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정부 셧다운으로 민간 데이터로 경제 동향 점검…11월 6일 미 증시는 기술주 중심 하락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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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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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2025-11-07 17:55

연준, 민간 데이터로 경제 흐름 점검
고용시장 완만한 둔화와 실업률 소폭 상승
민간 구인·급여 데이터 혼조세
물가 지수 상반된 신호
주요 기술주 중심 증시 하락
생활비 상승으로 근로자 저축 압박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부 셧다운으로 공식 통계 제공이 중단되자, 민간 데이터를 활용해 경제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은 민간 부문 보고서를 통해 고용시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연준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정부 통계는 경제 분석의 ‘황금 기준’으로 평가받지만, 셧다운 기간 동안에는 민간 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연준이 이를 참고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정부 통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그림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민간 지표에 따르면, 고용시장은 8월 이후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다. 주별 실업수당 청구 건수 자료를 집계한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추정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자는 21만9천 명으로, 전주 23만2천 명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고용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연준 이사 리사 쿡은 “실업률은 1월 4%에서 8월 4.3%로 소폭 상승했으며, 고용시장이 완만하게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구인 공고 데이터 역시 고용 둔화를 뒷받침한다. 인디드(구인 구직 사이트)의 구인 지수는 지난주 2021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2022년 중반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ADP의 민간 부문 급여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민간 기업 신규 채용은 4만2천 명으로, 최근 두 달간의 고용 손실 3만5천 명을 소폭 상회했으나 여전히 전형적인 수십만 명 단위의 고용 창출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물가 측면에서도 민간 데이터는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프라이스스탯스(온라인 가격 데이터 제공업체)는 온라인 가격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한 연간 물가 지수가 9월 기준 2.66% 상승해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어도비가 발표한 온라인 소매 가격 지수는 10월 기준 연간 2.9% 하락하며 26개월 연속 디플레이션을 나타냈다.

연준 자체 보고서인 베이지북 역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10월 베이지북은 채용과 해고 모두 적은 ‘저활동’ 상태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음 베이지북은 11월 26일 발표 예정이다. 연준은 이러한 민간 데이터를 토대로 경제 동향을 분석하며, 연간 물가 2% 안정과 고용 최대화라는 이중 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정부 통계 공백 속에서도 민간 데이터가 정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제 지표와 민간 데이터 속에서, 미국 주요 증시는 6일(현지시간) 하락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S&P 500,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1.9%, 1.1%, 0.8% 떨어졌다. 최근 이어진 기업 실적 발표와 인공지능 관련 과대평가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도어대시와 페이컴 소프트웨어는 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도어대시는 신제품 투자와 사업 확장을 위한 비용 증가 전망을 경고하며 S&P 500 종목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연방 정부 셧다운으로 약 4,000만 명의 미국인이 식품 보조 프로그램 혜택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도어대시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7일 도어대시는 트위터를 통해 ‘긴급 식량 대응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300개 이상의 푸드뱅크를 통해 100만 끼의 무료 식사를 배달하며 식품보조 프로그램 수혜자를 대상으로 한 30만 건의 식료품 주문에 대해 배송비와 서비스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도어대시는 이번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임시 지원책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컴 소프트웨어 역시 실적 부진과 향후 성장 가능성 우려로 주가가 하락했다. 다만 데이터독과 스냅은 호실적 발표로 주가가 급등했다. 데이터독은 예상보다 높은 실적과 확대된 고객 기반 소식에 23% 상승했고, 스냅은 이용자 증가와 지출 확대, 주식 매입 계획 발표로 약 10% 올랐다. 퀄컴과 도어대시, 로빈후드 등 일부 기술주는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각각 3~17% 하락했다. 듀오링고는 실적 부진으로 27% 폭락했다.

테슬라는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 보수안 등 주주총회 안건을 앞두고 3.5% 하락했다. 주요 기술 기업인 팔란티어, 엔비디아, 아마존 역시 인공지능 관련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각각 6.8%, 3.7%, 2.9% 떨어졌다. 산업용 가스 및 화학기업 에어 프로덕츠 앤드 케미컬스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 매출 호조로 주가가 상승했고, 의료·헬스케어 관련 기업 메트세라는 화이자의 인수 우호 조치 소식으로 14% 급등했다.

경제 지표와 관련해, 지난 10월 미국 기업들은 15만3천여 건의 감원을 발표하며 해당 월 기준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09%로 하락했으며, 달러 지수는 0.5% 낮아졌다. 비트코인은 10만 달러 근방에서 거래됐다. 금과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 가격은 큰 변동 없이 안정세를 보였다.

한편, 생활비 상승으로 미국 근로자들은 저축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약 45%가 충분한 비상금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일부 기업은 직원들에게 비상금 적립을 돕는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늘어난 저축액이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이번 증시는 기업 실적, 인공지능 관련 과열 우려, 노동시장 지표, 생활비 부담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며 변동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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