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월가의 평가는 하루 만에 바뀌었나…리비안 주가 급등에 숨은 세 가지 이유

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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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4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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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2025-12-14 9:14

발표 직후엔 비용 우려, 하루 뒤엔 성장성 재평가
자율주행 투자 부담에서 소프트웨어 가치로 시선 이동
구독형 수익 모델이 주가 반등의 핵심 요인
전기차 제조사에서 기술 기업으로의 인식 전환
월가가 주목한 것은 기술 완성도가 아닌 방향성

리비안은 자율주행 전용 인공지능 반도체인 ‘리비안 오토노미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해당 프로세서는 자율주행과 물리적 인공지능 환경에 최적화된 고성능·고확장성 설계가 특징으로, 오는 2026년 실제 도로 주행 차량에 적용될 예정이다 / 리비안 공식 계정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리비안의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 전략을 둘러싼 월가의 평가는 단 하루 만에 급변했다. 자율주행 기술 로드맵을 공개한 당일에는 주가가 급락했지만, 다음 거래일에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시선이 바뀌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단기 우려와 중장기 가치 사이의 인식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행사 직후엔 비용 부담이 먼저 부각

리비안이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 데이에서 제시한 전략은 자체 반도체 개발, 라이다 센서 도입,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 등 대규모 투자를 전제로 한다.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기술적 진보보다도 개발 비용 증가와 현금 소진 속도에 대한 우려가 먼저 반영됐다. 최근 미국 증시 전반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종목이 조정을 받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고, 리비안 역시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단기 매도 압력을 피하지 못했다. 월가의 초기 반응은 ‘비전은 분명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는 신중론에 가까웠다.

하루 뒤, 중장기 성장성 재평가

그러나 하루가 지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기술 발표의 단기적 비용 부담에서 벗어나, 전략이 지닌 구조적 의미로 옮겨갔다. 리비안이 제시한 자율주행 도로 확대 계획과 구독형 소프트웨어 수익 모델,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를 통한 수직계열화 전략이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 기능을 유료 구독 형태로 전환하려는 전략은 차량 판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 업계에서 반복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됐다. 이는 테슬라가 이미 시장에서 입증한 사업 구조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리비안은 조만간 2세대 R1 차량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해 운전자의 개입 없이 주행할 수 있는 도로 범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약 15만 마일 수준인 적용 범위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 350만 마일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미국 내 대부분 도로에서 작동하는 테슬라의 기본 자율주행 기능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기술 고도화가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 리비안의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차량 판매를 넘어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구독형 서비스나 기술 라이선스 등 고수익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재평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리비안은 내년 초 ‘오토노미 플러스’라는 자율주행 구독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는 보다 진보된 운전자 보조 기능을 제공하며, 소프트웨어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구조다. 월 이용료는 49달러 99센트, 일시불 구매는 2천500달러로 책정돼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리비안은 기존에 외부에서 조달하던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대체할 자체 인공지능 칩도 공개했다. 해당 칩과 라이다 센서 시스템은 내년 말 출시 예정인 신형 R2 차량에 적용될 예정이며, 차량 내 인공지능 음성 비서 기능도 내년 초부터 기존 R1 차량에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금융사들은 리비안이 여전히 기술적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테슬라를 제외하면 서구권 완성차 업체 가운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경쟁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기차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전환 신호

월가가 주목한 또 하나의 변화는 리비안의 정체성이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리비안이 단순한 전기차 제조업체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자체 반도체 개발과 자율주행 기술 내재화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외부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서구권 완성차 업체 가운데 드문 행보라는 점에서 차별화 요소로 부각됐다.

시장이 받아들인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성’

리비안의 기술이 당장 완전 자율주행 단계에 도달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월가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다만 하루 만에 바뀐 평가의 핵심은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회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었다. 초기에는 비용과 리스크가 먼저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투자자들은 리비안이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국 리비안 주가의 급반등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전략 자체보다도, 그 전략이 회사의 중장기 사업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시장이 재인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월가의 평가는 하루 만에 바뀌었지만, 리비안의 시험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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