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7개월 만에 1470원 돌파
외국인, 달러 선물 순매수로 환율 상승 압력 확대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 40선 돌파, 변동성 경고
채권 금리 연중 최고치,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관측
9월 시중 통화량 4430조 원, 6개월 연속 증가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26조 원 돌파, 빚투 증가 지속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0원을 터치하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순매도와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는 계속해서 압박을 받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이 대외 불확실성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시장 안정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환율은 장 초반 달러당 1461원에 출발했으나 곧 상승세로 전환, 장중 한때 1470원까지 치솟았다. 주간 마감은 전 거래일 대비 2.4원 오른 1465.7원으로, 최근 31거래일 연속 1400원대를 상회하며 높은 변동성을 지속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4278억 원과 서학개미 등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수요가 동시에 작용했다”며 원화 약세의 배경을 설명했다.
글로벌 통화 흐름 역시 원화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4엔대를 돌파하며 엔화가 약세를 기록했다.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의 경기 부양 중시 발언이 엔저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총재는 싱가포르에서의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미국 AI 주가 변동성, 정부 셧다운, 미·중 무역 관계, 달러 강세, 일본 정책 불확실성 등 다양한 대외 요인이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과도한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 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의지가 있다”는 구두개입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장중 환율은 약 2원 가까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 강세(원화 약세)에 베팅하며 달러 선물시장에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그동안 한국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유지했던 달러 선물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고 달러를 다시 사들이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12일 기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만 이달 들어 7조 3000억 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환율에 상승 요인을 제공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경우 주식시장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며, 외국인의 ‘셀 코리아’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수출 주력 업종 실적 개선과 한미 간 관세 불확실성 해소 등이 맞물리면서 원화 약세 흐름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채권시장도 긴장 상태를 이어갔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92%포인트 오른 연 2.923%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연 3.088%, 3.282%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언급한 ‘통화정책 방향 전환’ 발언이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신호로 해석되면서 매도세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에 대해 “완화적 통화정책 사이클 유지에 무게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통화량 측면에서는 9월 시중 광의통화(M2)가 4430조 5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30조 3000억 원 증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기업과 가계, 기타 금융기관 모두에서 유동성이 늘어났으며, 단기성 자금(M1)도 전월 대비 17조 8000억 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투자 수요와 분기말 재무관리 목적 자금 유입이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71% 급등하며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VKOSPI 200 Volatility Index)가 최근 40선을 넘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촉발된 4월 폭락 당시 수준과 맞먹으면서, 급등한 주가에 따른 변동성 경고등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고점 랠리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형성되고 일부 파생상품이 고평가되는 등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단기 조정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증권사 신용거래융자(빚투) 잔액은 26조 원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부 출범 이후 증가 폭은 7조 5668억 원에 달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 역시 105조 8028억 원으로 10여 일 만에 1조 원 이상 늘었다. 금융당국은 증가세를 예의주시하며 “전체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환·채권시장의 변동성과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외국인 달러 선물 순매수,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가 맞물리며 단기적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증가했다”며 “정부와 한은의 구두개입 및 데이터 기반 정책이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는 핵심 변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