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기업의 중국 감시 기술 판매 사실상 묵인
클라우드 서비스 우회로 중국 AI 감시 강화
로비와 기업 압력으로 수출 규제 강화 실패
천안문 이후 인권 경고에도 규제 허점 지속
미국 기술로 위구르 감시 현실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이 중국의 감시체계 구축에 필요한 기술을 판매하도록 사실상 방관하거나 때로는 지원까지 해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인권 침해와 국가안보 위험을 이유로 중국을 비판해온 미국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행태다.
AP통신은 10월 29일자 보도에서, 최근 수십 년간의 공개 문서, 의회 증언, 로비 기록, 전·현직 정부 관계자 인터뷰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공화당과 민주당을 거친 다섯 차례의 미국 행정부가 자국 기업의 중국 감시 관련 기술 수출을 반복적으로 허용하거나 심지어 독려해 왔다고 전했다.
“중국의 감시 강화에 미국 기술이 핵심 역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첨단 기술 기업들은 중국 경찰과 정부 기관, 감시 관련 기업에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며 중국의 감시국가 체제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천안문 사태 이후 도입된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와 의회는 수출 규제의 허점을 수차례 외면해 왔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와 제3자 리셀러를 통한 우회 수출이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중국은 미국이 고급 인공지능(AI) 칩 판매를 금지하자,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AI 모델을 훈련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에 막힌 수출 규제 강화 시도
의회는 이러한 허점을 막기 위해 네 차례에 걸쳐 법안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AP는 “기술 회사와 무역협회를 대표하는 100명 이상의 로비스트가 개입해 수백억 원대의 로비를 벌인 결과”라고 전했다.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미국산 컴퓨팅을 제한하면 외국 경쟁국이 유리해질 뿐”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인텔 역시 “정부 지분은 경영권이 없는 수동적 소유”라며 정부와의 거래를 부인했다. 반면 의회의 일부 의원들은 “기업의 막대한 자금력과 정치적 영향력이 규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전략적 실패…인권은 뒷전”
천안문 시위 당시 학생운동 지도자였던 저우펑쑤오(현 미국 시민)는 “미국 정부가 기업의 이익에 끌려가면서 중국의 감시와 탄압을 돕고 있다”며 “이는 전략적 실패”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기술 기업들이 중국 감시에 연루된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수출 촉진’
AP는 과거 미국 상무부가 ‘수출 촉진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보안 기술 업체들을 중국 공공기관과 연결해주는 행사를 주최해 왔다고 전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중국 보안 박람회에 미국 기업들의 참가를 장려했고, ‘시장 진입 전략’과 ‘중국 공공기관 대상 홍보 계획’을 제공하는 온라인 세미나까지 열었다. 당시 행사를 주관했던 전직 관계자는 “매번 기술이 잘못 쓰일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상업적 이익이 우선이었다”고 회상했다.
반복된 규제 실패와 로비의 벽
2006년부터 여러 차례 의회가 감시 기술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려 했으나, 법안은 번번이 로비의 벽에 막혔다. “이 모든 회사의 공통점은 큰 자금력”이라는 민주당 상원의원 론 와이든의 발언처럼, 초당적 개혁 시도는 매번 좌절됐다. 전직 상무부 관계자 케빈 울프는 “감시 시스템에 쓰이는 기술 대부분이 일반 산업에서도 쓰이기 때문에, 통제를 강화하면 국제무역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며 당시 논란의 복잡성을 인정했다.
“미국 기술이 내 구속의 이유였다”
신장 자치구의 위구르족 여성 굴바하르 아이티와지는 “중국 경찰이 미국 기술로 만든 감시 시스템을 이용해 나를 ‘테러리스트’로 식별했고, 그 결과 2년 넘게 수용소에 갇혔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세계 최강국이 이런 기술을 중국에 계속 판매하는 것은 실망스럽고 비극적”이라고 말했다.
“인권보다 돈이 앞섰다”
결국 수십 년에 걸친 정부와 산업계의 공조, 그리고 강력한 로비는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정책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것이 AP의 결론이다. 인권 침해를 비판하면서도 기업의 수익을 위해 감시 기술의 해외 판매를 방조한 모순된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미국은 겉으로는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국 기술기업들이 중국의 감시체계 구축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수출하도록 오랜 기간 묵인하거나 지원해 왔다는 것이다.
AP는 이를 “이익이 인권과 국가안보보다 우선한 미국의 전략적 실패”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