불확실성과 비용 때문에 실질적 통치 어렵다”
마두로 전 대통령, 뉴욕으로 이송 후 연방법원 첫 출석 예정
카라카스는 여전히 조용, 주민들 충격 속 불안한 일상 이어가

출처: CBS 뉴스, (페이스 더 네이션) 화면 캡쳐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직접 통치하지 않으며, 기존에 시행 중인 석유 봉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제도 변화를 압박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직후 “미국이 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행정부 핵심 인사가 한발 물러선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현지시간 4일 미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일상적으로 통치하거나 행정을 운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행사하는 통제력은 이미 시행 중인 석유 봉쇄, 이른바 ‘오일 쿼런틴(oil quarantine)’을 집행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제재 대상에 오른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해상 수출을 사실상 봉쇄하고, 이를 운송하는 유조선의 운항과 거래를 차단함으로써 석유 수입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접근을 통제하는 조치다. 그는 “대통령이 말한 ‘통제’란 바로 이 지점을 가리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제재 대상에 오른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해상 수출을 사실상 봉쇄하고, 이를 운송하는 유조선의 운항과 금융·상업 거래를 차단함으로써 석유 수입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접근을 통제하는 조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메시지 조정이 정책 후퇴라기보다는,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건에 수반되는 막대한 비용과 장기적 개입 부담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특히 생산 회복에 수년이 소요되고, 정치·법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이 직접 통치 책임을 떠안는 것은 재정적·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 역시 당장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보다는, 정국 안정과 제도적 신뢰 회복 여부를 지켜보는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기자회견에서 “안전하고 질서 있는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수차례 언급하며, 워싱턴이 카라카스를 직접 관리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이 발언은 과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국가 재건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미국 정치권 안팎에서 우려를 불러왔다.

루비오 장관은 이러한 해석을 부인하며, 미국의 핵심 수단은 군정이나 행정 통치가 아니라 경제적 압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봉쇄와 일부 선박 압류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이 국민을 위해 운영되고 마약 밀매가 중단되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강력한 지렛대”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변화가 확인될 때까지 봉쇄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와 범죄에 무관용 대응하며, 국가 안보 수호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미 백악관 공식 계정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발언은 민주당뿐 아니라 해외 개입에 회의적인 공화당 내 ‘아메리카 퍼스트’ 진영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외교 정책 관료들은 모든 사안을 리비아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반복으로 본다”며 “이번 사안은 중동이 아니라 서반구에서 벌어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작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이미 역내에 배치된 미군 전력만으로도 제재 유조선과 마약 운반 선박을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마두로 전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군 기지 자택에서 체포돼 뉴욕 인근 공항으로 이송됐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제국주의적 납치’라고 규정했지만, 미국 법무부는 마두로 부부가 마약 테러 공모 혐의에 연루됐다고 보고 추가 공소장을 공개했다. 마두로는 현지시간 6일 맨해튼 연방법원에 처음 출석할 예정이다.

이번 작전은 수개월간의 비밀 준비 끝에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 진행돼, 국제법과 미국 국내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이 감행한 가장 강경한 정권 교체 시도라는 점에서, 향후 외교적·법적 파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 내부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수도 카라카스는 이례적으로 조용한 상태를 보였고, 상점과 주유소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헌법상 권한에 따라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됐지만, 그는 처음에는 권력 이양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가 이후 대법원의 명령으로 직무를 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로드리게스가 미국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강한 압박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은 직접 통치가 아닌 석유 봉쇄와 압박 외교라는 틀을 분명히 했지만, 베네수엘라 정국과 국제 사회의 반응은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다른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