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 63.7%→58.6% 하락…전력 인프라주로 자금 확산
LS 일렉트릭·효성중공업·한미반도체 강세…AI 투자 수혜 업종 다변화

국내 증시에서 AI 반도체 중심의 자금 쏠림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전력 인프라·방산·반도체 소부장 업종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 기준,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투자자별 순매수 동향을 보면 순매수 금액은 총 6조2,546억원으로,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만 약 3조6,666억원이 집중됐다. 전체 순매수 자금의 58.6%가 두 반도체 대형주에 몰린 셈이다. 다만 전날 기준 두 종목 집중도가 63.7%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중심의 초집중 장세 속에서도 일부 자금은 자동차·방산·금융주 등 경기민감 및 가치주 영역으로 순환하는 흐름도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AI 반도체 매수세는 전력기기·반도체 장비·전선주 등 인프라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 기대가 커지면서 전선·변압기 관련주까지 동반 강세를 나타냈고, 시장 주도 자금이 반도체 중심에서 산업 전반으로 점차 확산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급 변화를 두고 AI 반도체 중심의 ‘1차 집중 매수’가 전력기기·반도체 장비·전선주 등 인프라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대되는 초기 국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순매수 비중은 전날 63.7%에서 58.6%로 낮아졌지만, 감소한 자금은 LS 일렉트릭·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기기주와 한미반도체·ISC·원익IPS 등 반도체 소부장 종목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현대차·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와 한국항공우주·현대로템 등 방산주까지 자금 순환이 확산되며 시장 주도 업종이 점차 넓어지는 양상이다.
가장 강한 매수세를 기록한 종목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의 순매수 금액은 2조5,145억원으로 전체 순매수 자금의 40.2%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역시 1조1,521억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하며 전체 자금의 18.4%를 흡수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누적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하며 시장의 AI 반도체 기대감을 재확인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와 글로벌 빅테크의 AI 서버 투자 증가가 외국인과 기관 자금을 대형 반도체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반도체 장비·부품주로도 수급 확산이 뚜렷했다. 한미반도체는 1,377억원, 이수페타시스는 337억원, ISC는 200억원, 리노공업은 108억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원익IPS와 HPSP, DB하이텍, 해성디에스 등 반도체 공정 및 검사장비 관련 기업들도 순매수 상위권에 포함됐다. AI 메모리뿐 아니라 후공정·패키징·전력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으로 투자심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력기기와 전선 업종 역시 시장의 핵심 매수 축으로 자리 잡았다. LS 일렉트릭은 2,734억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하며 반도체주 다음으로 강한 자금 유입을 보였다. 효성중공업은 2,012억원, HD현대일렉트릭은 1,665억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삼성전기 역시 1,652억원 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고부가 전장 부품 기대감을 반영했다. LS와 LS에코에너지, 대한전선, 가온전선, 일진전기, 제룡전기, 대원전선 등 전선·전력 인프라 관련 종목들에도 대규모 매수세가 이어졌다. 북미 전력망 교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확대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전선주의 경우 중소형주까지 수급 확산이 이어졌다. 대한전선은 912억원, 가온전선은 671억원, 일진전기는 634억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대원전선 역시 순매수 수량이 79만주를 넘기며 개인·기관 자금이 동시에 유입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AI 산업 확대 과정에서 전력 인프라가 핵심 수혜 영역으로 부상하면서 전력설비 업종 전반으로 투자 자금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자동차와 방산 업종에 대한 매수세도 지속됐다. 현대차는 561억원, 현대모비스는 432억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한국항공우주는 467억원, 현대로템은 349억원, 한화시스템은 179억원 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과 방산 수출 확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 업종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과 SK오션플랜트가 순매수 상위권에 포함되며 LNG선 및 해양플랜트 투자 기대감을 반영했다.
금융주에 대한 선별적 매수도 이어졌다. 신한지주는 545억원, 우리금융지주는 301억원, 메리츠금융지주는 248억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 iM금융지주 등 지방·시중 금융주 전반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배당 확대와 밸류업 정책 기대감이 금융주 투자심리를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시장 전체적으로는 강한 순매수와 동시에 차익실현도 병행됐다. 순매수 금액 합계는 6조2,546억원에 달했지만, 같은 기간 1,437개 종목에서 총 2조463억원 규모의 순매도가 발생하면서 최종 순매수 규모는 약 4조2,083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는 특정 주도주에 자금이 집중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모멘텀이 약한 업종에서는 자금 이탈이 병행됐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순매수(플러스) 종목만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다. 전체 시장 순매도 규모까지 반영한 최종 Net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SK하이닉스 비중은 약 59.7%, 삼성전자는 약 27.4%로 확대되며, 두 종목 합산 비중은 87%를 웃돈다. 이는 시장 전체 자금 흐름에서 AI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수급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증시가 업종 전반으로 자금이 분산되는 흐름이라기보다 AI 산업 성장과 직접 연결된 핵심 수혜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집중되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HBM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글로벌 전력망 교체 수요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이 시장 주도주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