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강세: ‘프레데터: 배드랜드’ 11월 개봉 첫 주말 4000만 달러 수익, 전 세계 8000만 달러 돌파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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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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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2025-11-10 18:45

“북미 박스오피스 신기록, 11월 극장가의 한파를 녹이다”
“데크와 티아, 사냥꾼과 인간 사이의 새로운 동맹”
“제나 행성, 황폐한 생태계 속의 생존 서사”
“프레데터, 괴물에서 구원자로—시리즈의 진화”
“관객과 평단 모두 사로잡은 완성도 높은 SF 액션”

11월 극장가의 한파를 단번에 녹인 히어로는 단연 단 트라첸버그 감독이다. 그의 신작 프레데터: 배드랜드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으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개봉 첫 주말 4,000만 달러(3,725개 극장)라는 프랜차이즈 신기록을 세웠다. 해외 수익도 4,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총 8,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미국 연예 전문지 헐리우드 리포터가 보도했다.

추방당한 전사, 인간보다 인간다운 사냥꾼

영화의 중심에는 젊은 프레데터 전사 ‘데크’가 있다. 그는 사냥 본능을 타고났지만 체구가 작다는 이유로 종족 내에서 ‘난쟁이’로 낙인찍히고 추방당한 인물이다. 아버지이자 클랜의 수장 ‘니조르’에게 인정받기 위해, 데크는 전설 속 괴수 ‘칼리스크’를 사냥하러 우주의 가장 위험한 행성 ‘제나’로 향한다. 제나는 맹독성 식물과 포악한 생명체가 뒤엉킨 죽음의 별. 그러나 출발 직전, 아버지는 데크의 형 ‘퀘이’에게 “그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퀘이는 명령을 거부하고, 대신 자신의 함선을 원격 조종해 데크를 제나로 보내지만 그 대가로 목숨을 잃는다.

불시착 후 데크는 제나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싸움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인류 기업 ‘웨일랜드-유타니’의 손상된 합성 인간 ‘티아’를 만나며 예기치 못한 동맹을 맺는다. 파괴된 탐사팀의 유일한 생존체인 티아는 자신을 복원하기 위해 데크의 도움을 구하고, 두 존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이후 이들은 제나의 원주 생명체 ‘버드’와 마주하며, 생존의 본능과 생명의 윤리를 동시에 시험받는다. 영화는 데크와 티아, 그리고 버드의 관계를 통해 ‘사냥’에서 ‘공존’으로의 전환을 그린다. 냉혹한 전투의 세계 속에서도 생명과 연민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 서사는,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를 넘어 철학적 깊이를 지닌 우화로 확장된다.

괴물이 아닌 존재, 감정의 진화를 그리다

배드랜드의 가장 큰 혁신은 프레데터를 단순한 괴수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트라첸버그 감독은 데크를 감정과 도덕적 선택을 지닌 존재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사냥 본능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의 약함을 ‘존재의 이유’로 승화시킨다. 티아 역시 명령 대신 감정을 택하며,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선택을 내리는 역설을 보여준다. 후반부에서 밝혀지는 칼리스크가 버드의 어머니라는 반전은 영화의 중심 주제를 극대화한다. 데크는 사냥이 아닌 구원을 선택하고, 종족의 명예보다 생명의 가치를 택한다. 이 결말은 시리즈 전통의 ‘폭력의 미학’을 ‘생존의 철학’으로 옮겨 놓으며, 프레데터 세계관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클라이맥스에서는 압도적인 시각적 스케일이 펼쳐진다. 티아의 복제체이자 안드로이드 실험체인 ‘테사’가 프레데터의 무기를 장착하고 등장하는 장면은 시리즈 사상 가장 긴장감 넘치는 결투로 꼽힌다. 투명 망토를 두른 프레데터와 거대 메카닉 파워로더의 충돌은 고전적 액션과 현대적 SF의 경계를 허문다.

IMAX가 증명한 몰입의 미학, PG-13의 대담한 선택

프레데터: 배드랜드는 2025년 11월 3일 TCL 차이니즈 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후, 7일 미국 전역에서 IMAX와 RealD 3D 포맷으로 정식 개봉했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 최초로 PG-13 등급을 받은 영화로, 폭력 수위는 유지하면서도 잔혹한 묘사를 절제해 청소년과 가족 관객층까지 아우른다. 이 대담한 등급 조정은 디즈니 산하 20세기 스튜디오의 전략 변화와 맞물려, ‘성인 전용 액션’에서 ‘보편적 SF 어드벤처’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IMAX 스크린에서 구현된 제나 행성의 붉은 대기, 초대형 생명체와 프레데터의 전투 장면, 그리고 플라즈마 무기의 잔광은 실사 3D 효과와 어우러져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관객들은 그 공간에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경험하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생존의 감각’을 체험한다.

20세기 스튜디오는 지난 10월 24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프레데터: 배드랜드의 공식 클립을 공개하며, “사냥이 시작된다”라고 밝혔다.



제작 비하인드: 뉴질랜드 대지 위의 우주

본작은 2024년 8월부터 10월까지 뉴질랜드 전역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황량한 평원과 화산지대가 행성 제나의 황폐하고도 신비로운 풍경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시각효과는 세계 정상급 특수효과 팀인 ILM, 웨타, 프레임스토어 등이 참여해, 거의 모든 장면에 정교한 CG가 더해졌다. 단 트라첸버그 감독은 “한 프레임도 시각효과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첨단 기술과 서사가 완벽히 결합된 SF 미학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음악은 작곡가 사라 샤크너와 벤저민 월피쉬가 공동으로 맡았다. 전통적인 관현악 선율에 전자적 리듬을 섞어 원시적인 긴장감과 미래적인 서정을 동시에 담아냈다. 이는 영화가 지닌 두 얼굴, 즉 사냥꾼의 본능과 인간적인 감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결과다.

비평과 흥행, 그리고 산업적 의미

북미 기준으로 본작은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2004, 3,840만 달러)를 제치고 시리즈 사상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수익에서도 2018년작 더 프레데터(4,890만 달러)를 넘어섰다. 평단과 관객의 반응 역시 뜨겁다. 시리즈 중 최초로 시네마스코어 A-를 획득했고, 로튼토마토 관객 평점 95%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좋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은 스스로 찾아온다. 그리고 입소문은 그보다 빠르다”고 평가했다. 한편, 같은 기간 북미 영화시장에서는 다양한 작품들이 흥행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파라마운트의 리그레팅 유가 꾸준한 흥행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블룸하우스의 블랙 폰 2는 제작비 3천만 달러로 전 세계 1억 2천만 달러를 돌파하며 흥행 효자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 MGM의 사라스 오일은 평단의 평가는 엇갈렸지만 관객 만족도 A+를 기록하며 4위에 안착했다.

북미에서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리그레팅 유는 현재 한국 극장가에서도 개봉 중이다. 섬세한 감정선과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로 입소문을 타며, 대형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이례적인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소니 픽처스 클래식의 뉘른베르크는 1,802개 극장에서 410만 달러를 벌어 5위에 올랐으며, 네온이 배급한 스웨덴 드라마 센티멘털 밸류는 뉴욕과 LA 4개 극장 개봉으로도 극장당 5만 달러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 이번 주말, 11월 극장가는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한편, 소니 픽처스 클래식의 뉘른베르크와 네온이 배급한 센티멘털 밸류는 북미 한정 개봉작으로, 한국에서는 아직 개봉되지 않았다.

시리즈의 부활, 그리고 새로운 신화의 시작

프레데터: 배드랜드는 단순한 시리즈의 귀환이 아니다. 이는 40년에 걸친 프레데터 신화의 재해석이자 진화다. 사냥꾼이었던 프레데터는 이번엔 구원자로, 괴물이 아닌 감정의 존재로 그려진다. 트라첸버그 감독은 시리즈의 정체성을 “폭력의 미학에서 생존의 철학으로 이동시켰다”고 표현했다.

관객들은 여전히 프레데터의 무자비한 액션을 즐기지만, 그 속에 흐르는 인간적 고뇌와 선택의 서사에 더 오래 머문다. 그리고 그 여운은 마지막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사냥은 끝났다. 이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한 문장으로, 프레데터: 배드랜드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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