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불법 판결 시 ‘131조 원 환급’ 파문… 소비자 환급은 제외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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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5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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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025-11-07 21:48

트럼프 관세, 불법 판결 시 97조 원 환급 폭탄 현실화
소비자는 제외, 환급금은 기업 몫으로 한정
대법원 판결 내년 상반기 예상…미 경제정책 분수령
복잡한 환급 절차, 중소기업엔 ‘악몽’ 우려
전례 없는 행정 혼란, 글로벌 통상 질서 흔들릴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행한 대규모 관세 정책이 연방대법원에서 불법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미 징수된 약 900억 달러(약 131조 원) 규모의 관세 환급 문제가 워싱턴 정가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 환급 규모를 140조 원대로 추산하기도 하지만, 로이터·ABC뉴스 등 주요 외신은 약 900억 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미국 정부 역사상 전례 없는 행정 절차가 될 것”이라며, 행정부와 기업 간 복잡한 환급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사건의 구두변론은 지난 11월 5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에서 진행됐으며, 최종 판결은 통상 절차에 따라 내년 상반기(2026년 6월 전후)에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이르면 내년 봄, 늦어도 여름 이전에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대통령의 무제한적 관세권 인정 어렵다”

ABC뉴스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11월 5일(현지시간) 열린 공개 변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무제한적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 대법관들은 “외교·안보 상황에 따른 일정 수준의 재량권은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해 최종 판결의 여지를 남겼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소기업을 대리하는 닐 카티얼 변호사와의 질의응답에서 “환급 절차 자체가 행정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환급이 승인되더라도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환급은 기업 몫, 소비자는 해당 안 돼”

현재까지 관세 환급은 수입업체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일대 ‘버짓랩’의 어니 테데스키 연구원은 “소비자들은 환급 대상이 아니다”라며 “환급금은 수입기업이 돌려받는 것이지, 일반 소비자가 돌려받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기업들은 환급으로 단기적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미 부담한 가격 인상분은 그대로 남는 셈이다.

“절차는 복잡, 환급까지 수년 걸릴 수도”

국제무역 전문 변호사 맷 라핀(와일리 라인)은 “대법원이 환급 방안을 직접 지시할 의무는 없지만, 과거 사례를 참고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8년 항만 유지세 위헌 판결 당시, 세관국경보호국(CBP)이 환급 청구 절차를 마련하는 데 1~2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환급 대상 기업 수가 훨씬 많고 금액도 수십 배에 달할 것이기 때문에, 절차는 훨씬 더 길고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2006년 미국과 캐나다 간의 목재 수입 분쟁 해결 사례가 거론된다. 당시 양국은 10억 달러를 민간 기업에 분배하고, 절반은 시장 개발 기금으로 활용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앨런 울프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처럼 전례 없는 규모의 사안은 유사한 해결책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소송 제기 기업만 환급 가능?”

환급 자격을 둘러싼 법적 논쟁도 불거지고 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관세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기업이 환급 자격을 가질 수 있는지”를 국제무역법원(CIT)에 재검토하도록 했다. 따라서 최종 판결 범위에 따라, 환급 대상이 모든 수입기업이 될 수도 있고, 원고로 참여한 5개 기업에 한정될 수도 있다.



소기업 불리, “행정부가 절차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조지타운대 제니퍼 힐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환급 청구를 어렵게 만들어 소송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행정부가 환급 신청을 일괄적으로 거부해 기업들이 국제무역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대기업은 감당 가능하겠지만, 중소기업은 행정비용과 법률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퍼시픽리걸재단의 올리버 던포드 수석 변호사도 “복잡한 규제 절차는 자본과 인력이 충분한 대기업에는 유리하지만, 소규모 수입업체에는 막대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경제적 파급, ‘현금 유입’과 ‘혼란’ 공존

법률가들은 환급이 이뤄질 경우,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해 투자나 배당 여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물가 안정에는 직접적 영향이 없으며, 행정 혼란과 예산 손실이 겹쳐 미국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이 관세를 뒤집는다면 미국은 스스로의 경제 주권을 포기하는 셈”이라며 “필요하다면 새로운 무역 보호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환급 절차, 수년간 경제 변수로 작용할 수도”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건이 “대통령의 관세권과 통상정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적 분기점”이라고 전했으며,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미국 행정부 권한의 범위를 재정의할 잠재적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또한 환급 절차가 본격화될 경우, 90조 원이 넘는 재정 유출이 단기간에 이뤄지며 달러 유동성과 금리 정책에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 무역전문가는 “이번 사건은 법적·행정적·정치적 모든 측면에서 ‘미국 경제의 거대한 실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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