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式 무역전쟁, 혼란 아닌 계산된 중국 압박 전략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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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9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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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025-11-06 23:52

트럼프식 무역전쟁, 혼란 아닌 전략적 설계

패턴 있는 압박, 17차례 반복으로 본 계산된 움직임

미·중 교역 축소 속 동남아·일본 중심 공급망 재편

비대칭 의존성 활용, 희토류 맞불 전략과 중국 압박

미국 중심 경제 위계 구조 강화, 새로운 글로벌 질서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취임한 두 번째 임기에서 펼친 대중무역정책이 단순한 혼란이 아닌 치밀하게 설계된 경제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즉흥적 관세 폭탄’으로 불리던 트럼프식 무역전쟁이 사실상 경제적 지렛대를 구축하기 위한 장기 작전이었다는 평가다.

17차례 반복된 ‘패턴 있는 압박’… 혼란 아닌 계산된 움직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동일한 패턴의 무역 압박을 반복했다고 보도했다. 그 패턴은 ‘관세 발표 → 시장 혼란 → 중국의 보복 → 우방국 예외 → 중국 압박 강화’의 순환 구조였다. 실제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의 대중 수입품 중 약 63%가 최고 관세율을 적용받은 반면, 일본·호주 등 우방국 제품은 평균 5% 미만에 머물렀다. 2기 들어서는 한국산 자동차(25%), 일본산 부품(15%) 등 일부 품목에서 예외적 조정이 이뤄졌지만, 전반적 구조는 여전히 ‘중국 고강도·동맹 저강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즉흥 대응이 아닌 ‘변동성을 가장한 체계적 수익 추출’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美·中 무역 1,800억 달러 감소… 이동한 건 ‘공급망’

​무역 통계에 따르면 미·중 교역액은 2018년 7,580억 달러에서 2025년 5,780억 달러로 약 1,800억 달러 감소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예측과 달리 침체에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본과 공급망이 빠르게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면서 ‘탈중국화’가 가속화됐다. 말레이시아는 희토류·광물 가공 비중을 2020년 0%에서 13%까지 끌어올렸고, 태국과 캄보디아는 광물 협정을 잇따라 체결했다. 호주는 130억 달러 규모의 가공 계약을 맺으며 중국 중심의 공급망 대체를 주도했다. 일본 역시 2010년 이후 축적된 희토류 분산 전략을 토대로, 트럼프 2기 들어 미국과 공동 희토류 비축 및 정제 협정을 체결하며 공급망 재편의 핵심 파트너로 복귀했다. 이로써 희토류와 핵심 광물 시장에서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은 실질적으로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대칭 의존성 활용”… 美, 희토류 맞불 전략 가동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은 ‘비대칭적 의존성’의 역이용이었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 시장에 의존하는 만큼, 미국도 희토류와 핵심광물에서 중국에 의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역으로 뒤집었다. 2025년 10월,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 그러자 불과 16일 만에 양국 간 구조적 협상이 시작됐다. 이 시점에서 미국은 이미 말레이시아·태국·호주·캄보디아 등 4개국과 희토류 대체 공급망 협정을 체결해 ‘보험’을 확보한 상태였다. 결국 중국의 수출 제한은 실질적 무기로 작동하지 못했고, “희토류 독점의 종말”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로이터,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12개월 재검토’ 결정을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닌, 사실상 전략 자원의 항복으로 해석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이 전략 자원을 더 이상 유효한 협상 카드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관세는 ‘경제+안보 결합 무기’로 진화

​이번 협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경제 압박을 정치·안보 이슈와 결합한 복합 전략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관세 위협은 즉각적인 양보를 강요했고, 공급망 이전을 가속화했으며, 대만·러시아·기술 이전 등 안보 의제를 협상 테이블 위로 끌어올렸다. 이른바 ‘경제적 레버리지’가 외교·안보의 확장판으로 작동한 것이다. 이는 동맹국에는 관세 면제를 제공하면서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강화하는 ‘경제 블록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미국은 이제 관문”… 글로벌 경제 질서의 구조 변화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체결된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약속을 확보했으며, 팬데믹 혼란 속에서도 60%가 이행됐다. 2025년 10월 새로 발표된 ‘무역 프레임워크’는 미국을 세계 최대 소비시장 진입의 관문으로 만들었다. 이 구조 아래서 미국은 단순한 ‘거래 상대국’이 아니라 “접근 허가를 부여하는 중심국”으로 자리매김했다. A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경제학자는 “이것은 파트너십이 아니라 ‘경제적 보호료 징수 시스템’에 가깝다”며 “글로벌 공급망은 이제 연결이 아닌 위계적 접근 체제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게임은 끝난 게 아니다”… 新경제질서의 서막

​로이터,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즈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안을 단순한 미국의 ‘승리’로 단정짓기 어렵다고 지적된다. 중국의 경제적 지렛대가 약화되었지만, 미국도 일부 공급망에 대한 의존을 여전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글로벌 경제의 양극 구조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번 전략이 새로운 경제 질서 구축의 시작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트럼프식 무역전쟁은 예측 불가능한 혼란이 아니라, 계산된 위기 조성, 동맹국 우대, 전략적 자원 관리, 공급망 재편을 통해 미국 중심의 경제적 위계 구조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설계였음이 드러난다.

​이로 인해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협상 관련 실질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30일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 이후 한국의 전략적 선택지가 제한될 가능성이 커져, 사실상 외통수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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