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 동반 급락…한국 시장도 외국인 매도 공세에 크게 흔들려
엔비디아 충격·금리 불확실성 겹치며 기술주 중심으로 낙폭 확대
코스피 한 달 만에 3천8백선 후퇴…반도체 대형주 직격탄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 확산…코스닥도 3%대 약세로 마감
AI 투자 과열 논란·미 금리 변수 맞물리며 변동성 장세 심화

아시아 주요 증시가 21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 급락의 여파를 그대로 받아내며 일제히 후퇴했다. 지역별 대표 지수들은 하루 만에 전날의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불안정한 장세를 드러냈다.
미국에서는 선물시장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 지수와 다우지수 선물이 각각 상승세를 보였지만, 아시아 시장은 인공지능 관련 주가 거품 우려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에 대한 실망감이 겹치며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일본 니케이 지수는 인공지능 관련 주가 거품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2퍼센트대 급락해 4만8천6백여 선으로 밀렸다. 더불어 예상보다 강한 미국의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시장은 연방준비제도가 12월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반영했다. 이는 그동안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주가 상승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일본 정부는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경기 부양을 위해 약 21조 엔 규모의 재정 지출 패키지를 승인했다. 그러나 국가 부채 축소 목표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엔화와 일본 국채 가격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같은 날 발표된 일본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퍼센트로 전달보다 소폭 상승했다. 일본의 10월 수출은 전체적으로 증가했으나 미국으로의 수출은 감소했다. 아시아 지역으로의 출하 증가가 이를 어느 정도 상쇄했지만, 미국과의 교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강화 조치의 영향을 받았다.
이날 한국 증시도 아시아 전반에 번진 위험 회피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며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코스피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에 장 초반부터 약세를 면치 못했고, 결국 3퍼센트 넘게 급락하며 한 달 만에 다시 3천8백선 아래로 밀려났다. 외국인은 하루 동안 2조8천억 원 이상을 순매도했는데, 매도세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는 8퍼센트 가까이 급락했고, 삼성전자 역시 5퍼센트 넘게 밀리며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렸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의료정밀, 제조, 기계장비, 증권 등 대부분 업종이 일제히 하락해 시장 전반의 매도 심리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드러냈다. 미국에서 불거진 인공지능 관련 투자 과열 논란과 12월 미국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겹치며 국내 기술주 전반에 부담이 확대된 상황이다. 코스닥 역시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속에 3퍼센트 넘게 떨어졌으며, 반도체·장비, 비금속, 전기전자 등 주요 업종이 모두 약세 흐름을 보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리노공업, 에코프로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 대부분이 하락하면서 낙폭이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단기간 급등했던 국내 증시가 기술적 부담이 쌓인 가운데, 미국발 변수와 맞물리며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됐다고 진단한다. 특히 인공지능 관련주에 대한 글로벌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낮아지자 국내 시장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증시 역시 약세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1퍼센트대 후반 하락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2퍼센트 넘게 떨어졌다. 최근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긴장이 고조되며 시장 전반에 추가 압박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호주와 대만 증시 역시 각각 1퍼센트대, 3퍼센트대의 큰 폭 하락을 기록하며 아시아 전역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AP통신 보도에 의하면 스티븐 이네스 에스피아이자산운용 전략가는 “월가에서 나타난 엔비디아 중심 반등이 장중 거센 반전으로 뒤집히면서, 아시아 시장도 개장과 동시에 동일한 조정 흐름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20일(현지 시간) 장중 변동성이 극심하게 확대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지수는 장 초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1퍼센트대 중반 하락으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0퍼센트대 후반 떨어졌고, 나스닥지수는 2퍼센트대 하락했다.
가장 큰 낙폭은 최근까지 시장을 이끌어온 엔비디아와 암호화폐 관련 종목군에 집중됐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약 12만5천 달러에서 장중 8만7천 달러 아래까지 떨어지며 급락했다. 시장은 최근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관련 대표 종목들이 과도한 기대감 속에 너무 빠르게 올랐다는 경계감과, 연준이 선호하는 금리 인하 사이클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겹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견조한 실적과 높은 매출 전망을 제시하며 거품 논란을 일부 완화했지만, 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전히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배럴당 58달러대 중반으로 떨어졌고, 국제 기준유 역시 하락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 대비 약세를 보였고 유로화는 달러 대비 소폭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