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75% 조기 투입…하반기 재정 여력 축소 우려도
“상반기 승부”에 무게…현장 집행 따라 효과 갈릴 듯
세수 불확실성·집행 지연 시 정책 효과 반감 가능성
미래투자·민생지원 증액…재정 역할 확대 의지 재확인
하반기 추경 가능성도 거론…재정운용 ‘탄력성’ 시험대

정부가 2026년도 예산을 총 727조9천억 원 규모로 최종 확정하고, 이 가운데 468조 원을 상반기에 조기 배정하기로 했다.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일부 감액이 있었지만, 미래성장 분야와 민생·안전·지역경제 등 핵심 분야는 오히려 증액되며 경기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획재정부는 9일 국무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배정계획’을 의결하고, 세출예산(일반·특별회계) 624조8000억 원 중 75%인 468조3000억 원을 내년 상반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상반기 배정액보다 36조8000억 원 늘어난 수준으로, 정부는 2023년부터 4년 연속 동일한 75% 조기 배정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재정 당국은 “75%는 사실상 가능한 최대 조기 집행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예산 배정은 부처가 예산을 사용할 ‘권리’를 부여받는 절차로, 이를 통해 계약 체결 등 지출을 발생시키는 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지출을 위해서는 별도의 자금 배정이 필요하며, 조세·세외수입으로 충당한 뒤 부족한 부분은 국채 발행이나 일시 차입으로 마련하게 된다.
이번 조기 배정 확대의 배경에는 내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과 주요 기관들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전망하며 저성장 고착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소비와 투자 회복이 둔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정부는 “상반기 재정 집행이 지연되면 회복 조짐을 보이는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기획재정부가 이날 공식 SNS를 통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예산 항목이 감액된 반면 미래 대응, 민생 지원, 안전·안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 핵심 분야는 오히려 증액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분야에 1조7천억 원, 취약계층과 민생경제 지원에 4천억 원, 국민 안전 및 안보 강화에 6천억 원, 지역경제 활성화 분야에는 1조6천억 원이 추가 반영됐다.
기재부는 “기술 중심 초혁신경제, 기본이 탄탄한 사회, 국민 안전 확보, 국익 강화 등을 위한 사업이 연초부터 즉시 추진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예산을 상반기에 대폭 앞당겨 배정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집행할 현장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재정 투입 효과는 기대만큼 나타나기 어렵다. 부처나 지자체의 사업 설계가 늦어지거나 세수 여건이 불안정해 자금 배정이 지체될 경우 경기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상반기에 재정을 집중한 만큼 하반기에는 대응 여력이 좁아지는 구조적 한계도 생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정부가 하반기 경기 흐름에 따라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앞으로 부처별 집행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필요 시 현장 애로 해소 조치도 즉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