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기준 ROE 17%→14%…연구개발 반영 시 시장 수익성 재조정
제약·소프트웨어·반도체, ‘고ROE 산업’ 이미지 재평가
AI 수혜 업종도 조정 후 ROE는 20%대 초반
금융·실물자산 업종, 조정 전후 수익성 변화 제한적
성장주 펀드, 단순 ROE 전략의 한계 드러나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의 아스와스 다모다란 교수가 공개한 2026년 1월 기준 산업별 자기자본이익률(ROE)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구개발(R&D)을 반영할 경우 시장 전반의 수익성 수준이 의미 있게 재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장주 비중이 높은 주식형 펀드와 액티브 운용 전략에서는 기존 회계 기준 ROE에 의존한 투자 판단의 한계가 보다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자료는 총 5,994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산업별 평균 ROE를 산출했으며, 전통적인 회계 기준 ROE와 함께 R&D를 자산으로 재분류한 조정 ROE를 병행 제시했다. 분석 결과 전체 시장 평균 ROE는 17.21%였으나, R&D를 반영할 경우 14.71%로 약 2.5%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업을 제외한 시장 역시 17.60%에서 14.44%로 낮아졌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고ROE 성장 산업으로 분류돼 왔던 제약, 소프트웨어, 반도체 업종의 수익성 재평가다. 의약품 산업은 회계 기준 ROE가 24.04%로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돌았지만, R&D를 반영한 조정 ROE는 11.38%에 그쳤다. 이는 동 산업이 높은 영업이익률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로 인해 실제 자본 효율성은 시장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 산업 역시 조정 전 ROE 29.62%에서 조정 후 20.21%로 하락했으며,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는 36.51%에서 24.03%로 낮아졌다. 반도체 산업도 31.36%에서 22.33%로 조정되며, 기존에 인식되던 ‘초고수익 산업’ 이미지가 상당 부분 완화됐다. 이는 성장주 중심의 주식형 펀드에서 ROE를 핵심 스크리닝 지표로 활용해온 전략에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산업별 ROE 재조정 결과는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지속되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성장주 밸류에이션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투자가 집중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산업은 R&D 조정 이후에도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조정 전 ROE와의 격차는 상당하다. 이는 현재의 수익성이 이미 실현된 현금흐름보다는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과 미래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산업은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지만, 이번 데이터에서는 조정 후 ROE가 20% 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시장에서 형성된 높은 밸류에이션이 향후 실적 성장 속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기대치와 실제 수익성 간 괴리가 확대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반면 금융업종은 조정 전후 ROE 차이가 거의 없었다. 머니센터 은행과 지역은행, 보험업 전반에서 ROE 수치는 동일하게 유지됐으며, 이는 금융업이 R&D 의존도가 낮고 회계상 자본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가치주·배당주 중심의 금융 섹터는 상대적으로 수익성 지표의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재 AI 관련 산업이 과거 닷컴버블 국면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해석된다. 조정 ROE 기준으로도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산업은 명확한 양(+)의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다수 기업이 이미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수익 기반이 취약했던 2000년대 초반 IT 버블과 달리, 현재 AI 생태계는 기존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 위에 추가적인 기술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다만 조정 ROE가 시장 평균을 크게 상회하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은, 향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밸류에이션 조정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물자산 기반 업종 가운데서는 호텔·게임, 병원·헬스케어 시설, 일부 소매 유통 업종이 조정 이후에도 높은 ROE를 유지했다. 병원·헬스케어 시설 산업은 50%를 웃도는 ROE를 기록하며 시장 내 가장 높은 자본 효율성을 보였고, 호텔·게임 산업 역시 조정 후 ROE가 30%를 상회했다. 이는 고정자산 대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이 여전히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가 속한 특수 소매 업종은 연구개발(R&D) 지출 비중이 낮아, R&D 반영 전후 자기자본이익률(ROE) 차이가 제한적이다. 이들 기업의 높은 ROE는 기술 투자 효과라기보다는 브랜드 경쟁력과 자본 구조의 영향이 크다. 이는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더라도 이를 자기자본에 축적하기보다는 주주환원에 집중하면서, 장부상 자기자본이 크게 축소되거나 일부 경우 음(-)에 가까운 구조로 전환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특성은 애플과 코카콜라 등 글로벌 소비재·플랫폼 기업에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코카콜라와 같은 브랜드 중심 기업은 연구개발(R&D) 지출 비중이 낮은 반면, 지속적인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자기자본을 축소시켜 ROE가 구조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애플 역시 대규모 R&D 투자를 병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장부상 자기자본이 크게 줄어들면서 ROE 지표의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형 펀드와 액티브 운용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ROE 분석은 섹터 배분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R&D 집약도가 높은 성장 산업에서는 전통적인 회계 기준 ROE가 기업의 실제 자본 효율성을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단순 ROE 상위 종목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의도치 않은 리스크를 내포할 수 있다.
특히 성장주 비중이 높은 펀드일수록 조정 ROE나 ROIC(투하자본이익률)와 같은 보완 지표를 함께 고려하지 않을 경우, 구조적으로 높은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종목에 과도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금융, 일부 소비재, 실물자산 기반 산업처럼 R&D 영향이 제한적인 업종에서는 회계 기준 ROE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비교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분석은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높은 ROE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ROE가 어떤 회계 가정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장기 투자 성과에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산업별 ROE 데이터는 AI와 성장주 전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어느 정도 수준의 실제 수익성 위에 형성돼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기준선을 제공한다. 이는 AI가 단순한 테마성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실적 실현 속도에 따라 밸류에이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음을 함께 시사한다.
2026년 현재, 주식과 펀드 투자에서는 단일 수익성 지표에 의존하기보다 산업 특성과 자본 구조를 반영한 보다 정교한 해석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와 성장주는 여전히 수익 산업이지만, 연구개발(R&D)을 반영한 현실적인 ROE는 시장이 기대해온 수준만큼 무한하지 않다는 점이 이번 분석에서 분명히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