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심광물 전략의 중심에 선 고려아연
미 국방부 지분 참여, 이례적 합작 구조
중국 의존 탈피 노리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제련소와 지분 투자로 이어진 북미 통합 전략
단순 해외투자 넘어 국가안보 파트너로 부상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약 11조원 규모의 대형 제련소를 미국에 건설한다. 이번 투자 계획은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며, 외신 로이터 통신도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15일 “고려아연이 미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74억달러 규모의 제련소 건설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핵심광물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합작법인에 약 19억달러 규모의 신주를 발행해 매각할 계획이다. 해당 합작법인은 미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주도하며, 이 가운데 미 국방부가 40퍼센트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고려아연의 합작법인 지분은 10퍼센트 미만으로 알려졌다. 외국 기업에 대해 미국 정부가 직접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로이터는 이를 미국의 국가안보와 공급망 전략에서 고려아연의 비중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이번 투자 계획에 따라 고려아연은 총 74억달러 가운데 약 55억달러를 미국 정부 및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하고, 미 상무부로부터는 반도체 및 과학법에 근거한 보조금도 지원받을 예정이다.
제련소는 미국 테네시주에 들어설 예정이며,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 내에 건설되는 대규모 아연 제련소가 된다. 해당 시설에서는 아연과 연, 구리 등 비철금속을 비롯해 금과 은 같은 귀금속, 안티모니와 게르마늄, 갈륨 등 전략광물도 생산될 예정이다. 상업 생산은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된다.
로이터는 “중국이 안티모니와 게르마늄 등 전략광물 공급에서 세계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핵심 대응책”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맞서 이들 광물의 대미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이번 발표 이후 고려아연 주가는 장중 한때 26퍼센트 급등하는 등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주요 주주인 영풍그룹과 사모펀드 측은 이번 신주 발행이 현 경영진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를 우호 지분 투자자로 끌어들여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는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번 투자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미국 내 전략광물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 역시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 차원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은 단발성 해외 투자라기보다,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에 구조적으로 편입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다른 외신들은 이를 두고 고려아연이 미 국방부가 참여하는 합작 구조를 수용하며 미국 정부와 사실상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형성한 사례로 평가했다.
이 같은 행보는 고려아연이 이미 올해 6월 미국 핵심광물 기업인 티엠씨에 약 8천52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약 5퍼센트를 확보한 데서 예고된 바 있다. 고려아연은 보통주 1천960만주를 매입하고, 추가로 690만주를 주당 7달러에 매수할 수 있는 워런트까지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 내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 전략광물의 원료 확보와 가공·정제 가능성을 동시에 검증하고 있다. 실제로 고려아연 연구개발 조직은 티엠씨가 공급한 심해 노듈 시료를 전달받아 공정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고려아연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 가운데 미국이 요구하는 형태의 전략광물을 금속 제품으로 정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단순 채굴이 아닌 가공·정제 능력을 중시하는 정책 방향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미국 행정부가 심해광물 개발 인허가를 신속화하고 전략광물 비축과 연방 차원의 투자 가능성을 열어둔 행정명령을 발동한 이후, 고려아연의 투자와 제련소 건설이 연이어 구체화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건설과 전략적 지분 투자를 병행하며 원료 확보부터 가공·정제, 최종 금속 생산까지 아우르는 북미 통합 공급망 구축에 나선 셈이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고려아연이 단순한 비철금속 기업을 넘어,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안보 전략을 떠받치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