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지는 초콜릿, 커지는 가격 부담…글로벌 초콜릿 시장의 축소 인플레이션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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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1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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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2026-01-17 23:23

코코아 가격 급등, 영국은 줄이고 한국은 더 두껍게
부활절 초콜릿은 작아지는데, 한국 디저트는 오히려 커진다
축소인플레이션에 맞선 한국식 소비 반응
작아지는 영국 초콜릿과 줄 서는 한국 두쫀쿠
세계는 초콜릿을 줄이고, 한국은 프리미엄으로 간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몰티져스 초콜릿 제품 / 사진 출처: 몰티져스 UK 공식 계정

영국에서 올해 부활절을 앞두고 출시된 초콜릿 제품들이 잇따라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올리는 이른바 ‘축소 인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가디언이 보도했다. 코코아 가격 급등에 에너지·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제조사들이 제품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원가 상승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엠앤엠즈와 스니커즈로 잘 알려진 마스사가 만드는 영국 초콜릿 브랜드 몰티져스(동그란 몰트 초콜릿으로 유명한 제품)의 부활절 달걀 제품은 올해 슈퍼마켓 기준 무게가 기존 231그램에서 194그램으로 줄었다. 반면 판매 가격은 6파운드에서 7파운드로 인상됐다. 업계 전문지 그로서는 박스 안에 들어 있던 미니 팩 수가 하나 줄어든 것이 이번 감량의 주된 원인이라고 전했다. 그 결과, 소비자가 부담하는 그램당 가격은 약 39% 상승했다.

카드버리의 트월 부활절 달걀 제품도 용량 축소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개별 포장된 트월 초콜릿 바가 기존 두 개에서 두 조각으로 줄면서 전체 중량은 218그램으로 약 9.5% 감소했다. 대부분의 매장에서 가격은 6파운드에서 7파운드로 올라, 그램당 가격 기준으로는 28% 이상 인상됐다.

카드버리 미니 에그 가족용 팩 역시 구성품이 줄었다. 달걀 네 개가 빠지면서 중량은 270그램에서 256그램으로 감소했지만, 가격은 테스코 기준 4.85파운드에서 6.20파운드로 크게 올랐다. 다만 소매업체별로 가격 차이는 있어, 세인스버리와 웨이트로즈에서는 5.50파운드, 아스다에서는 4.94파운드에 판매되고 있다.

린트의 대표 제품인 황금 토끼 초콜릿은 가장 큰 사이즈 기준으로 200그램 용량을 유지했으나, 가격은 지난해 5.50파운드에서 올해 8.50파운드로 급등했다.

럭비공 모양의 코코아 열매를 반으로 갈라 펼치면, 내부에는 연한 크림색 과육에 싸인 여러 개의 코코아 콩이 들어 있다. 이 코코아 콩이 발효와 건조 과정을 거쳐 초콜릿의 원료가 된다 / 사진 출처: 국제코코아기구·ICCO


더 가디언은 최근 수년간 초콜릿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코코아 가격 급등을 지목했다.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등 주요 코코아 산지에서 이상 기후와 강수 패턴 변화로 수확량이 줄어든 데다, 설탕·에너지·물류·인건비 상승이 겹치며 제조 원가가 크게 뛰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초콜릿 바와 비스킷의 크기를 줄이거나, 코코아 함량을 낮추는 방식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몰티져스 제조사 마스의 영국·아일랜드 담당 대변인은 “소비자가 겪는 비용 부담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가격 인상을 억제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코코아 가격 상승 등 지속적인 비용 압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제품 크기 조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품질과 맛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부활절 제품을 계속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카드버리 제조사인 몬델레즈 인터내셔널도 “소매업체는 자체적으로 판매 가격을 정할 수 있으며, 제품 크기 조정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코코아와 유제품, 에너지와 운송 비용 상승으로 인해 트월, 위스파, 미니 에그 일부 제품의 권장 판매가와 용량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린트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테스코는 관련 언급을 피했다.

이번 현상은 영국의 부활절 초콜릿을 계기로 두드러졌지만, 더 가디언은 이를 특정 시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글로벌 초콜릿 시장 전반의 구조적 변화로 진단했다. 가격 인상과 용량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소비자 체감 물가는 더욱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최근 한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두쫀쿠’ 열풍은 더 가디언이 지적한 초콜릿 축소 인플레이션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이 보이는 또 다른 반응으로 해석된다. 가격 대비 양과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강화되면서, 오히려 ‘크고 진한 초콜릿’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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