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산업 기상도: AI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맑음’, 철강·석화 ‘흐림’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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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5 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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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제비즈니스
2025-12-15 2:16

AI 투자 확산에 산업 지형 급변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성장 축 부상
전통 제조업, 중국발 공급과잉·관세 압박 지속
첨단·비첨단 산업 간 온도 차 확대
2026년, 산업 구조 전환의 분기점

출처: 본 표의 산업기상도 기호는 대한상공회의소(산업기상도) 자료를 기준으로 하였으며, 각 업종별 주요 내용과 수치적 전망은 KIET(한국산업연구원) 경제·산업 전망 자료를 참조하여 작성함 / 그래픽 : 유스풀피디아

인공지능(AI) 확산이 한국 산업 전반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 수혜를 받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산업은 2026년에도 성장 기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보호무역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철강·기계·건설 등 전통 제조업은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4일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공동 분석한 ‘2026년 산업기상도’를 발표하고, 내년 산업 환경을 업종별로 ‘맑음·대체로 맑음·흐림’으로 구분해 제시했다. 조사 결과 반도체·디스플레이는 ‘맑음’, 배터리·바이오·자동차·조선·섬유패션은 ‘대체로 맑음’으로 평가됐으며, 기계·석유화학·철강·건설은 ‘흐림’ 전망을 받았다.

AI 투자 확산…반도체·디스플레이 ‘슈퍼사이클’ 지속

산업기상도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확충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고부가 메모리와 첨단 디스플레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은 2026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상의는 반도체 수출이 올해 전년 대비 16% 이상 증가한 데 이어, 내년에도 두 자릿수에 가까운 추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2026년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에도 가파른 증가가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고부가 D램 수요가 반도체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AI 기기 성능 상향과 함께 ‘맑음’ 전망을 받았다. 전력 효율이 높은 OLED 패널 채택이 스마트폰, 노트북을 넘어 자동차와 XR(확장현실) 기기로 확대되면서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동차용 대형 디스플레이와 XR용 OLED 출하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바이오 ‘후방산업 효과’…자동차·조선도 완만한 회복

AI 후방산업으로 분류되는 배터리 산업도 ‘대체로 맑음’으로 평가됐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가 급증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차 일시적 수요 둔화 이후, K-배터리를 탑재한 글로벌 완성차 신모델 출시가 집중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점진적인 회복이 기대된다. 다만 미국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축소 가능성과 중국 배터리 업체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바이오 산업은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설비 증설 효과와 미국 생물보안법에 따른 반사이익이 맞물리며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 고부가 신약 파이프라인의 기술 수출과 글로벌 공동개발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자동차 산업은 국내 전기차 신공장 가동을 바탕으로 생산과 수출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업 역시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선종 수요가 이어지며 수출 증가세가 예상된다. 다만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과 관련한 국제 규제 일정이 늦춰지면서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섬유패션 산업은 중국의 한한령 완화 기대, K-콘텐츠 확산, 원화 약세 효과 등에 힘입어 완만한 수출 증가가 점쳐졌다.

석유화학·철강·기계·건설…구조적 부담 지속

반면 전통 제조업의 기상도는 흐리다.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저유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내년 수출 감소가 예상됐다. 철강 산업 역시 중국산 저가 공세에 더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수입 규제 강화로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기계 산업은 미국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과 통상 불확실성의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일부 중동 플랜트 수요가 버팀목 역할을 하겠지만, 전반적인 수출 감소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건설 산업도 고금리 기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강화, 인건비 및 안전 비용 상승 등 복합 악재로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에 따른 공공 토목 수주 회복은 제한적인 개선 요인으로 꼽혔다.

“AI 중심 산업 재편 가속…정책 대응이 관건”

AI를 축으로 한 산업 재편은 2026년을 전후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핵심 제조업의 성장 방향을 좌우하면서 산업 구조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빠르게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국내 산업 전반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AI 관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산업 환경 전반의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와 제도, 투자 여건이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기술 경쟁에서의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AI가 산업 성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으면서, 2026년 한국 산업은 기술 내재화 수준과 구조 전환 속도에 따라 업종별로 상이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산업과 전통 산업 간의 온도 차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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