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2조 2천8백억 원 베팅으로 AI 분야 입지 강화

반도체 장비 분야의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네덜란드 ASML이 프랑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미스트랄 AI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글로벌 AI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심플리 월 스트리트의 분석에 따르면 ASML은 13억 유로(약 2조2천8백억 원)를 투자해 미스트랄 AI 지분 11%를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최대 주주 지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ASML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첨단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 차원을 넘어 반도체 장비와 AI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엔비디아가 AI 반도체를, TSMC가 첨단 파운드리를 담당하고 ASML이 반도체 생산장비를 공급하는 기존 구조에서 AI 모델 개발 기업인 미스트랄 AI까지 직접 품게 되면서 글로벌 AI 가치사슬이 더욱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번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ASML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향후 AI 기술이 생산장비와 공정 최적화에 적용될 경우 차세대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ASML 주가는 AI 열풍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나스닥 기준 ASML의 6월 12일 종가는 1,863.55달러로, 지난해 말 종가 1,069.86달러 대비 약 74.2% 상승했다. 최근 1년 기준으로도 지난해 6월 12일 종가 786.21달러에서 약 137.0% 오르며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ASML이 단순한 반도체 장비 업체를 넘어 AI 생태계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높은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심플리 월 스트리트가 제시한 시장 전문가 평균 목표주가 1,538.5유로는 나스닥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759달러 수준이다. 이는 현재 주가 1,863.55달러를 밑도는 수준으로, 현재 주가가 평균 목표주가보다 약 5.9% 높다는 의미다.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약 22.5% 상승한 만큼 향후 AI 관련 기대가 약화되거나 사업 성과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ASML의 미스트랄 AI 투자가 미국과 중국 중심의 AI 경쟁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장비와 AI 소프트웨어가 결합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ASML이 AI 사업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고, 이에 따라 증권가가 목표주가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ASML이 미스트랄 AI 기술을 자사 장비와 연구개발 과정에 접목할 경우 웨이퍼 결함 탐지와 공정 최적화, 장비 예지 정비 등 제조 효율 향상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ASML 장비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AI 기반 생산 경쟁력 강화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생성형 AI 시장 확대와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가 이어지면서 HBM과 DDR5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차세대 HBM 및 첨단 공정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거론된다.
국내 장비업체들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미반도체와 원익IPS, 주성엔지니어링, 유진테크 등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대부분 장비 성능 중심으로 경쟁해 왔지만, 앞으로는 AI 기능이 결합된 스마트 장비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단순한 장비 성능뿐 아니라 AI와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궁극적으로 이번 투자는 반도체 제조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첨단 장비 확보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AI를 활용한 공정 제어와 수율 예측, 결함 분석 등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 역시 장비와 소프트웨어, AI가 결합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