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숨은 금융 구조, 순환거래란 무엇인가
엔비디아·오픈AI·코어위브, 얽힌 투자와 칩 거래의 실제 모습
순환거래, 버블 신호일까? 전문가들의 경고와 해석
월가 분석가들 “AI 버블 아니다…하지만 일부 경고는 주목해야”
벤더 파이낸스와 우로보로스, 과거와 현재 거래의 차이점
리스크와 기회 사이, 기업들은 왜 순환거래를 선택하는가

인공지능(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업 간 복잡한 거래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오픈AI, 코어위브 등 주요 기업들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투자와 인프라, 수요가 서로 얽힌 ‘순환거래’를 형성하고 있다. 고객이면서 동시에 투자자가 되는 구조다.
코어위브와 엔비디아, 순환거래의 현실
코어위브는 올해 2분기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급증했지만, 운영비용은 전년 대비 거의 네 배 증가한 11억 9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수익 성장에 따른 재정 부담을 드러냈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 지분 5%를 보유하고 있으며, 코어위브가 판매하지 못한 클라우드 용량을 2032년까지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엔비디아와 오픈AI 간 거래도 대표적이다. 엔비디아는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오픈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하고, 오픈AI는 수백만 개의 엔비디아 칩을 사용한다. 이어 오픈AI는 AMD 지분 일부를 확보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AMD 칩을 구매하며, 오라클과는 3천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오라클이 해당 시설에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면서 자금이 다시 엔비디아로 흐르는 구조도 나타난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량의 엔비디아 GPU를 확보하고도 데이터센터 용량 부족으로 상당 부분을 즉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는 AI 인프라 확장이 칩 공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발생한 전형적 병목 현상으로, 칩 제조사·클라우드 기업·AI 모델 기업이 상호 투자를 통해 수요와 공급을 묶어두는 순환구조가 왜 현실적으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칩 제조사, 클라우드 제공사, AI 모델 기업을 잇는 순환거래는 투자자와 언론에게 ‘버블 신호’처럼 비칠 수 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연구원 파울로 카르바오는 “1990년대 닷컴버블 당시 순환거래는 광고와 크로스셀링을 통해 성장률을 부풀리는 데 사용됐다”며, “현재 AI 기업들은 실질 제품과 고객이 있지만, 지출 속도가 수익을 앞지른 점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역시 일부 거래를 ‘금융적 우로보로스’로 표현하며, “매출처럼 보이는 돈이 사실상 동일한 자금이 기업 사이를 돌고 있는 경우가 있다. AI 용량 확장이 빠른 만큼 경고 신호를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순환거래가 반드시 문제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순환거래가 단순한 거품 신호라기보다, AI 산업의 전략적 투자와 인프라 확장의 일부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로이터 통신, 인베스토피디아, 포브스 등 주요 외신도 이를 각기 다른 관점에서 분석하며 순환거래의 의미와 잠재적 위험을 설명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오픈AI 간 거래는 사실상 ‘벤더 파이낸스’ 성격에 가깝다. 오픈AI는 AI 서비스 제공을 위해 칩이 필요하고, 엔비디아는 칩 판매가 본업이다. 양사 거래는 자연스러운 비즈니스 활동이며, 엔비디아는 상장사로 공시와 회계 규제를 받기 때문에 불법적 수익 부풀리기 가능성은 낮다.
월가, AI 버블 우려는 과장?
최근 엔비디아·오픈AI 거래가 닷컴버블 시기 벤더 파이낸싱과 비교되며 AI 버블 논란이 불거졌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신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부 회의론자는 엔비디아가 자금을 투입해 AI 인프라를 지원하며 수요를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는 우려를 과장된 시선이라고 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순환거래가 2030년까지 AI에 투자될 5조 달러 전체에서 5~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오픈AI가 엔비디아, AMD, 오라클과 맺은 계약만으로도 향후 인프라 구축에 1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예정되어 있지만, 이는 AI 생태계 전체에서 일부에 불過하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오픈AI 외에도 미국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테슬라/xAI, 중동·아시아 독자 AI 인프라, 100여 개 신생 클라우드 기업 등 다양한 생태계를 지목하며 단일 기업 의존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특히 ‘매그니피센트 세븐’(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 주가 상승이 집중 위험을 보여주지만, 닷컴버블과 달리 기업 가치가 강력한 수익 성장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를 버블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들 기업은 AI 외에도 탄탄한 재무 구조와 현금흐름을 갖고 있어, 갑작스런 충격으로 AI 투자가 중단되더라도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고 신호도 존재한다. 올해 들어 빅테크의 부채 발행 증가와 AI 관련 기업 공개 증가, 신규 상장 주가 프리미엄이 평균 30%로 닷컴버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점은 향후 버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AI 순환거래는 단순한 ‘버블’로 보기 어렵지만, 기업과 투자자 모두 잠재적 위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술 성장과 금융 전략이 맞물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기업 간 상호 의존성이 높아질수록 산업 전반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순환거래가 잠재적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반드시 부정적 신호로만 볼 수 없다고 평가한다. 로이터 통신은 엔비디아, 오픈AI, 코어위브 간 순환거래가 AI 인프라 확장과 기업 성장에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거래 구조가 반드시 부정적 신호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인베스토피디아는 일부 거래가 매출 부풀리기나 과도한 금융 레버리지 우려를 낳을 수 있지만, 전체 AI 투자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이므로 AI 버블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평가했다. 또한 포브스는 엔비디아·오픈AI·AMD 등 주요 기업이 장기적 수요와 공급을 함께 계획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AI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전략적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