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생산적” 평가…APEC서 정상회담 예고
틱톡 합의, 미국은 ‘승인’·중국은 ‘기본 틀’
무역 전쟁 불씨 여전…관세·수출통제 핵심 쟁점
美 농업계 불만 고조…대중 수출 급감
정상회담 성사 여부, 향후 협상 성패 가늠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무역 현안과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매우 생산적인 대화였다”며 양 정상이 다음 달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직접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통화는 아주 좋았다. 틱톡 합의를 승인했고, 우리는 APEC에서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며, 시 주석 역시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틱톡 합의…“기본 틀” vs “승인 완료”
최근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 회의에서 틱톡의 미국 사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기본 틀(framework)’ 수준의 합의가 도출됐다. 미국 측은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가 미국 내 사업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법에 따라 소유권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 틱톡 합의가 사실상 승인됐다고 주장했지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틱톡 문제를 비롯해 투자 장벽 축소와 경제·무역 협력을 추진하는 기본적 합의가 이뤄졌다”고만 전해 양국의 메시지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중국은 알고리즘 등 핵심 지적재산권(IP) 사용 문제와 미국 내 사용자 데이터 보안 관리 방안에서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틱톡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실질적으로 미국 손에 있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여전히 나온다.
무역 갈등 여전...농산물·반도체·희토류 쟁점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하는 등 양국 간 무역전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현 미중 관계와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으며, 앞으로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전략적 지침을 제시했다. 시 주석은 양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으로 함께 싸웠음을 상기시키며, 역사를 기억하고 전몰 영웅을 기리는 것이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시 주석은 양국이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 윈윈 협력을 통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측은 일방적인 무역 제한을 자제하고 중국 투자자에게 공정하고 개방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틱톡(TikTok)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기업의 의사를 존중하며 시장 규칙에 부합하는 생산적인 상업 협상을 통해 중국 법규를 준수하고 양측의 이익을 고려한 해결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통화에서는 관세 문제, 첨단기술 수출 규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등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뿐 아니라 “무역 전반에 걸쳐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 농업계에서는 중국이 올해산 미국산 대두 구매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1~7월 대중 농산물 수출은 전년 대비 53% 급감했으며, 특히 수수(sorghum) 수출은 97%나 줄었다. 미국 대두협회(ASA) 회장 조시 개클은 “농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정상 간 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10월 31일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별도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한편, 시 주석은 미국의 관세와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 간 해묵은 현안이 여전히 산적한 가운데, 이번 통화는 갈등을 완화하기보다는 향후 협상의 ‘예고편’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