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팩트시트 공개: 한미 정상, 3500억 달러 투자·무역·안보·첨단산업 협력 합의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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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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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이슈
2025-11-14 15:47

● 3500억 달러 투자, 미국 관세 15%로 인하 – 한미 전략적 경제 협력 강화
● 조선·첨단산업 투자 확대 – 한국의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
● 외환시장 안정 조치 – 투자 단계적 집행과 금융 안정 장치
● 주한미군·핵우산 재확인 – 한미 동맹 현대화와 안보 강화
● 북한 완전 비핵화 촉구 – 한반도 평화·안정 재확인
● 핵 추진 잠수함·조선 산업 협력 – 전략적 국방·에너지 협력 확대

미국 백악관이 2025년 11월 13일 공개한 팩트시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경주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을 정리한 문서로, 한국의 대미 투자, 미국 관세 조정, 조선·첨단산업 협력, 안보 및 군사 협력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

백악관은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주에서 개최한 국빈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한미 무역·투자·산업 협력 합의의 세부 내용을 담은 공동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이번 회담은 한국 역사상 동일 국가 지도자가 두 차례 국빈 방문으로 초청된 첫 사례로 기록됐으며, 양 정상은 이를 계기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을 위한 새로운 동맹 장을 열기로 선언했다.

양 정상은 지난 7월 발표된 전략적 무역·투자 합의를 재확인하며, 양국 간 산업 및 투자 협력의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 광물,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투자를 환영하며, 이러한 투자가 경제적·국가 안보적 이해를 증진시키는 기반이 될 것임을 명시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한국은 미국 내 조선 분야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전략적 산업 분야에 2,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연간 투자액은 200억 달러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정하여 외환시장 및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무역 측면에서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 또는 최혜국 관세율 중 높은 금액 또는 15%를 적용하기로 했다. 자동차, 자동차 부품, 목재, 목재 제품 등에 대한 섹션 232 관세는 15%로 인하되며, 의약품과 반도체는 향후 협정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도록 조정된다. 또한, 미국은 일부 의약품과 천연자원, 항공기 및 부품에 대한 보충 관세를 철회하기로 했다. 양국은 이러한 조치가 상호 무역을 촉진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번 합의는 양국 간 비관세 장벽 해소와 상호 무역 증진에도 초점을 맞추었다. 한국은 미국산 차량의 추가 개조 없이 수입 가능 물량 제한을 해제하고, 자동차 배출 인증 과정에서 불필요한 서류 요구를 생략하는 등 규제 부담을 완화한다. 농식품 수출과 관련해서도 양국은 기존 협정과 프로토콜을 준수하고, 농업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며, 미국 원예·육류·치즈 제품의 시장 접근성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이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며, 위치 정보, 재보험, 개인 데이터 등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을 촉진하기로 했다. 국제통상기구에서 전자 전송에 대한 관세 부과 영구 금지를 지지하며, 지적재산권 보호와 특허법 조약 가입,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 보호와 강제노동 근절 협력도 포함됐다.


양국은 한국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와 미국 기업의 한국 수출 확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는 총 1,500억 달러로, 대한항공은 보잉 항공기 103대를 주문했다. 해당 주문에는 737 맥스, 787 드림라이너, 777X 여객 및 화물기가 포함되며, 올해 대한항공의 보잉 주문은 총 150대를 넘어섰다. 또한 ‘바이 아메리카 인 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과 주정부가 협력해 미국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수출을 촉진하는 연례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외환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양국은 한국의 투자액 집행을 연간 최대 200억 달러로 제한하고, 필요 시 미국과 협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원화 환율과 금융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한국은 시장 구매 외 다른 방안을 통해 달러를 조달하고, 만약 시장 불안정 징후가 나타날 경우 투자 금액과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한미 동맹 현대화와 군사·핵·조선 협력 강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현대화하고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구체적 방안도 논의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을 통해 한국 방위를 확고히 지원할 것을 재확인했으며,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활용해 확장 억제, 즉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양국은 핵협의그룹과 같은 협의체를 통해 정기적으로 협력하며, 군사 능력과 안보 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

한국은 국방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확대할 계획을 공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 또한 한국은 2030년까지 미국산 첨단 군사 장비를 총 250억 달러 규모로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 달러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통해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준비와 함께 북한에 대응하는 연합 재래식 방위 능력 강화를 가속화한다. 양국은 첨단 무기 시스템 도입과 방위산업 협력을 확대하며, 사이버와 우주 영역에서의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군사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 연구도 공동 추진할 예정이다.

한반도 및 지역 안보와 관련해 양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의미 있는 대화에 복귀하도록 촉구했다. 또한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하고, 대만 해협과 관련해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하며,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 등 국제법 준수를 강조했다. 양국은 지역 안보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한화 미국 필리 조선소는 최근 미국 메인주에서 함정 ‘스테이트 오브 메인’의 진수식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과 한국 양국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특히 이재명 대통령도 자리를 함께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한화그룹은 5억 달러 규모의 조선소 확장 계획도 동시에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내 조선 산업 역량 강화와 글로벌 협력 확대를 목표로 하며, 한화 필리 조선소의 전략적 입지를 한층 강화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 한화 필리조선소 공식 트위터 (X)



조선 및 핵 산업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과 함께 민수 및 군용 조선 산업을 현대화하고, 핵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이 핵 추진 공격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으며, 연료 조달과 건조 요건 등 실무적 지원을 제공한다. 양국은 조선소 현대화, 유지·보수, 인력 개발, 공급망 회복력 강화 등을 위한 공동 작업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러한 협력은 미국 상업선과 군함의 신속한 증강에도 기여하며, 일부 함정은 한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될 가능성도 있다.

한미 양국은 123 협정과 미국 법규를 준수하며,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과정을 평화적 목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핵 에너지 산업 발전과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동시에 달성할 계획이다.

이번 합의는 경제·무역과 첨단 산업, 안보, 조선·핵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 협력으로, 양국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 투자와 군사 협력을 추진하면서 지역 안보와 번영을 동시에 도모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은 한미 동맹의 지속적 강화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적 평화를 위한 청사진으로 평가된다.

실무적 세부 내용은 여전히 미흡

이번 백악관 팩트시트는 한미 동맹과 경제·안보 협력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실제 산업 및 기술 협력의 세부 실행 계획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과 군사 장비, 항공기 구매 등 일부 프로젝트는 금액과 범위가 명시됐지만, 반도체, 첨단 기술, 에너지 분야에서 구체적인 기술 이전, 연구개발 협력, 생산 일정 등 핵심 사항은 두루뭉술하게 언급되는 수준이다.

또한 투자 금액이 총 3,500억 달러에 달하지만, 연간 집행 한도와 외환시장 안정 장치를 고려하면 실제 현금 흐름과 산업 현장 적용 속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군사 분야에서도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과 첨단 무기 도입 계획이 포함됐지만, 건조 시점, 기술 이전 범위, 한국 내 조선소 활용 가능성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팩트시트는 한미 협력의 정책적 의지와 상징적 선언을 담은 문서로 평가되며, 향후 실제 실행과 산업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후속 협의와 구체적 계획 발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문서에 담긴 수치와 계획은 거대하지만, 실행력과 구체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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