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첫 일자리, 청년의 출발선이 무너진다
고용지표는 개선됐지만… 길어진 구직기간의 그늘
주거비 폭등이 소비·자산 형성을 옥죈다
‘쉬었음’ 청년 증가, 눈높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행의 경고 “지금 방치하면 잃어버린 세대 반복”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 청년세대의 고용과 주거 현실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장기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보고서는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늦게 진입하고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면서 소비와 자산 형성, 인적자본 축적이 제약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세대는 경제활동 진입 초기라는 특성상 타 연령층보다 자산과 경력이 부족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직과 주거 측면에서 과거보다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경제활동참가율과 실업률 등 거시 지표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직기간이 장기화되며 청년층이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 성장 사다리 약화, 경력직 선호, 수시채용 확대 등 구조적 요인과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구직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청년들은 소모적인 스펙 경쟁에 몰리거나 임시·일용직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간 구직 실패가 이어지면 일부는 ‘쉬었음’ 상태로 빠져 장기 노동시장 이탈 가능성도 높다.

특히 보고서는 구직 지연이 장기적 소득과 고용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미취업 기간이 1년일 경우 5년 후 상용직 취업 확률은 66.1%였으나, 3년으로 늘어나면 56.2%로 떨어진다. 또한 미취업 기간 1년 증가 시 실질임금은 6.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일본의 ‘취업 빙하기 세대’ 사례와 유사한 구조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주거 측면에서도 청년층은 높은 비용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월세 중심의 주거 형태가 확대됐으나, 청년층이 선호하는 소형 비아파트 주택 공급은 부족해 월세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거 비중도 증가세를 보이며, 주거 질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청년층의 자산 형성, 인적자본 축적, 부채 관리 등 생애 전반의 재무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주거비가 1% 상승하면 총자산은 0.04% 감소하며, 주거비 비중이 1%p 늘면 교육비 비중은 0.18%p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부채비율은 2012년 23.5%에서 2024년 49.6%로 급등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되며, 구조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와 소형주택 공급 확대가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청년 일 경험 지원과 주거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쉬었음’ 상태의 청년층 증가가 단순히 일자리 기대치 상승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진입 장벽에 따른 것임을 확인했다. 이들은 평균 유보임금이 낮고, 선호 직종도 중소기업 중심으로 나타나, 노동시장 진입 의지가 있음에도 기회가 제한돼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초대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진로 지원과 중소기업 근로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권고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청년층의 고용과 주거 문제는 개인적 어려움을 넘어 국가 성장과 세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라며 “적극적 정책 대응 없이는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세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현상이 경기 변동에 따른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노동시장과 주택시장의 구조적 왜곡이 누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청년층의 소비 위축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하락과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